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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의 일상 /사람들..

일본의 한지붕 두 살림

by 동경 미짱 2019.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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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올린 글의 그 뒷 이야기다 

이웃 사촌 유미상과 정말 오래간만에 런치를 했다 

스무살 큰 아들 유헤이 군이 갓 스무살이 되자마자 

임신한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와서 결혼식 없이 혼인 신고만 한 채 

유미상 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그리고 작년 5월에 딸을 낳아 나 보가 세 살 많은 유미상은  

젊은 할머니가 되었다 

최근  유미상도 바빴고 

나도 바쁜척 하느라 (아니 사실 요즘 좀 바쁘다 )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아서 

유미상과의 런치는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유미상과의 런치 이야기를 하기전에 

먼저 나의 직장동료 중 가장 절친인 내 블로그에 

가끔 등장해서 아시는 분들은 아실  나 보다 두살 어린

미치꼬상  이야기를 먼저 할까 싶다 


미치꼬상은 스무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한 세 아이의 엄마다 

나 보다 두 살 어리지만 이른 결혼으로 세 아이중 

 막내가 벌써 스무살이다 

미치꼬상네는 부부와 성인인  아들 둘,  딸 하나 

그리고 70대 후반의 시부모님이랑 동거를 하고 있다 


2층 짜리 크지 않은 조그만 단독 주택에 살고 있는데

현관도 하나 욕실도 하나고   부엌도 하나의 다세대가 살수 있는 집이 아닌 

 한세대를 위한 집이다 

단독이라곤 하지만 1, 2층 다 합해서 30평 정도 되는 집에 

성인 일곱명의 대 식구가 살고 있다 


미치꼬상은 정사원으로 일을 하면서

 시부모님까지 모시며 대단하다고 했더니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을 뿐이지 

모든걸 따로 하니 힘들게 없다는 미치꼬상 

그게 무슨 말이냐 물었더니 

시간을 정해서 시부모님이랑 따로 식사 준비를 한다고 했다 

미치꼬상은 자기 가족 5명 식사만 만들어 먹고 

시부모님은 미치꼬상이 없는 시간에 따로 두 분이서 

밥을 해 드신다고 ..

미치꼬상이 다 만들어 두고 따로 챙겨 드시는게 아니라 

아예 장 보는것 부터 밥 만드는것 까지 

따로 따로라서 한지붕 아래 작은 집에 살면서 

얼굴 맞댈일도 잘 없다고 했다



미치꼬상 이야기를 듣고 혹 시부모님이랑 사이가 나쁘나?

아무리 사이가 나빠도  30평 정도의 작은 집에서 

같은 현관, 같은 부엌, 같은 욕실을 쓰면서 안 부딪칠수가 있나?

차라리 아침은 시부모님이 만들고  저녁은 미치꼬상이 만들고 해서 

각자 알아서 챙겨 먹는게 더 좋지 않을까?


예를 들어 찌개를 끓이면 시부모님이 만드는 것 

미치꼬상이 만드는것  냄비도 2개여야 하고 ....


미치꼬상 이야기를 듣고  좀 특별한 가족이구나 했었다 


 


다시 이웃 사촌 유미상과의 런치 이야기로 돌아가


정말 오래간만에 유미상과 하는 런치라 이야기 거리도 많았다 

맛난 음식 먹어야 하고 수다도 떨어야 하고 

정말 입이 2개였으면 좋겠다 싶을정도로 

먹으랴 말하랴 입이 참 바빴다 

즐거운 런치 시간을 슬슬 마무리 하면서 

주부라면 항상 하는 고민 


 오늘 저녁 뭐 만들지..

내가 지금 배가 부르니까 아무것도 만들기 싫다 


 난 오늘 카레 만들까 봐 


유미상네는 사람이 많아서 카레를 만들어도 

엄청 많아 만들어야 겠네 

어른만 여섯이잖아 


유미상네는 우리집에서 한집 건너 이웃집에 사는 이웃 사촌이다 

우리집이랑 거의 비슷한 크기의 단독주택인데 

우리집엔 3식구가 사는  집에  유미상네는 7명이 살고 있는 것이다  

난 3식구가 살아도  3식구 밥을 하는데도 

부엌도 좁게 느껴지고 설겆이 그릇들도 많게 느끼는데 

7명 대 식구이니 그 밥을 다 어찌 할까 

나라면 엄두도 나지 않을것 같다 




유미상 집은 유미상은 파트 타임으로 주 4일 정도 일을 하고 있고 

유미상 며느리는 출산 10개월차의 전업 주부이다 


  유미상네는 며느리가 요리 안해?

하긴 하는데 자기네 식구들 것만 만들어.


 ???


  유헤이(큰 아들 )는 자기네들 끼리 따로 만들어 먹어

난 우리 식구들(남편이랑 둘쨰 아들 과 딸) 것만 만들어


 부엌이 하난데  매 끼니 따로 만들어 먹으면 안 힘들어 ?


아니  그게 더 편해 

난 우리 식구만 챙기면 되니까..


 많이 만들어 놓고 알아서 챙겨 먹는게 아니라 

아예 따로 만드는 거야?


 응  아님 내가 걔네들것 까지 

어른 6명 밥을 한다고 생각해 봐 

그게 더 힘들지


뭐 다른집이야 어떻게 살건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지만 

유미상 입에서 나온 말 중에  이해 하기 힘든 말이

 

" 며느리는 자기들것만 만들어서 따로 먹으니까 

우리가족 것만 만들면 돼

각자 자기 가족들것 만드니까 그게 더 편해"


따로 살면 모를까 겨우 삼십몇평짜리 손바닥 만한 집에서 

7명이 머리 맞대고 같이 동거를 하면서 

너네 가족, 우리 가족 

이라는 가족의 구분이 나로썬 이해가 어렵다 

난 직장 동료 미치꼬상 가족이 좀 특이한 케이스인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의 이웃 사촌인 유미상 집에서도 

한 지붕 두 살림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글을 읽고 그게 더 편하고 좋다고 생각 하시는 분들도 

많을것 같긴 한데 

그건 일본 주택의 구조를 모르는 사람이 할수 있는 말이고 

아마도 일본의 일반적인 단독 주택 구조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구조의 집에서 성인 7명이 

그 부엌에서 따로 따로 자기 식구들 밥을 해 먹는다고 하면 ...


나 로썬 도저히 상상이 안간다 

아침 , 저녁 당번을 정해서 만든다면  차라리 그게 더 나을것 같은데


시부모님이랑  한지붕 아래 살면서 

각자 밥을 해 먹는다는 미치꼬상네

장남 가족이랑 한집에 살며 따로 밥을 해 먹고 산다는 유미상네   


한국사람인 내가 생각하는  내 가족이란 개념과 

일본인이 생각하는 내 가족이란 개념의 차이가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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