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지만 난 출근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주말인지라 케익만드는 일을 하는 여자가
쉰다는건 절대 불가능이다
역시나 이번 주말은 너무나 바빴고 고로 피곤하다
일을 마치고 녹초가 되어 집에 돌아 오니
히로는 피곤하다고 자고 있고
울 자기야는 일 하고 온 마누라에게 수고했다며
직접 커피콩을 갈아서 커피를 내려 마누라에게 대령을 한다
전날 히로가 수학여행지에서 사 온 오미야게(선물)이다
明太子 명태알을 사 왔다
금방 지어 낸 따뜻한 흰쌀밥이랑 함께 먹기위해
이건 바로 냉장고로 직행
그리고 두 종류의 카스테라
기본 카스테라랑 맛챠 카스테라를 사 왔었다
히로가 워낙 맛챠을 좋아한다
아마도 맛챠 카스테라는 히로 본인을 위해 사온게 아닌가 싶다
자기야가 내려 준 향기로운 커피 한잔에
히로가 수학여행 선물로 사온 달달한 카스테라를 먹으니
근무로 피곤했던 피곤함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별것 아닌걸로 행복감을 느끼는 나는야 소박한 여자다
커피 한잔을 다 마시는 동안 히로는 누워는 있는데
자는듯하게 보이진 않는다
수학 여행갔다오면서 감기에 걸려 왔었는데 감기가 심해졌나
몸상태가 별론가
말을 걸어도 불퉁 ... 잠이 온다는 핑계를 대는데
잠을 자는게 아닌것 같은 느낌이 엄마인 나에게 전해져 오고
이 녀석이 왜 이러나 괜히 눈치를 보게 된다
진짜 잠이 오면 조용히 자기방에 가서 자면 될텐데...
울 자기야 피곤에 지쳐 돌아온 마누라에게 커피 한잔이랑
달달한 카스테라 먹이며 기분 좋게 해 주더니
오늘 세차도 다 했고
부억 렌지 환풍기 청소도 다 했어
내일은 창문 청소를 할까 해
연말이면 하는 연중 행사다
집안 대 청소 !
그려 ... 마누라 돈 벌어 오는 동안 울 착한 남편 대청소도 시작했고
에고 이뻐라 ...
마누라 기분이 살짝 좋아진걸 본 울 자기야 아무일 없다는듯 툭 던지는 한마디
히로 오늘 지갑 잃어 버렸대
???? ..... !!!!!
너무나 아무일 없다는 듯 툭 던지니 처음엔 무슨말??
잠시후 아! 지갑을 잃어 버렸다고...
어디서? 왜?
접골원 갔다 오다가 가방 쟈크를 안 닫았나봐
열린 가방에서 떨어졌는지 지갑이 없다네 ...
히로는 테니스를 무리하게 해서인지 요즘 허리 상태가 안 좋다고 해서
접골원 가서 맛사지와 물리 치료를 하고 있다
나랑 자기야랑 이야기 하는 동안 히로는 눈을 감고 자는척을 하는건지
아님 속이 상한건지 불퉁 스런 표정
접골원에서 오는길에 편의점 들렸더니 지갑이 없더라네
2, 3분 거리라 돌아가 봤는데 없다고 ..
그 2, 3분간 누가 주워 간 거네
갑자기 열이 확 올라 오는데 이상하리 만큼 화가 안난다
사실 히로는 초범이 아니다 딱 1년전 지갑을 잃어버린 전과가 있다
그때는 지갑이 아니라 가방채 잃어 버렸었다
쇼핑 센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그대로 나와 집으로 돌아온후에야
가방이 없다는걸 알았었다
그 사연은 요기 아래 클릭
작년 11월 일이니 딱 1년전이다
1년만에 또???
지갑에 뭐뭐 들었는데 ..
