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 여기에 ..

일본 남자와 20년을 살았다

by 동경 미짱 2018. 12. 2.
반응형
728x170


 한국에서  만난 일본인 남자와 결혼이란걸  한지  20년이 지났다 

 결혼 후  한국에서 짧은 신혼을 보내고   일본으로 와서 

생활한지 19년 ..

강산이 딱 2번 바뀌는 기간이 지났다 

20년전 내가 일본 남자랑 결혼을 할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못했고 

내가 일본에서 살아 갈 거라고도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일본에 오기 전에 난  정말로 일본에 오고 싶지 않았다

어쩌다 일본인 남편이랑 결혼이란걸 했지만 난 일본이 싫었으니까 

할수만 있다면 한국에서 살고 싶었다 


그런데 20년전 한국은 한국 여자랑 결혼 한 외국 남자에게 

동거 비자란걸 내 주지 않았던 나라다 

한국 남자랑 결혼한 외국 여자에겐 동거 비자를 내 주면서 ...

남자랑 여자랑 차별 ? 

자기 나라 국민이랑 결혼 했는데 동거 비자를 낭 내 준다고?

한국 여자를 국민으로도 생각 안하는 거네?

아무리 흥분을 해도 불만이 있어도 어쩌겠나 

법이 그러다는데  ...

비자 없이 한국에 살 수는 없어서  남편을 따라  할 수 없이 선택한 일본 행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어쩔수 없이 일본으로 온 후 

2년인가 3년후 드디어 한국 여자랑 결혼한 외국 남자에게도 

동거  비자를 받을수 있게 되었다 

그때 2, 3년만 더 버티고 있었다면 아마도 난 지금 한국에서 살아 가고 있었으리라 

일본에서 살아 가는게 내 팔자 였나 보다 




막상 일본에 와서 살아보니 내가 그렇게 싫어 했던 일본이었는데

나쁘지 만은 않더라

처음으로 만난 일본인 자원 봉사자들( 문화관 일본어 교실)은 

다들 친절했고 한국인인 나에게도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아주 오래전 별자리로 보는 운세를 보았더니 

나의 행운의 나라가 일본이었던 기억이 난다

나의 행운의 나라가 일본이어서 였을까?

일본에 와서 19년을 사는 동안 거짓말처럼  아직까지 

단 한번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 본 기억이 없다 

19년을 일본에서 사는 동안 

한류의 시기도 있었고  혐한의 시기도 있었고

독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위안부 문제등  좋은 일도 나쁜일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19년을 일본에 살면서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한번쯤은  받았을법도 한 

차별을 한번도 받지 않았으니 

나의 행운이 나라가 일본이 맞긴 한가 보다 



일본이 남편인 우리집 자기야 

나 보다 2살 어린 남편이다 

울 자기야  일본 나이  24에 나를 만나

일본 나이 (만 나이) 25에 남자로서 조금 이른 결혼을 했다

우리집 자기야 나이가 어려서 였는지 아님 원래가 순둥이였는지 

결혼 할때도 순둥이였지만 

결혼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어전히 순둥이다

가끔 쇠심줄 보다 더 쎈  똥고집을 부릴때가 있지만 ...

울 친정 엄마는 그런다 " 남자가 그런 고집도 없으면그게 남자냐?"

울 친정엄마 말을 듣고 나서

 울 남편의 쇠심줄보다 더 쎈 똥 고집도 이쁘게 봐 두기로 했다 

 


시댁 문제라 ....

한국 남자는 결혼만 하면 갑자기 효자가 된다고 들었지만 

일본인 남편인 내 남자는 효자는 아니다 

일본인 시부모님 또한 우리에게 많은걸 바라시지 않으신다 

내가 썩 잘하지 못해도 울 친정 엄마의 반에 반에 

그 반에 그 반도 못해도 기본적인것만 해도 잘 하는 며느리란 소릴 듣는다 

가끔 전화 드리고 가끔 선물 보내 드리고 

많은 걸 바라지 않으시니 기본만 해도 잘 한다 소릴 듣는다 

제사가 없고 명절이라고 명절 음식을 만들고나 하지 않는다 

하나있는 시동생이랑 일본인 동서 

1년에 한번 볼까 말까이니 트러블이 있을래야 있을수가 없다 

시월드.. 시집 살이 그게 뭔지 모르고 살고 있으니 

무슨 며느리 팔자가 이리도 좋은지 모르겠다 

울 올케 언니가 내게 하는 말 

" 우리 셋중에 아가씨 팔자가 제일 좋은것 같아요"

(여기서 우리셋은 

각자 며느리 입장인 울 언니랑 올케 언니 그리고 나 )




