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대입시험 한달여 남겨놓은 아들 아침밥도 안 챙겨주고
정말로 정말로 간만에 달콤한 늦잠이란걸 잔 수험생 엄마인 내가
아들 아침밥 안 챙겨준걸로 모자라
수험생 아들에게 아침밥 (아니 빵) 까지
가만히 앉아 받아 먹은 불량 수험생 엄마다
수험생이거나 말거나 가만히 앉아 남이 해 주는것
받아 먹는 아침은 너무나 맛나도 좋더라는 ..
현재 고교생 마지막 학교 정기 테스트인 기말고사 기간중인 히로는
엄마 아빠에게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어 주고는
시험공부한다며 2층 자기방으로 가고
자기야가 먹고 난 그릇 씻고 정리 하는 동안
나는 빨래 하고 (빨래는 세탁기가 했지만 ...) 널고
그러고 보니 어느새 12시가 훌적 넘었다
자기야 날도 좋은데 우리 오래간만에 00 호수에 안 갈래
바람도 쐴겸
모꼬짱도 데리고 ..
지금 ? 지금 가기엔 너무 늦잖아
지금부터 준비하면 1시 반이나 되어야 출발할수 있을텐데
별로 멀지도 않은데 뭐
한 40분정도면 갈 수 있어
갈수야 있겠지 근데 돌아 오는길 너무 막힐꺼야
00 호수를 간다면 아침 일찍 나갔어야지
그냥 오늘은 가까운데로 가자
그렇긴 하네. 돌아오는길 엄창 막힐꺼야 그치 ..
그럼 00녹지에 갈까?
모꼬도 데려 갈수 있고 ...
그러던가 ..
근데 모꼬 모꼬 모꼬..
마누라랑 바람 쐬러 나가고 싶은 건지
아님 모꼬짱이랑 나가고 싶은건지 영 헷갈리네 ..
마누라 뒤에 남겨주고 모꼬짱만 챙기는 울 자기야
예전엔 항상 내 손을 꼭 잡고 걸었었는데
이젠 우리집 자기야의 손은 모꼬짱에게 뺏긴지 오래다
그래도 ... 좋다 ..
요즘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넘 여유 없이 살았다
집에서 20분도 안 걸리는 곳에 이렇게 좋은 녹지가 있는데 말이지 ..
잠깐이긴 하지만 이렇게 나오니 넘 좋다
이제 정말 겨울이구나 싶은게
해가 넘 짧아졌다
겨우 2시를 넘었는데 해는 서쪽으로 한 기울어져 있다
마누라가 아닌 모꼬짱을 꼭 껴안고
벤치에 앉아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저 멀리 꼭대기만
살짝 보이는 후지산을 한참을 바라보는 울 자기야의 뒷 모습 ..
사진 한장 찍어 주고 비록 자기야의 무릎은 모꼬짱에게
양보를 했지만 난 자기야의 벤치 옆 자리를 채웠다
자기야의 무릎은 모꼬짱꺼
자기야의 옆 자리는 내 꺼
모꼬짱도 아빠 흉내를 내나
저 멀리 후지산을 바라 보는건지 아님
일광욕을 즐기는 건지 멍 때리며 앉아 있다
저 멀리 할아버지 라고 하기엔 조금 더 젊으시고
아저씨라 하기엔 조금 더 들어 보이시는 남자분
혼자 앉아서 책을 읽으시고 계시는데 참 좋아 보인다
요즘엔 죄다 손에는 스마트 폰을 들고 있는데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는 아저씨 ..
멋지시다
이 녹지엔 떡갈나무가 많은 편이다
덕분에 여기저기 온통 도토리가 굴러 다닌다
군데 군데 쏫아 오른 흙더미들이 여기 저기 참 많다
아마도 두더지가 파 놓은 흔적인것 같다
자기야 품에서 내 품으로 넘어 온 울 모꼬짱 ..
자기야의 품을 모꼬짱에게 뺏겼지만
자기야의 관심도 모꼬짱에게 뺏겼지만
내가 질투를 하기엔 너무 이쁜 그녀다
모꼬짱의 이 뛰어난 미모를 인정 하지 않을수 없다는 ..
예전엔 자기야랑 나의 데이트 할때
히로가 껌딱지 처럼 붙어서 방해를 했었다
이빨 사이에 낀 고춧 가루처럼 항상 엄마 아빠 중간에 끼여야만 했던 히로
중간이 아니면 절대 안되었던 히로
이제 히로에게 방해를 받지 않게 되었는데
지금은 모꼬짱이 히로의 바톤을 이어 받아
자기야랑 내 사이에 꼭 끼어 방해를 하는 이쁜 방해꾼이다
우리집 자기야의 모꼬짱을 바라보는 눈길이
너무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눈길 ...
자기야 나를 그런 사랑 스런 눈길로 본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나네
완전 모꼬짱에게 뽕 간 눈길인데 ..
무슨 소리야
내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스럽게 바라 보는데 ..
헐 ... 어디가 사랑스런 눈길 ??
뻔한 립 써비스란걸 알면서도 내가 넘어 가 준다
왜냐면 상대가 울 이쁜 모꼬짱이니까 ..
아주 잠깐이긴 했지만
자연속에서의 잠시의 힐링...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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