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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한국 김장 그리고 일본 김장

by 동경 미짱 2018.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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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한국의 친정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응 아빠 


이 나이에 한국 친정에서는 막내인데다가 

20대에 일본에 오다보니 그때 그대로 내 정신 연령은 멈춰 버렸나 보다 

아직까지 아빠라 부르는 나이만 먹었지 철딱서니 없는 막내딸이다 


 내일 니 생일이라 전화 했지.

 응 내일이 내 생일이야?

우린 지난 주 토요일 양력으로 생일을 했어 

일본에선 매년 음력 챙기기가 힘들어서 ..

 그래 ? 니가 올해 몇살이지?

마흔 하나제?


헐 울 아빠 깍아도 너무 깍아서 내가 다 당황스럽다 

아무리 막내딸이라지만 울 아부지는 내가 어린줄 아시나 보다 

 

아빠는 내가 무슨 마흔 하나야


    아니가? 니가 오십하난가?


 아빠 그건  좀 너무 갔고 ..

아빠는 막내딸 나이도 몰라 


아니 울 아버지 오늘 왜 이러신다냐 ..


 우리 김장 했다 


옆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온다 


 몇 포기 했는데 ?


 많이 안 했다 40포기 


40포기라 .. 아마도 오빠네것 까지 같이 담았으리라 

40포기  적진 않지만  내가 어릴적 생각하면 작긴 작다 

내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내가 어릴적 초등학교때쯤인가 

우리집은 배추김치만 100포기 넘게 담았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 외에 동치미 등등 ..

울 아빠 장남이시라 할머니 모시고 살았었고 

우리 형제 셋이랑 장가 안 가신 막내 삼촌이랑 막내 고모까지 함께 

8명의 대 식구로 살았었다 


그때에 비하면 김장 40포기는 적긴 적다 



한국 친정집은 김장을 했다는데 나도 겨울 준비 김장을 끝냈다 

그것도 자그만치 10키로씩이나 ..

일본에서 김장을? 


얼마전 히로랑 같은 학교 다니는 한국 엄마 사랑맘 코부타님이 

우리집에 오시면서  배추 포기 김치를 가지고 오셨다

울 자기야 그 김치를 먹어보고 자기 입맛에 맛다며 얼마나 잘 먹던지 

그래서 나중에 코부타님에게 물었다

언니 김치 직접 잠그셨어요?

  아니 담그긴 샀어 

요즘 사 먹어도 맛있어


포기김치를 담아 본적이 없다 

일단은 결혼전 한국에서 한번도 김치란걸 담궈 보지 못한 실력이 

그 첫째이유이자 가장 큰 이유이고  

핑계를 대자면 일본 배추는 물이 많고 단 맛이 하나도 없으며 

일본엔 김치 절이는 굵은 소금이 없으며 등등등  ...

솔직히 이건 핑계다 

왜냐하면 물이 많고 달지 않는 일본 배추로  다른 한국 언니들은 잘만 

포기 김치를  맛있게 담그더라는 ..

고로 내 실력이 포기 김치 담글 실력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배추를  막 잘라서 막김치를 담아 먹었었다 


대충 막 담근 김치지만 울 자기야는 맛있다고 먹어 주었기에 

일본에서 19년을 살면서 아직까지 김치를 사 먹어 본 적도 없었다

신김치를 안 좋아하는 울 자기야 입 맛에 맞춰 

배추 한포기 혹은  많아야 두포기 사다가 조금씩 담궈 먹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김치를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자그만치 10키로나 ..

단촐한 식구에 김치를 얼마나 먹겠다고 10키로를 주문 했냐하면 

당연히 여기 저기 나눠 주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내가 대충 막 담군 김치도 만든 양의 절반 정도는 이리 저리 나눠주었었다 

내 주변엔 우리 이웃 사촌들도 그리고 회사 동료들도 

김치를 좋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여기 저기 많이도 아니다  조금씩만 나눠 줘도 절반은 없어진다 



10키로 배추 포기김치를 눈 앞에 두고 보니 괜히 뿌듯하다 

진짜 김장 김치를 한것 같은 기분이다 

울 자기야 역시나 맛있다며 아주 잘 먹었다 

고로 난 이제부터 배추 김치는  사다 먹기로 했다 



10키로 김치 나눠줄 봉지 봉지 만들다 보니 

딱 절반인 5키로 밖에 안 남았다 

뭐 또 시키지 뭐 

시켜 먹는거 참으로 간단하네 .. ㅎㅎ




배추 포기김치는 주문해 사다 먹더라도 

무우 김치만은 내가 담글려고 한다 

무우 김치 울 엄마가 알려 주신 대로 만들었더니 제대로 맛있다 

내가 배추 포기 김치는 못 만들어도 무우 김치랑 오이김치만큼은 자신이 

많이는 아니고 쬐께 있다  


커다란 무우 2개 소금에 절이고 있는 중이다 

마늘도 까 놓았고 찹쌀풀도 만들어 두었다 

내일 출근전에 버무려 놓을 예정이다 

물론 이 무우 김치도 여기저기 나눠 주다보면 아마 절반은 없어지겠지만 

이웃 사촌들이랑 회사 동료들이 마트에서 사 먹는 일본 김치보다 

한국 사람인 내가 만든 김치가 훨씬 맛있다고 해주니 

뭐 예의상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 한마디에 여기저기 나눠 주는 

난 정 많은  한국 아줌마다 


사랑맘 코부타님 소개로 사 먹게 된 배추 김치 

맛있긴 하다마는 울 엄마가 담그신 김장 김치가 먹고 싶다 

인터넷에서 주문한 배추 포기 김치 10키로 그리고 

커다란 무우 김치 2개로  우리집은 김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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