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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회사에서 먹는 부침개가 꿀맛인 이유

by 동경 미짱 2020.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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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쯤 한국인 후배 한명이 입사를 했다 

나보다 아홉살이나 어린 그래서 내 눈엔 

귀엽기도 하고 아이고 쟤를 언제 키우나 .. 싶기도 하고 

마흔살이나 된 다 큰 어른을 키우긴 뭘 키우냐고??

그녀는 일본으로 유학 왔다가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같은 유학생인 한국인 남학생의 꼬임에 넘어가 

일치감치 결혼을 해 버린 그래서 지금은 세 아이의 엄마다 

그러니 일본생활도 꽤 길고 나이도 마흔이지만 

아직 너무 순수하다 

일본에 오래 살았지만 아직 일본 사회를 모르고 

일본에 오래 살았지만 아르바이트 한번 안 해 보고 

엄마로 아내로 살아와서 일본에서의 직장생활을 잘 하는 방법을 모른다 

일본에 오래산것 치고는 너무나도 한국적인 사고 방식을 가진 그녀이기에 

입사 1년만에 여러 사람들과 크고 작은 트러블을 일으키고 있다 

그때마다 그녀의  이야기 들어주고 상담해 주고  조언해 주고 ..

실제 나이는  마흔이지만  천진난만한 스무살 같은 그녀다


내가 출근을 하자 그런 그녀가 나에게 와서 

귓속말로 속닥 속닥 

 언니 나 부침개 부쳐왔어요 . 냉장고에 넣어 뒀으니까 

이따가 먹어요

진짜?

 부추랑 파 내가 직접 마당에서 키운거에요 

 어머 그렇게 귀한걸 가져 왔어 . 고마워 잘 먹을께


그녀 또한 나처럼  단독 주택에 살고 있다 

크지 않은 작은마당 구석에 취미로 심은 부추랑 파가 

그리 많은 양도 아닐텐데 그녀의 가족이 다섯인데 

고맙게시리  내 몫까지 챙겨 왔단다 


 


한참 일을 하다가 배가 살짝 고파진 휴게시간 

그녀의 부침개 

오징어를 듬뿍 넣고 구운 부침개를 휴게실 전자렌지에 

살짝 돌려서 먹었다 

나 또한 그녀처럼   한국에서 밥도 제대로 안 해보고 살다가 

 일본에 온것이라 뭘 모르고 시작한 일본살이였었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 난 부침개는 금방 부쳐서 뜨끈할때 먹어야 한다는 주의다 

혹  집에서  부침개 부치다  한번에 다 먹지 못할정도로

양이 많거나 남으면 뜨끈할때 바로 이웃 사촌들에게 나눠 준다 

왜? 식으면 맛 없다 생각 했으니까 

내 사전에 부침개를 데펴 먹는일은 없었다 

회사 후배가 구워온 부침개 어쩔수 없이 데펴 먹었는데 

"어라?? 맛 있잖아 

부침개를 데펴 먹어도 맛있구나 ... "

란걸  이 나이에 처음 알았다 



게다가 난 부침개는 항상 양념장과 함께 먹었다 

부침개 반죽에는 소량의 소금 으로 살짝 밑간만 해서  

심심하게 구워서 양념장에 찍어 먹는게 나의 부침개 스타일이다 

그녀의 부침개에는 양념장이 없었다 

양념장 없는 부침개는 나에겐 낯설다 

그런데 ...

어라 맛있네 

부침개 반죽에 간을 맞추었는지 간도 딱이고 

양념장 없이도 맛있게 먹었다 


남이 해 주는건 뭐 든지 맛있는 법이라지만 

이 부침개는 그걸 떠나서 내 인생에서 부침개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부셔 버린 부침개였다 

부침개는 식어도 맛있고 

부침개는 양념장 없이 먹어도 맛 있고 ....


이래서 사람은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을 하나보다 

자기가 아는게 전부인줄 아니까 


같은 한국 사람이면서도 같은 부침개인데도 이렇게 다르다니 ...

게다가 그녀는 한국에서 나와 같은 지역  출신인데도 

내가 알고 있던 부침개가 전부가 아니었다는 새로운 사실 

한참 근무를 하다가 배가 고파올 시간이라서 

남이 해 주는 건 무조건 맛있으니까 

그녀의 부침개가 맛있다고 느껴진건 아니라 

진짜 그녀의 부침개는 맛 있었다 


나중에 그녀에게 부침개를 어떻게 굽는지 

그녀의 방식을 물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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