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에 갑자기 히로가
갑자기 내일(토요일) 고 1 때 반 친구들이랑 집에서 바베큐를 하고 싶다는데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거니와
코로나 긴급 사태 선언이 해제 되었다고는 하지만 가족끼리 조용히 하는 바베큐도 아니고
주변 이웃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거니까 바베큐는 안된다고 했더니 그럼 집 안에서 친구들이랑 놀면 안 되냐고...
아직은 자제하자고 하고 싶었지만 우리 집에서 거절을 하면
결국 애들끼리 어디를 가서라도 놀텐데 싶어서 집 안에서 노는 건 허락을 했다
우리 집은 예전부터 다른 일본 가정들과는 달리 히로의 친구들에게 언제나 개방을 했었다
고 1 때 같은 반 친구들 절친 5명은 우리 집에서 바베큐를 한적도 있고
놀러도 여러 번 와서 다들 얼굴도 이름도 아는 아이들이다
고1 때 친구들이지만 고 2, 3학년이 되며 반이 갈리고 그리고
지금 각자 전부 다른 대학으로 진학을 했지만 현재도 사이좋은 친구들이다
부모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며 아무것도 준비 말라며
먹을 것을 코스트코에서 자기네들끼리 사 들고 왔다
히로의 친구들은 히로만 만 19이고 다들 성인인 20살이다
술을 마셔도 되냐고 하길래 적당히 마시면 이라고 했더니
비교적 알코올도수가 낮은 호루요이를 각자 두병씩 사 들고 와서는 건배를 하며
아이들끼리 가지는 오래간만의 즐거운 시간
아무리 지네들끼리 알아서 한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해 주는 게
영 맘이 불편해서 우리 집 자기야는 뒷마당에 나가 혼자서 작은 시치링에 숯불을 피우고
닭꼬치랑 삼겹살을 구웠다
아이들이랑 같이 마당에서 바베큐를 하면 제일 좋았겠지만 인원수도 많고
또 분위기 타다 보면 목소리도 커질 테고 그러면 이웃들에게 민폐라서
자기야 혼자서 조용히 구워서 집 안을 배달을 해 주는 시스템ㅎㅎ
자기야가 숯불을 피웠으니 나도 가만있기 뭐 해서
즉석으로 라볶이를 만들어 주었다
위 사진은 아직 끓기 전 미 완성 단계다
사진을 못 찍었는데 완성된 라볶이는 비주얼 짱! 맛도 짱이었다
(자기가 만들고는 자랑 오지긴 한데 아이들이 맛있다고 했으니까 그런 걸로 ㅋㅋ)
아무리 우리 집이지만 엄마가 눈치 없이 아이들 방해하면 안 되니까
난 라볶이만 만들어 주고 쿨하게 자기야가 닭꼬치를 굽고 있는 마당으로 퇴장
가끔씩 닭꼬치랑 삼겹살을 집 안으로 배달할 때만 얼굴을 내 비쳤다
음...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나 쿨 한 엄마야
코스트코 빅 사이즈 피자 한판
스시 56개 샐러드 한 접시
닭 한 마리
그리고 라볶이 30센티 커다란 냄비에 한 냄비
수시로 마당에서 즉석구이로 날라다 준 닭꼬치와 삼겹살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자 애 다섯 명의 대단한 먹성에 깜놀이다
배불리 먹고 한참을 놀다가 더 놀겠다며 디저트를 챙겨 들고 아이들이 2층 히로 방으로 옮겨간 후
자기야 랑 나도 마당에서의 닭꼬치 구이를 마치고 집안으로 입성
아이들이 먹고 놀며 머물다간 거실은 폭풍이 지나간 후 같은 조용함
내가 대충 식탁을 치우는 동안 자기야가 커피를 내려 주었다
애들이 고등학생 때는 우리 집에 올 때 스낵 과자 같은걸 사 들고 오더니
이제 대학생이라고 스낵과자에서 버전 업이 된
제과점의 롤 케이크를 사 들고 왔다
아이들은 2층에서 자기들만의 시간을
그리고 자기야 랑 나는 아이들이 사 들고 온 롤 케이크와 커피를 마시며
고 1 때부터 봐 온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히로는 친구가 참 많은 편이다
유치원 초 중등 친구들 ( 한 동네 친구들이니 말 그대로 고향 소꿉친구들이다)
그리고 고 1 때 같은 반이었던 7반 친구들 (오늘 온 5명의 절친들이다)
고 2 친구들 , 고 3 친구들
그리고 부카츠(특별활동)인 테니스 친구들
문화제 실행 위원 친구들
체육대회 응원단 친구들.. 기타 등등
그리고 같은 반 부카츠 나 이런 거랑 아무 상관없는데 그냥 친해진 친구들
친구들 그룹이 도대체 몇 개인지 다 꼽을 수가 없다
누굴 닮았는지 친구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히로다
나 닮은 건가? 아니면 우리 집 자기야?
이 그룹들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은 우리 집에 와 본 적이 있고
솔직히 나는 애들 이름을 잘 기억을 못 하니까 자신이 없지만
우리집 자기야의 히로 친구들 이름을 몇몇 빼고는 다 기억을 한다
자기 집안에 타인을 (심지어는 친척들도 ) 집 안에 잘 들이지 않는 일본인들이기에
우리 집처럼 언제든지 와서 놀 수 있는 집은 거의 없다
그리고 나도 자기야도 아이들을 스스럼없이 잘 대해 주니 히로 친구들은
우리 집에 오는 걸 좋아한다
오늘 모임도 처음엔 아직은 코로나 문제도 있고 해서 하지 말라고 할까 잠깐 생각도 했지만
우리 집에서 모임을 갖지 말라고 해서 안 만날 것도 아니고
밖에 나가 어딜 가서든지 놀텐데 차라리 집에서 모이도록 하는데
더 안전하다 싶어서 그러라고 허락을 한 것이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즐겁게 놀았고 부모 입장에서 내 아이가 친구들과는 이렇게 노는구나
조금 엿볼 수도 있어서 좋았다
오늘 모인 고 1 반 친구 5명은 각자 다 다른 대학에 다닌다
그래도 이어지는 이 아이들의 우정이 살짝 부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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