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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너무나 소박한 크리스마스 이브의 만찬

by 동경 미짱 202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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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블로그에 글을 쓰는 내가 일주일째 글을 올리지 않았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후 지금까지 일주일째 글을 올리지 않은 것은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한다면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런데  왜 두문불출했냐고 한다면 너무 바빴고 너무 피곤해서 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의 직업은 케이크를 만드는 일이다. 12 월은 크리스마스가 있고 당연히 1년 중 제일 바쁜 때가 바로 12월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 나의 근무는 바로 야근이었다
이일을 20 년 가까이해 오면서 야근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쩌다 보니 올해는 야근근무를 하게 되었고 평생 야근 근무라고는 해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익숙하지 않은 야근에 많이 피곤했다
근무를 마치고 집에 오면 그냥 그대로 밥만 먹고 눕기 바빴다 그 와중에도 매일 수액을 맞아야 하는 모꼬짱을 병원을 데리고 가야 하니 하루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보내다 보니 어느덧 24 일이 지나 있었고
어쨌든 무사히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을 잘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5일 연속근무에 야근이다 보니 집안일이고 블로그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5일간 우리 집 자기야 얼굴을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퇴근을 한 후 집에 와서 뻗어 있는데 우리 집 자기에게서 메일이 왔다
오늘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어디 나가서 외식이라도 할까라고…
5일 연속 야근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나로서는 만사가 귀찮았고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예약을 하지 않고 어디 가서 제대로 외식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울 자기야에게 그냥 너무 피곤하니깐 오늘은 미안하지만 나가고 싶지 않다고 거절을 했다
거절을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래도 크리스마스이브인데…
어쩌다 보니 케이크를 만드는 여자를 마누라로 둔 죄로 매년 크리스마스는 있는 듯 없는 듯 보내야 했던 우리집 자기야에게 미안하다 생각이 들었다
야근 근무하는 지난 5일간 제대로 밥도 차려 주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집 자기야가 식사 준비를 대신해 주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인데 외식은 아니더라도 오래간만에 내 손으로 밥이라도 차려야겠다 싶어서 냉장고를 뒤져
있는 대로 저녁 준비를 했다


저녁 준비를 했다고 하니 뭐라도 제대로 챙겼나 싶지만 아니 전혀 …
장도 보지 않는 상태로 냉장고를 뒤져 만들다 보니 만들수수 있는 건 이 정도밖에 없었다

냉동실에 있던 갈아 놓은 고기 꺼내 볶아내고

연어랑 아보카도를 와사비와 간장에 무치고
그리고 끝!

나머지는 냉장고에 있던 밑반찬 꺼내는 걸로 끝!
어딜 봐도 크리스마스이브에 만찬 이라고는 할 수 없는
너무나 소박한ㅠㅠㅠㅠ

우리 집 자기야 외식 권유에 너무 피곤하다고 거절을 했었기에 우리 집 자기야는  당연히 나는 벌써 꿈나라로 빠져 들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혹시라도 마누라가 깰까 봐 불도 켜지 못한 채 조용히 뒤꿈치를 들고 들어오다가 깨어있는 마누라를 보며 깜짝 놀라는 우리 집 자기야….
내가 야근을 했던 지난 5일간 항상 그랬다
자기야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나는 잠을 자고 있었고 우리 집 자기야가 잠자고 있을 때 나는 일어나 출근을 했고 그러다 보니 5 일간 한집에 살면서 서로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지냈었다
자고 있다고 생각했던 마누라가 깨어 있는 데다가 저녁 밥상까지 차려 놓으니 저 소박한 크리스마스이브날의 밥상을 보고 밥을 차려 줘서 고맙다고 하는데
괜히 미안해지는 거 있지….
남들은 맛있는 것 이것저것 챙겨 먹고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앞에 두며 즐겁게 보내고 있을 크리스마스이브날…
크리스마스 분위기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밥상을 앞에 두고 이렇게 서로 마주 보며 앉아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았던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소박 했던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미안해서 어쩌지 마누라 직업 때문에 매년 크리스마스를 이렇게 보내네 ”라고 했더니
자기에겐 크리스마스가 딱히 특별한 날도 아니라고 의미 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올해도 크리스마스 시즌 너무 고생했다고 말해 주는 우리 집 자기야
오늘따라 너무 미안하고 너무 고맙고…

여러분!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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