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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시부모님 생각나게 하는 꽃 이야기

by 동경 미짱 2018.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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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 가을이다 

가을이면 우리집 마당에 피는 보라색 꽃이 있다 

난 이 꽃을 보면 울 시부모님이 생각난다 


오래전일이다 

시댁에 가서 시어머니랑 여기저기 쇼핑을 하다가  들린 홈센타 원예코너 ! 

홈센타 원예코너에서 꽃구경을 하고 있는데  

 항상 이 꽃을 보면 살까 말까 망설여져 

사고 싶긴한데 좀 비싸기도 하고 꼭 필요한건 아니니까 ..

 사고 싶음 사면 되죠 

제가 사 들릴께요 


좀 비싸기도 하고 ... 라고 하셨지만 전혀 비싸지도 않았다 

오래전이라 정확한 가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만원 하지 않았던것 같다 

 울 시어머님 몇 만원짜리 장어는 망설임 없이 사시면서 

만원짜리 꽃 모종 하나가 비싸다며 사기를 망설여지신다니 ..

하긴 사람마다 비싸다는 가치는 다르니까 

울 어머님 가치관으로 몇만원 짜리 장어는 비싸게 안 느껴져도 

(종합병원 관리 영양사 출신 답게  식재료는 아무리 비싸도 

 좋은 걸로  사 드시는 게  울 시어머님의  원칙이시다

조금 비싸도 수입산이 아닌 국산으로 ....)

만원짜리 꽃은 비싸다니 어머니에겐 비싼거라고 이해를 하고 

어머님이 갖고 싶다는 꽃 모종을 사서 시댁 마당 한구석에 심어 드렸다 


그 후 내가 사 드린 그 꽃이 이쁜 보라색 꽃을 피웠고 

시어머니는 꽃이 예쁘게 폈다며 고맙다고 전화를 주셨다 

만엔 투자를 해서 어머님이 매년 이 꽃이 필때마다 

꽃을 사 준 며느리를 떠 올리시겠지 ...




그리고 몇해가 지난후 어느날 시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짱 내가 너네 시아버지 때문에 못 살겠다 

 ??? ...... 

(뭔 일이시래 ... 싸우기라도 하셨나..)

 글쎄 아버지가 미짱이 전에 사 준 그꽃을 다 뽑아 버렸다 

 네? 왜요?


사연인즉 ...

평소에 집 안일이라곤 손 하나 까닥 하지 않으시는 큐슈단시 인 울 시어버지 

(일본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자를 큐슈 단시라고 한다 

큐슈 단시란 큐슈의 남자라는 말인데 

일본 큐슈 지방 남자가 일본에서는 보수적인 남자의 대명사로 불린다 )

어쨌든  집 안 일 손 하나 까닥 하지 않으시던 울 시아버지가 

 마당에  뭩 잡초가 그리 많냐고  당신이 잡초를  다 뽑고 마당을  정리를 하셨다고 하시더란다 

웬 일이래 무슨 바람이 불어 풀을 다 뽑았다냐 ..

어머님이  마당에 나가 봤더니  세상에나 바로 내가 사다 드린 그 꽃까지 

뿌리까지 깨끗하게 뽑아 버리셨다고....


 아버님이 집 안일 도와 주신다고 그러신건데 

어쩔수 없죠 뭐 

그게 아니라니까.. 

너네 아버지는 마당 정리 한다고 말은 그렇게 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게 아니야 

가끔  마당에서 골프 채 휘드르며 스윙 연습하는데

마당이 좁으니까 키가 크고 무성한 그게 방해가 되니까 뽑은 거야 

물론 잡초인줄 알고 뽑았다고 하지만 ...

내가 속상해 죽겠어 

이제 곧 꽃이 필 때인데 ....


 모르시고 그러셨다는데 할수 없죠 뭐 

울 집에 있는거  다음에 가져 갈께요 


 아냐! 그만 둬. 가져 오지마


  왜요? 그 꽃 포기 나누기 하면 얼마던지 번식 하는거라 괜찮아요 

저희 집에거 포기 나누기 해서 가져 갈께요 




시어머님에게 사 드리고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꽃이라는데 싶어서 

나도 한 포기 사다가 집에다 심어 두었었다 

사실 난 이 아이 이름도 모른다 

내겐 이 꽃은 그냥 시어머님이 좋아하느 꽃이다

이 아이는 키가 훌쩍 크고 굉장히 무성해 진다 

또 얼마나 번식을 잘 하는지 한 포기 심어두면 

옆으로 옆으로 점점  세력을 확장해 가서 감당이 안된다 

너무 자리를 많이 차지해서 더 이상 번식이 안되게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마당에 심어 둔걸 뽑아다 화분으로 옮겨 심었다 

보라색 꽃이 폭신 폭신 벨벳천 같은 고급 스런 감촉의 꽃이다 

꽃이 지고나면 뿌리만 남겨 두고 다 잘라 버려도 다음해 봄이 되면 

새싹이 나서 여름내내 키도 훌쩍 옆으로도 풍성하니 자라고 

가을 이맘때가 되며 꽃이 핀다 



마당의 화분에 한포기 심어두고  포기 나누기로 현관 옆 빈 공간에도 심어 두었다 

너무 무성하니 자라서 우리집 처럼 마당이 작은 집에는 

사실 좀 어울리지 않는꽃이다 


골프채 휘드르며 스윙 연습하는데 방해가 되었다는 

시어버지 말이 충분이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간다 



이맘때 이 꽃만 보면 

시부모님이 이 꽃 때문에 다투시던 그때가 기억이 나  웃음을 짓게 된다 


지금은  집안일이라곤 손도 까닥 하지 않으시던 

큐슈단시이시던 울 시아버지가  집안 일을 많이 도우신다 

지금은 아침 식사는 울 시아버지 담당이고 

커피 내리는 일도 울 시아버님 담당이다 


 아버님 예전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변하셨어요 

 세월이  변했는데 당연히 변해야지 

나도 힘 든데 그 정도는 해야지 


예전엔 상상도 못할 만한 시어버지의 변화다 

내일은 시댁에 전화를 드려야겠다 


 어머님 울 집에 그 꽃이 폈어요 

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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