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그것도 조금이 아니라 아주 아주 많이
게다가 바람은 또 어찌나 불던지 마치 태풍이라도 온 것 같은 하루였다
이런 날은 그냥 집콕이 최고인지라 아침 겸 점심을 간단히 챙겨 먹고
우리 집 자기야가 커피를 내리고 있는데 누군가 찾아왔다
회사 후배 중 한국인이 있다
40대 초반의 윤짱인데 이 비바람을 뚫고 양 손 가득 바리바리 싸 들고 우리 집 방문
윤짱이 어제 둘째 애 학교에 갔다 오는길에 아는 할머니가 텃밭에서 일을 하고 계시더란다
텃밭 옆에 달래가 가득 있길래 할머니에게 달래를 캐도 되냐고 물어본 후 달래를 가득 캤다고 한다
달래를 캐고 돌아 올려고 하다 보니 할머니 혼자서 힘들게 잡초를 뽑고 계셔서
1시간 정도 함께 잡초를 뽑아 드렸다고 한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밭에서 이것 저것 챙겨 주셨다고 한다
낼 회사에서 만날텐데 회사에서 주면 될텐에 이 비바람을 뚫고 왔냐고 하니
후배 왈 " 조금이라도 더 싱싱할때 언니 줄려고 가져 왔죠. 내일이면 시들해 지잖아요 "
아이고 선배 생각 끔직한 이쁜 내 후배 ㅎㅎ
시금치
달래는 다듬어서 달래장을 만들었다
내가 달래를 보고 제일 먼저 달래장을 만든 이유
제일 간단하고 또 오래 보관이 가능하다는 단순한 이유에서다
물론 맛도 좋고
내일은 콩나물 사다가 달래장으로 콩나물 비빔밥 만들어야지
알타리 무우처럼 생기긴 했는데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일본에서 잘 보지 못하는 아이인지라 이 아이의 정체를 모르겠다
일본 마트에서 알타리 무를 본적이 없다
일본은 알타리 무가 없는 대신 가부(순무)를 무지하게 많이 먹는다
한국 인터넷에서 순무를 검색했더니 보라색 순무가 대부분이던데
일본은 이런 하얀 순무를 아주 즐겨 먹는다
오히려 일본에서는 보라색 순무를 보기가 어렵다
순무는 무랑 달리 부드러워서 일본에서는 대부분 굽거나 삶아서 먹는 조리법이 많다
어쨌든 난 일본에서 20여년을 살면서 한 번도 알타리 무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게 알타리무인지 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알타리 무를 사전에서 찾아 봤더니 미니무라고 번역이 되어 있다
이미지 사진을 보니 역시 알타리무가 아니다
역시나 일본에는 알타리 무가 없나보다 (혹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이진 않나 보다 )
꽃이 필까 말까 하는 유채
일본은 봄나물 하면 유채 나물이라 할 정도로 유채를 많이 먹는다
한국과 일본은 참 가까운 나라인데도 생각보다 즐겨 먹는 게 많이 다르다
유채는 살짝 데쳐서 나물로 무칠 생각이다
유채 나물은 약간 씀쓰름 한 맛이 있는데 그 씀스름함이 유채 나물의 매력인 것 같다
총각무는 끝이 약간 둥그스름한데 이건 끝이 가늘다
총각무인지 뭔지 확실치는 않지만 달리 먹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총각무 담가? 말어?
근데 총각무 담가 말어 라고 하면서 나란 여자 태어나서 단 한번도 총각무를 담궈 본 적이 없다
한국에 살 땐 엄마표 총각무를 먹을 줄만 알았고
일본에 와서는 총각무를 본 적이 없으니 담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스마트폰이라는 최강 무기가 있으니 걱정이 없다
검색만 하면 만드는 방법이 수도 없이 나오니 맘에 드는 것 고르기만 하면 되는데
물론 김치란 게 손 맛이니 맛을을지 없을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저질러 보기로 했다
나란 여자 해 본 적 없다고 처음이라고 겁먹는 여자는 아니다
게다가 게다가 하려고 맘을 먹었으면 미루지 못하는 ㅈㄹ 같은 성격이다
겁 없이 생애 첫 총각무 담그기(알타리인지 뭐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도전!
내가 김치 담그기 중 제일 어려워하는 절이기인데 괜찮게 절여진 것 같고
찹쌀풀도 쑤고 양념 만들어 버무렸더니 비주얼은 최고다
정말 맛있어 보인다
이젠 숙성이 문제인데 내가 할 일은 무조건 기다리기!
맛있을까? 맛있을 거야....
이게 총각무인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만약 이 총각김치가 성공을 한다면
내년부터 할머니 집 잡초는 내가 뽑아 드리고 총각무 획득해야지 ㅎㅎ
일본에서 20년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알타리 무가 맞다면
당연히 잡초 정도야 얼마든지 뽑아 드릴수 있다
기다림이 즐겁다
맛있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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