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20년을 살아 오면서
내가 가장 신세를 졌다고 생각하고
내가 가장 고맙게 생각하고 그러면서도
내가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분이 계신다
그 분을 처음 만난건 18년전 히로가 태어나기도 전
아니 가지기 전이었다
좀 복잡한 사연이 있어서 그 분이 한국어 편지를
번역해 줄 사람이 필요했고
마침 나와 그 분 양쪽을 아는 지인의 소개로 그 분은 만났었다
그 당시 50대셨던 다께노우치상
그 분은 나에게 편지를 한국어로 번역을 부탁하는 입장이라
나에게 신세를 진다고 생각하셨지만
돌이켜 보면 내가 더 많은 신세를 진건 분명한 사실이다
히로를 임신했을때부터 이것 저것 챙겨 주셨었다
내가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올때
히로는 10개월 된 아기였다
이사로 바쁘니 히로 봐 줄 사람이 필요할 거라시며
우리집까지 오셔서 하루종일 히로를 봐 주셨고
이사 하는 날 부엌을 못 쓸테니 밥도 못 챙겨 먹을거라시며
직접 도시락까지 만들어 오셨었다
그리고 해마다 히로의 생일날이면 꼭 생일 선물을 챙겨 주신다
히로가 초등 학교 입학할때 졸업할때
그리고 중학교 졸업
그리고 고등학교 입학때도 꼭 챙겨 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번역을 해 드린건
그 분을 알고 지낸 18년동안 열번 남짓인것 같은데
그 열번 남짓한 번역료 치고는 17년간 너무 과하게 받고 있다
이번 히로 생일을 맞아
마침 일이 있으셔서 교토에 가셨다가
히로 생일 선물이라며 교토의 과자들을 보내주셨다
야쯔하시라고 하는 교토의 대표적인 화과자
일본에서는 너무나 유명한 화과자이다
일본 사람치고 이 화과자를 모르면 말 그래로 간첩이다
너무 너무 얇은 반죽에 안에 팥 앙금이 들었다
일반적인 야쯔하시 시나몬 향이 포인트이다
그런데 이번에 그 분이 보내 주신것은 맛챠맛 이였다
맛짜맛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시나몬은 들어 있지 않았었다
대두가 원재료라는
귀엽고 앙증맞은 교토의 화과자
매년 히로의 생일에 선물을 보내 오시지만
정작 히로는 이분을 서너번 밖에 만나지 못했다
가까이 살지도 않고
그렇다고 만나지도 않으면서
한번 맺은 인연을 놓지 않고 귀하게 이어 가시는
이 분께 난 솔직히 뭘로 답례를 해 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
17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히로의 생일날
선물을 보내 주시는 그 분의 정성을
어찌 표현 해야 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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