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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동네 땅부잣집 이시이 할아버지에게서 호박 한 덩어리를 받았다
받았다기보다는 내가 달라고 했다
일본은 한국의 늙은 호박 같은 게 없다
보통은 단호박이고 아님 즈키니가 전부다
핼러윈의 장식용으로 커다란 호박이 있긴 하지만 식용으로는 거의 먹지 않는 것 같다
이시이 할아버지 밭에 심어 둔 호박을 그냥 방치했더니 커다랗게 자라버렸다며 쓸데가 없다고
처치 곤란이라고 하시길래 내가 달라고 했다
생긴건 늙은 호박 비스무리 한데 나도 이런 호박은 첫 경험인지라
식용이 가능한지 어떤 맛인지 아는게 없다
호박인데 먹고 죽기야 하겠냐 하는 생각으로 일단 챌린저 해 보기로 했다
생긴 건 비슷하지만 역시 한국의 늙은 호박이랑은 다르다
너무 부드럽다
칼이 쑥 쑥 들어간다
뭘 할까 고민하다 일단 부침개
칼이 쑥 쑥 들어갈 정도로 부드러웠는데 역시나 물이 많이 나왔다
반죽을 되게 해서 하니까 수분이 많은 호박을 썰어 넣으니 딱 적당한 반죽이 되었고
일단 구워 구워..
노르스름하니 부쳤더니 의외로 맛있다
한국 호박 부침개와는 달리 아주 부드러운 맛이었다
호박 한 덩어리 잘라 보니 양이 엄청나다
호박 한 쪼가리라도 나눠 먹어야지 그게 바로 한국의 정 아이가 ㅎㅎㅎ
회사의 한국인 후배 윤짱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렇게 호박 반덩어리는 윤짱네로 건너갈 예정이다
부침개 한번 더 부쳐 먹고 남는 건 볶아 볼 생각이다
어쩌다 너무 커 버려서 처지 곤란이었던 이시이 할아버지의 호박은
한국 여자들 손에서 부침개와 나물로 재 탄생하는 기적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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