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들을 납치했다

참 바쁜 주말을 보냈다 

고딩인 히로 학교 공개 수업일이었다 

공개 수업이라고는 하지만 재학생 부모를 위한것이라기 보다는 

이번에 고입 수험생인 중 3 이랑 그 부모들을 위한 

학교 공개가 더 주 목적이다 

공개 수업 덕분에 토요일이지만   히로는 학교를 가야 했다

고딩 아들 공개 수업 굳이 갈 필요가 뭐가 있겠냐마는 

마침 히로 학교 근처에 갈 일이 있었다 

집을 지은지 15년째 여기저기 수리해야 할 곳들이 많다 

이번에 보일러를 비롯 해서 몇가지를  교체 하기로 마음 먹고 

두군데 회사 제품 견적을 받았는데 

지난번 린나이 전시회를 다녀  왔었고 이번 주말에 나머지 

한 회사의 전시회에 가서 직접 물건을 보고 결정할 예정이었는데 

마침 히로 학교 공개 수업날 그것도 히로 학교 근처에서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겸사 겸사 다녀 왔다 

일단 전시회 갔다가  마지막 수업시간에 맞춰 잠깐 수업 기웃 거리고

히로가 수업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히로 수업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자기야와 나는 히로를 납치를 했다 

웬 납치?? 

요즘 히로랑 같이 외출 할 일이 거의 없다 

울 아들녀석 바쁘기도 엄청 바쁘지만 얼마나 튕기는지 모른다 

이젠 엄마 아빠 따라 다니고 싶지 않은 나이란걸 알지만 

그래도 참 야속하다 싶을 때가 가끔 있다 

히로가 워낙 비싸게 구는 바람에 

덕분에 요즘엔 자기야랑 나랑 둘이서 외출이 많았는데 

이번 주말은 작정을 하고 히로를 납치를 한것이다 

아들 납치 작전은 순전히 우리집  자기야의 계획이다 

12월은 마눌이 너무 바쁘다는걸 알기에 

(다음 주말도 그 다음 주말도 나는 근무예정이다

고로 이번 주말이 가족 나들이의 유일한 기회이기에 ...)

반드시 이번 주말엔 가족 셋이서 함께 나들이를 하기 위한 납치이다

순순히 아빠의 납치 작전에 별 저항 없이 따르는 히로 ..

자기야가 히로를 납치한후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을 보기 위해서 어느 호수로 ..

이 호수는  일본 관동지역에서 제일 큰 크리스마스 트리로 유명한 곳이다 

게다가 자그만치 입장 무료라는 ...

학교에서 바로 납치 되어 온 히로 

 히로야 어때? 좋아?

 어...

쫑알 쫑알 말이 참 많았던 아이인데 요즘은 말이 영 짧다 

예전에 말이 너무 많을땐 무슨 사내 녀석이 이렇게 말이 많냐고

뭐라 했었는데 요즘엔 말이 짧다고 뭐라 하게 된다

말이 많아도 뭐라하고  말이 짧아도  뭐라하고 

울 히로 별난 엄마 때문에 니가 고생이 많다 ..

관동지역에서 제일 크다는 바로 그 크리스마스 트리다 

크긴 정말로 크더라는 ..

크리스마스 트리가 튼 것은 둘째치고 

저렇게 큰  나무가 호수 앞 넓은 잔디밭위에서 덩그러니 

자라고 있는게 더 신기했다 

호수를 가로 지르는 다리 위에도 전부 일루미네이션 으로 반짝 반짝 

저 다리 위를  일루미네에션 터널을 걸어서 건널수도 있다

 물 위에 비치는 빛도 반짝 반짝  이쁘다

호숫가의 갈대도 어째 분위기가 괜찮다 

남편이랑 아들이랑 그리고 우리집 여수 모꼬짱까지 

함께 거니는 호숫가의 밤..

참 좋다 ..

호수답게 커다란 분수가 빛과 함께 

너울 너울 춤을 추고 있더라는 ...

신나는 음악과 공연이 있고 야다이의 먹을 거리가 있고

그리고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된 화려한 전차도 있고 

요즘 엄청 튕기는 히로 때문에 가족 사진이 없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가족 사진도 찍었다

울 모꼬짱은 고개를 푹 숙이는 바람에 뒷통수만 살짝 보인다 

요즘은 어딜가도 김치를 안파는 곳이 없다 

오코노마 야끼도 먹고 일본식 팥죽도 먹고 감자 버터 튀김도 먹고 ..

감자가 진자 크다 

남자 어른 주먹보다  더 큰  감자를 튀김옷에 입혀 튀긴후 

소금을 살짝 뿌리고 버터를 듬뿍 올린 감자버터 튀김 

보통은 감자 버터랑 구워서 팔지 않나 ?

감자를  삶은후 튀김옷을 살짝 입혀  가볍게 튀긴 

감자 버터는 처음 먹어 보았는데 진짜 진짜 맛있었다 

어디가는 줄도 모르고 납치 되어 온 히로도 좋단다 

항상  비싸게 굴더니만 엄마랑 아빠랑 사진도 찍어 주고 

추워 하는 모꼬짱 품안에 안아도 주고 

학교 수업 마친후 어디 간다 언질도 안주고 납치해 오길 정말 잘 했다 싶다 

미리 이런데 있는데 갈래? 말래? 하다보면 

이런 사정 저런 사정 따지다 보면  의외로 쉽지 않을때가 많은데 

이렇게 사전 언질없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훌쩍 떠나오는것도  의외로 넘 좋다 

갑자기 자기야에게 납치되어 온 나들이지만 

이런 납치라면 얼마든지 대 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