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자기야가 5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날
모꼬짱이랑 역까지 자기야 마중을 나갔다
멀리서 자기야가 보이자마자 꼬리가 떨어져 나갈 듯 흔들며 우리 집 자기야에게로..
가시나 ...
이쁘게 빨간색 원피스를 입혀 두었건만 발라당 뒤집어서는 배를 다 까놓고
자기야에게 모꼬짱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격렬한 환영 인사를 한다
모꼬짱이 저렇게 난리를 치니 정작 마누라인 난 나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 자기야에게서 집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라인이 있었다
이번 출장은 지방 2군데를 도는 출장이었는데 마지막 출장지인 교토에서
맛있는 부타망(돼지 고기가 만두)을 사 가지고 오니까 고기만두를 먹을 수 있도록
저녁 많이 먹지 말고 위를 비워 두라고..
자기야가 집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인데 밤 10시에 고기만두를 떡 하니 내놓으니
안 먹을 수도 없고
찜기로 살짝 쪄내 맛 나게 고기만두를 다 먹고 나니
자기야가 갑자기 씨익하고 웃으며 가방에서 두 개의 꾸러미를 내놓는데
자기야 : 사실은 이게 진짜야
나 : 고기만두 사 왔으면 됐지 무슨 오미야게를 2개씩이나 사 왔어
유통 기간 빠른 거부터 먹자. 언제까지야?
자기야 : 둘 다 오늘까지야
헐... 밤 10시에 고기만두 먹고났는데
유통기간이 오늘까지인걸 2개씩이나 사 왔다고??
일본은 지방을 가면 꼭 그 지방 명물인 화과자나 떡을 오미야게란 이름으로
사 오는 문화가 있다
지방 출장 갔다 올 때마다 우리 집 자기야는 항상 오미야게를 사 들고 왔었는데
오미야게라는 게 그 지방 명물이라고는 하지만 대개 비슷비슷하다
우리 집 자기야는 항상 팥이 듬뿍 든 화과자를 사 오는데 일본의 화고자는 엄청 무지 달다
항상 비슷비슷한 엄청 무지 단 화과자나 떡을
놀러 갔다 오는 것도 아니고
굳이 가족들에게 사 올 필요가 없다 싶어서 오미야게 필요 없으니 사 오지 말라고 했었고
(솔직히 말하면 비싸고 달기만 달고 맛도 그저 그런 오미야게보다
동네 케이크 가게에게 맛있는 조각 케이크 하나 먹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는 내 개인적 생각에서
오미야게 필요 없으니 사 오지 말라고 했었다)
그래서 한동안 오미야게를 사 오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고기만두에 화고자와 떡을 2개씩이나 사 오다니
그것도 죄다 유통기한이 오늘 까지라니
밤 10시 넘어서 이렇게 달고 단걸어찌 다 먹으라는 건지...
오늘 중에 드시라는 문구
오늘중에 이걸 다 먹으라고ㅠㅠ
두 입 크기의 동그란 떡
보시다시피 오른쪽 떡은 팥으로 쌓여있는 떡이고
중간이랑 왼쪽은 보기엔 팥이 아니지만 안에 앙꼬가 팥앙금이다
팥.. 팥.. 팥...
그리고 또 하나의 포장지를 뜯으니 이것 또한 떡 위에 팥이 가득...
오늘 중에 먹어야 한다니 밤 10시 넘었거나 말거나 일단 먹자고 꺼내 놓고 보니
팥 ,, 팥 ,, 팥 ,, 그리고 또 팥,,
팥으로 시작해서 팥으로 끝나는 팥투성인 오미야게
과연 누구를 위한 오미야게인가?
순간 히로가 내가 서로 마주 보며 아무 말도 없이 씩 하고 웃었다
의미심장하게
그런 이상한 기류를 느꼈는지 자기야가
자기야 : 왜?
히로 : 다 팥이네. 결국 아빠가 먹고 싶은 것 사 온 거네
자기야 : 아니 맛있으니까..
히로 : 아빠는 출장 가서 사 오는 오미야게가 결국 죄다 아빠가 먹고 싶은 거 사 오는 거잖아
나 ; 히로 의견에 찬성!
자기야 ; 솔직히 내가 먹고 싶은 거 골라서 사 온건 맞는데 맛있으니까..
히로 : 그건 아빠가 팥을 좋아하니까 맛있는 거지
나 : 히로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솔직하게 말하는 거 아냐 ㅋㅋㅋ
자기야 : 뭐 인정! 그래도 맛있으니까 이거 유명한 거야
히로 : 팥은 아빠나 좋아하지 오미야게는 나랑 엄마를 위해 사 오는 건데 맨날 팥만 사 와
이건 누가 봐도 아빠가 먹고 싶은 거지
아빠와 아들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누가 아빠고 누가 아들인지 ㅋㅋ
아들아 어쩌겠니
아빠를 이해 하렴
우리 집 자기야는 맛있다는데 나랑 히로에게는 너무나도 달다는....
조금 덜 달게 만들면 훨씬 더 맛있을 텐데 왜 이렇게 설탕 범벅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떡은 한국 떡이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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