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커피를 좋아하고 그래서 커피에 관심이 많은
우리집 자기야였다
언젠가 커피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다고는 했지만
평일에는 직장 다니랴 쉬는 날엔 테니스 하러 다니랴
좀처럼 시간이 없어서 생각만 하고 있던 우리집 자기야인데
지난번 자기야 생일날 내가 직접 만들어 선물한 커피 스텐드가
우리집 자기야의 커피 사랑 열정에 불을 지폈다
커피 전문점에서 직접 로스팅한 커피콩을 찾아 다니고
이것 저것 사 모으더니 언젠가 한번은 저울을 사고 싶다고 했었다
커피 내려 먹는데 무슨 저울까지 사냐며
저울 사는거야 간단하지만 처음 몇번이지 결국은
쓰지 않게 되고 애물단지가 된다고 내가 반대를 했다
처음 몇번만 쓰니 나중엔 안 쓰게 된다니까
짐 되니까 사지 마
자기가 몰라서 그래 0.1그람까지 재는거라
일반 저울이랑 달리 작고 납작해서 정리도 간단해
내가 케이크 만드는 사람인데 그런 저울도 모를까
아무튼 필요없어. 커피 내리 마시는데 무슨 저울이야
나는 반대일세...
그래서 포기하는가 했는데
어느날 집으로 배달된 조그만 택배상자
열어보니 세상에나 작은 저울이 떡 하니 나온다
이 남자가 결국은 사고야 말았다
저울에 타이머까지 달려있다
커피 한잔 내려 마시는데 타이머가 왜 필요하냐니
내가 몰라서 그렇단다
다 필요하단다
고집쟁이 이 남자를 내가 어찌 이길까
"그래 니 맘대로 해 보세요" 다
저울이 뭐라고 아주 좋아 죽겠단다
무게에 타이머까지 설정하면서 내린 커피
나야 자기야가 내려 준 커피 가만히 앉아서 마시기만 하면 되니
뭐가 문제일까 마는 커피 한잔 마시기까지의 노정이 참으로 길다
우선 콩을 무게를 재서 갈고
뜨거운 물을 커피포트에 부어 온도 유지를 위해 따뜻하게
데핀후에 물의 무게까지 재면서 커피를 내리고
게다가 타이머까지 재어 가며 물을 내리는 시간까지 재고
커피를 내리는 동안 커피잔에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잔을 데펴 놓고
글로 써 내려가니 더 복잡하고 길게 느껴진다
어쨌든 이렇게 기다림 끝에 마시는 커피 한잔 !
내 손을 거치지 않고 남이 내려준 커피 가만히 앉아
받아 마시기만 하면 되니 좋긴 하다만은
진짜 별나다 울 신랑 ㅠㅠㅠ
저 귀찮은 작업을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다
왠만하면 귀찮아서라도 커피 머신으로 내려 마시겠다마는
우리집 자기야는 저 작업 자체를 좋아 하는것 같다
주말에는 하루에 3번이나 저 과정을 거쳐 내려 마신다
어떤 커피 콩으로 내릴지 선택하는 것도 재미있어 하는것 같다
아침엔 가볍게 로스팅한 커피 콩을 내려 마시고
오후엔 많이 볶아 약간 쓴맛이 강한콩으로
그리고 저녁엔 중간정도 로스팅한 콩으로 ...
그런데 이 남자 어제 저녁에 하는 말이
이젠 온도계만 사면 완벽해
뭐 ??? 온도계라고 ???
히로야 아빠가 온도계도 사야겠단다
헐 ... 아빠 내 생각에는 그건 진자 필요가 없어
무슨 소리야 온도가 얼마나 중요한데
무슨 이과 실험이라도 할려는 거야
온도계는 진짜 아니다
온도 유지가 중요하다고해서 커피포트도
온도 내랴 가지 말라고 동으로 된걸 샀잖아
자기야 내가 저울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온도계는 진짜 아니다
......
나랑 히로의 공격에 아무말이 없다
하지만 나는 이 남자 성격을 안다
며칠후 아마 또 택배가 올 것이다
실력없는 목수가 연장을 탓한다고 했던가
모든걸 갖춰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 남자
어쩌겠나 내 남자인것을 ....
그래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말 해 본다
자기야 온도계는 진짜 아니다
나는 반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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