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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남편과의 갑작스러운 번개 데이트

by 동경 미짱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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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 외무부에서 카톡이 하나 날아왔는데
그건 바로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남았으니 갱신을 하라는 친절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외무부에 카톡 등록을 했었나?
한 기억이 없는데 어찌 알고 보내 주셨는지 모르겠다
한국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일본 전화번호인데  말이지 …
어쨌든 외무부의 친절한 안내에 바로  여권 갱신 신청을 했었다
한국으로  여권이랑 신청 서류를 보낸 후 새로운 여권을 다시 일본 영사관으로 보내와야 하기에  한 달 정도 걸린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훨씬 빠른 2 주 정도 지나니 또다시 친절하게도 카톡이 왔다
여권 갱신이 완료되었으니 찾으러 오라고..
내 성격이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해 치워야지 미루는 성격이 아닌지라 바로 여권 수령을 위해 영사관으로 고! 고!

새 여권의 표지 색이 달라졌다
이제 앞으로 10년은 여권 갱신을 잊고 살아도 된다
10 년 후 또다시 외무부에서 친절한 카톡이 날라 오겠지

 

영사관에서 여권 수령을 한 후
20 분 거리인 시부야로 갔다
아침에 우리 집 자기야에게  오늘은 도시락을 만들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집 자기야가 점심 약속이 있으니 오늘은 도시락을 안 만들어도 된다는 말을 하지 않는 한 반드시 자기야의 도시락을 매일매일 만들어 주는 마누라가 “오늘 도시락  없어”라고 하니 별 다른 말 없이 그런가 보다 하고 출근한 우리 집 자기야


영사관 가서 여권을 수령 한후 점심시간에 맞춰  우리집
자기야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사 앞으로 갈테니까 괜찮으면 같이 점심 먹자도 했더니
그제야 우리 집 자기야는 내가 오늘 여권을 찾으러 갔고
그래서 도시락을 만들어 주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우리 집 자기야를 기다리는데
점심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동료들과 점심을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정장 차림의 직장인들을 보면서 20년도 훨씬 전에 서울에서 회사 다니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
나도 저들처럼 저랬는데 20년이 지나도 이런 풍경은 어찌 변함없이 똑같은지 …
그때는 나도 저들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었는데 그 빛나던
처자는 어디로 가고 50대 아줌마가 이렇게 서 있는지
그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참 세월 한번 빠르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나의 빛나던 이십 대를 추억하고 있는데 짠 하고 나타난 우리 집 자기야..
그래 내가 이 남자 때문에 여기와 있구나 생각하니 아침에 본 우리 집 자기야가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는 계획적이었지만 우리 집 자기야에겐 갑작스러운 점심 데이트를 했다

 

짧은 점심시간 한가로이 메뉴 고를 여유가 없어서 눈에 보이는 중국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매일매일 집에서 얼굴 맞대는 부부지만 갑작스러운 이런 번개 데이트는 어째 느낌이 또 다르다
와이셔츠를 걷어 부친 모습이 열심히 일 하다 나온 모습 같아서 쪼끔 멋있어 보였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 집 자기야가 아직 시간 괜찮다며
카페에서 커피 한잔 하자고 해서 카페로 이동
커피 한잔을 마신 후 멀리 남편 회사 앞까지 온 마누라를 보내기 아쉬운지 아직 시간 괜찮다는 자기야를 서둘러 회사로 들여보냈다
점심시간 훌쩍 넘기고 땡땡이쳤다고 잘릴까 봐 ㅋㅋㅋ
짧은 점심시간 번개 데이트였지만 짧지만 좋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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