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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집에서 먹기

가을의 미각 밤으로 지은 밤밥

by 동경 미짱 2020.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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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내가 일본에서 제일 좋아하는 한국 언니야를 만났다 


내 블로그에 자주 등장하는 한국에서 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인데 


알고 지낸지 어느새 30년이다 


일본까지 이어진 30년 인연이 어디 보통 인연인가 싶다 


우리집이 흔히들 동경 중심가라고 하는 시브야, 신주쿠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의 변두리라면 


언니야의 집은 동경 중심가에서 30분도 안 걸리는  땅 값비싼 


동네에 산다 


우리집은 쪼끄만 일반적인 일본의 단독 주택이라면 


언니야 집은 얼마나 큰지 가늠이 안된다 


골목에 들어서면 보이는 저 끝까지 다 언니네 담장이다 


세상 부러울것 없는 땅 부자네다 


얼마나 집이 큰지 집 안에  감나무 유자나무 모과나무 등등


은 있다고 치더라도 집 뒷마당에 밤나무도 있다 


땅 값 비싼 그 동네에서 집 마당에  밤나무가 있다니 


도대체 집이 얼마나 큰거냐고???


부러우면 지는 거다 절대 부러워 하는거 아님 !!!!!


하지만  솔직히 부럽다 ㅎㅎㅎㅎ


어쨌든 땅부자집 맏며느리인 그 언니가 우리집에 놀러 오면서 


시어머니가 뒷마당에서 주어다 놓은 밤을   


나 줄려고 시어머니 몰래 담아 왔다고 한다 






가을의 미각!  밤이다 


요즘 마트에 가면 밤이 많이 나와 있긴한데 


절대 착한 가격이 아닌지라 그냥 보기만 하고 사지 않았었는데


한보따리 밤을 받았다 





 일부는  주말에 마당에서  바베큐를 하면서 


군밤으로 구워 먹었지만 그래도 많은 양이라 


신문지 깔고 앉아 열심히 밤을 깠다 


삶은 밤도 맛있긴 하지만 우리집 두 남자가 좋아하는 건 


밤밥이기 때문이다 


한 두개도 아니고 많은 양의 밤을 까는게 넘 힘들다 ㅠㅠㅠㅠ






고생 고생 하면서 깐 밤으로 밤밥을 지었다 


보통 밤밥은 밤만 넣고 만들지만 


우리집 두 남자가 워낙 찰밥(팥밥)을 좋아하는 지라 


팥을 넣고  밤도 아낌없이 듬뿍 넣고 지었더니 


찰진 찰밥과 고소한  밤의 조화가 아주 절묘했다


압력밥솥에 6인분을 만들었는데 


맛 있다며 자기야랑 히로가 두 그릇을 해 치우고 


다음날 우리집 자기야의 도시락에도 넣고나니 


하루만에 동이 났다 


그리고 저녁에   현미밥을 내 놓으니 


  밤밥 벌써 다 먹었어 ?


나는 쪼끔 밖에 안 먹었거든 자기야 히로가 다 먹었잖아 




뭔 걱정인가 


언니가 밤을 얼마나 많이 가져 왔는지 아직 밤이 많이 남았다 


그래서 또 밤팥밥을 만들었다 


또 자기야랑 히로는 두 그릇씩 뚝딱 ! 


하지만 


아직 밤이 남았다 


그래서 또 만들었다 


그렇게 1주일 동안 밤팥밥을 3번이나 (전부 6인분씩) 만들었다 


일주일에 밤팥밥을  자그만치 18인분을 해 치우고도 


절대 질리지 않는 다는 우리집 두남자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살 찌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듯 하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쉽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밤이 바닥이 났다 


이젠 우리집 두 남자 밥을 두 공기씩 해치우진 않겠지 


일주일간 무리해서 먹었으니 앞으로 일주일간은 


관리 좀 하자는 핑계로 저녁 밥상은 가볍게 가볍게 만들까 싶다   


우리집 두 남자 밥상이 부실하다고 꿍시렁 꿍시렁 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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