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울 가족은 마당에서 BBQ를 했다
히로가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불을 피우고 시작한 BBQ
한참 고기를 굽고 먹고 마시다가 내 눈이 머문 곳에
이쁜 장미꽃 한송이가 피어 있었다
우리 집 마당에는 작은 마당이지만 정말 많은 종류의 꽃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계절마다 피는 수많은 꽃들을 일일이 다 세지 못하겠다
이름을 모르는 아이들도 있다
1년중 요즘이 제일 많은 꽃이 피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
4월의 우리 집 마당에는 많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장미만 해도 지금 4종류가 피어 있고 한 그루는 이제 막 봉오리를 맺고 있다
이쁜 많은 꽃들 중 장미만 해도 5그루가 있는 데 그 중에도 왜 이 장미가 나에게 특별할까
저녁에 BBQ 하면서 발견한 밤에 핀 장미
아니 밤에 발견한 장미
우리집 장미 중에 제일 키가 작은 아이다
키가 30센치쯤 되려나
키운 지 10년째인데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가 15센티 정도 되는 아주 작은 미니 장미였다
그 후 10년을 키웠는데 겨우 30센치라면 진짜 성장이 느려도 너무 느린 것 같다
역시 미니 장미과인가 싶긴한데 꽃송이는 미니 장미라고 하기엔 꽤 큼직하다
이 아이는 정확한 이름도 모르는 (장미의 종류가 엄청 많으니까) 그래서 그냥 장미라고만 할수 밖에 없다
이 아이는 10년전 히로가 초등 3학년 때
"어머니 날"에 어머니 날 선물로 히로에게 받았던 선물이다
그때 히로와 나눴던 대화는 지금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나 : 히로! 어머니 날인데 왜 카네이션이 아니라 장미를 샀어?
히로 : 엄마가 꽃을 좋아하니까 꽃을 사려고 가인즈 홈 (집 근처의 홈 센터)에 갔는데
카네이션이 많긴 했는데 카네이션보다 이 미니 장미가 더 이뻐 보였어
엄마에게 이쁜 꽃을 선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카네이션을 살까 이 미니 장미로 살까
한참 고민했어. 근데 꼭 카네이션이 아니더라도 이쁜 꽃이 더 좋을것 같아서
엄마가 이 꽃을 더 좋아 할것 같아서 이 걸로 샀어
나 : 맞아. 엄만 카네이션보다 이 꽃이 더 좋아. 고마워
사실 아들에게 받는 꽃인데 카네이션이건 장미건 뭐라도 다 좋다
하지만 어머니 날이니까 의무적으로 카네이션이나 살까? 가 아니라
히로가 꽃 가에 앞에서 어떤걸 엄마가 더 좋아할까 고민을 했다는게 엄청 기뻤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미니 장미다 보니 정말 작은 화분에 심어져 있었다
어머니날 선물로 받은 거라 꽃이 질 때까지 식탁 위에 올려 두고 보다가 꽃이 지고 나서는
작은 화분에서 마당의 화단에다가 옮겨 심었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원래 그런 종류인지 잘 모르겠지만 자라는 속도도 엄청 느리고 꽃도 많이도 안 핀다
두 송이, 세 송이 정도밖에 안 피지만 그래도 꾸준히 자라고 있다
고기 구워 먹다 말고 내 눈에 딱 들어온 히로의 장미
오전에만 해도 핀 걸 못 봤는데 언제 피었을까?
나 : 히로! 저 장미 기억나?
히로 : 아! 저거 내가 엄마한테 선물한 거 맞아?
나 : 응 맞아... 이쁘게 폈다 그치?
밤 장미가 참 이쁘다 ㅎㅎ
다음날 낮에 다시 마당에 나가 장미를 보았다
색이 어찌 이리도 고운지
요리 보아도 이쁘고 조리 보아도 이쁘다
내일이면 활짝 필 것 같다
꽃 봉오리도 하나 발견!
10년 전 초등 3학년 울 아들 녀석에게 어머니 날에 받은 장미
우리 집 마당의 많고 많은 꽃들 중에서 나에겐 단연 특별한 꽃이다
앞으로도 소중히 잘 키워서 나중에 나중에 히로가 결혼을 하고 손주를 본다면
그 손주에게
" 이게 너네 아빠가 할머니에게 준 장미란다.. 이쁘지?
할머니가 너희들에게 보여 주려고 고이 고히 잘 길렀단다 "
이런 장면을 상상하니 웃음이 난다
몇 년후 일까?
그때까지 소중하게 잘 키워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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