그제서야 일어나 앉는 히로
역시 잔게 아니라 엄마의 폭풍 잔소리를 피해 자는척 한것 같다
현금은 얼마 안들었고 학생증이랑 은행카드
의료보험증이랑 파스모(교통카드) ....
내가 작년에 한번 잃어버리고 난후 얼마나 신경을 썼는데
나 정말 왜 이러는지 몰라
난 정말 안되나 봐
엄마가 뭐라 하기 전에 괜히 지가 먼저 자책하며 선수를 치는 히로
이 녀석이 아주 아주 고단수네....
며칠전 수학 여행가기 전날 히로에게 용돈을 주기 위해 히로 지갑을 열어 보았었다
수학여행에 쓸 용돈외에 히로 지갑에 만엔(10만원)이 들었길래
너무 현금이 많이 들었다며 내가 만엔짜리 하나는 집에다 두고 가라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게 했었다
그리고 가지고 간 돈은 수학여행때 거의 다 쓰고 현금이 얼마 안 남았었다고 한다
그날 내가 먼저 지갑을 확인한 덕분에
그 만엔이라도 지킬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뭐 .. 현금 얼마 안 들었으면 돌아 올지도 모르겠네 ...
근데 그게 언제가 될지 모르는게 문제네 ...
작년 히로 가방을 잃어버린후 돌아오기 까지
딱 한달이 걸렸었다
가방이랑 지갑이 한달이 지난후에 돌아온것 만으로 감사한 일이지만
뭐가 그리 오래 걸리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간다
한달만에 경찰서에 집으로 엽서가 왔었다
신분증 가지고 본인이 직접 찾으러 오라고 ..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지갑안에 신분증이 다 들었는데 무슨 신분증??
게다가 지갑이 돌아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데 한달동안 어떻게 기다려
그 사이 은행 카드 정지시키고 재발급
학생증 재발급 파스모 재발급 등등
할 것 다 하고 난후 한달만에 돌아 왔었는데 ...
초범도 아니고 재범인데 나의 불같은 성격상
진짜 폭풍 잔소리를 쏟아내야 정상인데 거짓말처럼 화가 안난다
아마도 우리집 두 남자의 작전에 내가 넘어간것 같다
오늘 근무는 너무나 바빴고 고로 나는 너무나 피곤했고
고로 조그만 일에도 짜증이 확 나야 정상인데
게다가 초범도 아니고 전과가 있는 재범인데 화가 안난다
회사에서 오자마자 지갑 분실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향기로운 커피 한잔과 달달한 카스테라를 먹여 마누라 기분을 좋게 한후
아무일 아니라는듯 툭 한마디 던지는역할은 자기야의 역할
히로는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나쁜건지
잠이 오는건지 불퉁한 모습
엄마가 아들녀석 눈치 살살 보게 만든후
아빠랑 엄마의 대화를 듣고 불호령이 안 내릴것 같은 분위기 파악후
일어나 앉아서 지갑을 잃어버린 자기 자신을
스스로 자책하면서 엄마의 불호령 피해 가는 건 히로의 역할
아마도 둘이서 작전을 짠것 같다
난 우리집 두 남자의 연합 작전에 말 그대로 홀라당 넘어간것 같다
뭐.... 화가 안 난다
잃어버린거 어쩌라고
화 낸다고 뭐가 달라지나?
그나저나 한달을 기다려야 하나
아님 건강보험증을 포함 기타 등등을 재 발급 해야하나
아니 한달후에 돌아 오긴 돌아 올려나 ....
지갑을 잃어버리고 돌아온 아들녀석에게 화도 안내고
아무일 없었다는듯 남의 집 일인듯 그렇게 넘어갔는데
지금 생각하니 내가 진짜 두 남자에게 당한것 같다
뒤늦게 내일 히로에게 잔소리를 해? 말어?
아니 그럼 내가 너무 속 좁은 여자처럼 보이겠지
여수같은 우리집 두 남자에게 내가 제대로 당한것 같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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