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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닝

기대를 져 버리지 않는 울 남편

by 동경 미짱 2017.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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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오월 

우리집 마당이 한창 이쁠때이다 


손바닥만한 좁은 마당이지만 

빈 공간 없이 빼곡하게 심어둔 아이들이 

올해도 변함없이 이쁜 꽃을 피워 주고 있다 











내가 한국 가기전 걱정이 딱 하나 있었다 

주부답게 우리집 두 남자 

나 없는 동안 뭘 먹고 사냐고 ..

끼니 걱정 했냐고 ??

천만의 말씀 


내가 걱정 한건 바로 우리집 초록이들이다 
















사실 이 아이들은 걱정을 안 했다 

땅에다 직접 심은 아이들이라 

땅 속에서 어찌 어찌 수분을 찾아 

견뎌 내겠지 하는 믿음으로 ...


걱정은 바로 화분에 심어진 아이들이다 

날도 더우니까 화분에 심어둔 아이들은 

이틀 정도 물 안 주면 

나 죽게소 하고 축 쳐져 버린다 

물을 주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 

금방 싱싱하게 살아 나는 우리집 화분들 


이 아이들이 한국으로 가기 전 나의 걱정 거리였다 


꽃을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우리집 두 남자는 

도통 초록이들에게 관심이 없다 


아무리 이쁜 꽃이 피어도 

꽃이 폈는지 졌는지 우리집 남자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왜냐고 ? 관심이 없으니까 ....


 자기야 마당에 보라색 꽃  예쁘지?


 응 못 봤는데?

어디에 폈어?



도통 초록이에게 관심이 없어서일까

 아무리 이쁘게 잘 키워 두어도 

내가 한국 며칠만 갔다 오면 

죄다 말라 죽여 버리는 울 자기야다


어떨땐 


 나 물 줬는데도 말라 버렸어?

왜 그래 ?

나 이번엔 진짜로 신경써서 물 줬는데 

왜 죽었는지 모르겠어.


그러게 물을 줬는데 왜 죽었을까 

내가 그걸 어찌  알겠소 


물을 진짜로 줬건 가짜로 줬건 

죄다 말라 죽었다는게  중요하지 ..



이번에도 내가 부탁의 부탁을 했다 

매일 주라 안 할테니 

주말에 한번이라도 물 좀 주라고 ...








어? 양호 한데 ...


 자기야 이번에 화분들 상태가 양호한데 

물 잘 줬구나 .. 고마워 


자기야에게  하트 한번 날려주고 ...


 아니 비가 왔거든 ..


헐 ... 그런거였어 

비가 욌단 말이지 ...

비가 왔건 물을 주었건 그게 뭐가 중요하겠소 

얘네들이 말라 죽지 않고 살았다는게 중요하지 





어..그런데 얘가 왜이런데 ..

그럼 그렇지 

말라 가고 있는 아이 하나 발견 

내가 오랫동안 기른 아이인데 

살짝 살짝 금빛을 내는 잎이 넘 이뻐서 

내가 정성드려 이쁘게 잘 키운 아인데 말이지 

이 아이 내가 한국갈때만해도 

싱싱 그 자체였는데 말이지 ..


차라리 말라 죽일거면 현관앞 1년초 꽃들을 죽일것이지 

1년초 꽃이야 어차피 생명이 길지도 않으니까

 다시 심으면 되는건데


이 아이는  내가 근 10년 가까이 키운 아이인데 


흑흑흑 울고 싶어라다


내 기대를 져 버리지 않는 초록이들에게 

무관심 그 자체인 울 자기야 



울 자기야의 변명 


 물 진짜 많이 줬는데 그러네 

왜그러지 ?


그러게 왜 그럴까 


뿌리까지 완전히 간것 같지는 않아서 

말라버린 잎 정리하고

가지도 조금 쳐 주고 

긴급 수술을 해 주었다 

그리고 물도 듬뿍 주고 

이 아이가 회생해 주길 간절히 바라면서 ..





죽을랑 말랑 하는 이 아이도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마른 꽃잎을 떼주고 

물도 듬뿍 듬뿍 




이 아이는 수술의 효과가 금방 나타났다 

문제 없이 살아 날 것 같다 



울 자기야 정말 정말 

너무 너무 초록이에게 관심이 없다 


가끔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을때 


 꽃이 이쁘게 많이 폈네 


이 한마디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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