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꽃을 가꾸면 살기 시작한 지 19년째이다
꽃을 좋아해서 이런 꽃도 심고 저런꽃도 심고 마당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꽃만 잔뜩 심어서 키우길
19년을 해 오다보니 해마다 하나하나 꽃에 대한 지식이 늘게 되었던 것 같다
작년에 심었던 꽃을 올 해는 뽑아다가 다른곳에 옮겨 심고를 매년 반복했던 것 같다
이젠 직접 마당에 심은것들은 어느 정도 각자의 자리에 정착을 했지만
(옮기고 싶어도 이젠 뿌리를 완전히 내려 버려 옮겨심기가 쉽지가 않아서가
가장 큰 이유다 )
아직까지도 화분은 이리 옮겼다가 저리 옮겼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마당이 좁아서 다행이지 조금만 더 넓었다면 아마도 난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하루 종일 마당에서 풀 뽑고 가지 치고 그렇게 꽃들과 하루종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식물이나 꽃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는 여자가 한해 한해 지나면서 조금씩 터득한
지식 중 하나가 바로 소국을 풍성하게 키우는 법이다
아마도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 한 상식적인 일이겠지만
나는 이 방법을 처음 터득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소국을 풍성하게 키우기 위해서 내가 이맘때면 마당에 나가 하는 일이다
잘 자라고 있는 소국의 모가지를 (생장점)을 댕강 잘라버리는 일이다
잘 자라고 있는 생명을 이렇게 잘라버리는 잔인한 여자.....
이 방법을 몰랐을 땐 소국을 심어 두고 가을에 꽃을 볼떄까지 그냥 기다렸다
그냥 내 버려두면 날씬 홀쭉하게 잘 뻗어서 키가 큰 이쁜 소국이 폈었는데
이렇게 모가지를 댕강 잘라주니 우위로 뻗어 자랄 수 없게 된 소국이
옆으로 가지를 뻗어 자라게 되는데 원래라면 위로 한 가지만 자랄 것을 잘라주게 되면 옆으로
두 세개의 가지가 자라게 된다
옆으로 새로 난 가지를 또 얼마쯤 키우다가 또 잘라주면
이번에도 잘라준 옆으로 두세 개의 가지가 나서 자라게 되는데
이것을 몇 번을 반복을 하다 보면 한 가지로 쭉 자라서 한송이의 꽃이 필 것이
옆으로 옆으로 몇 개의 가지를 뻗으며 무수히 많은 꽃을 피우게 되더라는...
생장점을 잘라준 곳에서 4개의 줄기가 새로 났다
한 송이가 필 가지에서 4송이의 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인정사정없이 모가지를 댕강 댕강 잘라줬더니
작년에도 이렇게 풍성하게 소국들이 피었었다
농사도 마찬가지지만 꽃을 피우면서 아깝다 싶어서 가지 치기를 해 주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꽃들이나 나무에게 더 좋지 않다는 것을 예전에는 몰랐기에
심어만 두고 자연스레 내 버려두었었는데 이제는 안타까운 마음을 접어두고
과감하게 소국의 모가지도 댕강 자르고 나무의 가지 치기도 과감하게 자를 수 있는 여자가 되었다
조금씩 조금씩 느리게 실패를 해 가면 배워 가는 가드닝이
의외로 재미있다
올해도 풍성한 소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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