일본인 남편인 우리집 자기야는 

집안일 많이 도와 주는 편인것 같다

다른 남자와 살아 보지 못했으니 비교는 할수 없지만 

결혼 20년동안  나는 화장실과 목욕탕 청소를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해 본적이 없다 

우리집에서는 남자들이 하는 일이다 

남편이 쉬는 날은 빨래를 널고 개는 일도 

설것이도 우리집은 남자들의 일이다 

예전엔 자기야 일이었지만 히로가 초등학교 고학년때부터 

히로도 아빠랑 함께 화장실 청소 목욕탕 청소 

그리고 설것이 빨래를 아빠랑 같이 하고 있다

아마 울 히로랑 결혼하는 미래의 나의 며느리님도 

평생 목욕탕이랑 화장실 청소는 안 하고 살거라고 

내가 보증 할 수 있다  


대신 우리집 두 남자 청소는 젬병이다 

잘 할려고도 안하지만 아무리 어질러져 있어도 

청소를 해야지 하는 생각이 안 드나 보다 

정리 정돈과 청소는 아예 우리집 두 남자에게 기대도 안 한다 

그냥 내가 하고 말지..


그럼 우리집 자기야는 뭐든 다 하니 내가 편할꺼라고 ?

우리집 자기야는 서류적인 일은 일절 안한다 

아니 솔직히 안 하는 건지 못 하는건지 모르겠다 

모든 금융적인 일은 다 내 몫이고 

우리집 외벽 도색작업이랑 지붕 교체 작업 하는데 

180만엔 (1800만원 정도 ) 드는 대 공사인데도 

회사 선정부터 계약서 작성  결재까지 온전히 내 몫이다 

심지어는 매년 회사에서 받아오는  연말정산  서류까지 

나에게 내밀면 끝이다. 

연말 정산 서류를 비롯 모든 문서 작성은 내 몫이다 


 자기야 자기는 일본 사람이고 난 외국인이거든 

이런 서류는 자기가 해야 하는거 아냐?


어?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 . 그냥 자기가 해 


안 하는 건지 못 하는건지 아직까지 모르겠다는 ..

우리집 자기야는 현장일 하는 사람도 아니고 

명색이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컴퓨터 두드리며

수많은 서류를 접하는  사람인데 

모르는건 말도 안되고 그냥 마누라에게 떠 넘기는 거라고 나는 확신을 하지만 

그냥 모른척 내가 하고 있다 

골치 아픈 일은 마누라에게  다 떠 넘기는 여우 같은 내 남자다 


결혼후 20년간 매일 자기야와 히로의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도시락을 먹고 나면 우리집 자기야는 

"오늘은 00 가 맛있었다 

오늘도 고맙다"  등등 .. 라인으로 보내 온다 

별것  아닌것 같지만 도시락 만들어 주는것에 대해 

작은 반응이라도 보내오니 그게 힘이 되어  난 오늘도  내일도 

매일 그렇게  도시락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나는 지극히 현실적인 여자라 스스로 생각을 한다 

울 자기야는 지극히 낭만적인 남자다 

성격적으로 정 반대 스타일 ! 

분면 울 자기야랑 나는 같은 혈액형인데 너무나 다르다 

그래서  난 혈액형으로 알아 보는 성격 같은게 의심스럽다.


국적이 다르고 당연히 언어도 다르고  살아 온 환경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

그런 일본인 남편이랑 20년을 큰 문제없이  알콩 달콩  살아올수 있는 이유 ???


자기야가 한국 말을 할수 있고  내가 일본말을 할 수 있지만 

말을 할 수 있다고 해서 다 통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너무도 다른 한국인 아내 일본인 남편인 울 부부는 대화를 많이 한다 

큰 일도 작은 일도 다 이야기 한다 

심지어는 각자 회사 일 까지 이야기 한다 

각자 업종이 달라 들어도 뭔 말인지도 모르지만 일단 다 이야기한다

회사에서 누가 이랬고 누가 저랬는데 

그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르지만 다 이야기 한다 

20년을 살아도 아직 까지 할 이야기가 많다 


대화 ... 이게 울 부부가 알콩 달콩 살아온 비결인것 같다



최근  자기야는 회사일이 넘 바빴다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하는데 

이번엔 내가 회사일로 너무 바쁘다 

따로 기념일을 챙길 수 없을만큼 ...

그래도 밥이라도 나가서 먹자며 자기야가 예약해둔 일식집에서 

둘이서 오붓한 식사를 했다 

지금 한창 기말고사 기간중인 하나 뿐인 아들 

고딩인 히로를 왕따 시키고 둘이서만 ...


20년이라 ...

앞으로 20년후 나는 아니 우리 부부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 가고 있을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 같이만 살았으면 좋겠다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