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땅에서도 잘 자란 한국의 늙은 호박

 

일본에는 각 지자체에서 연회비를 받고 일정 크기의 땅을 주민에게 분양해서 텃밭을 가꿀 수 있는 제도가 있다
한국에서의 주말 농장 같은건데 외곽에 있는 주말 농장과는 달리 시의 땅을 주민들에게 텃밭으로 제공하는 거라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고 또 시에서 운영하는 거라 년 회비가 굉장히 싸다
시에 따라 년 회비가 다르고 또 텃밭의 크기에 따라 년 회비가 다른데 싼 곳은 년 3000엔 (3만원) 비싼 곳은 1만 엔(10만 원)에 작지만 텃밭을 가꿀 수 있다
같은 회사에 케냐 출신의 가스펠어쩌고 저쩌고 … (이름이 엄청 길어서 회사에선 모두들 그를 가스라 부른다  ) 남자 직원이 있는데  가스펠은 이 텃밭을 2군데나 하고 있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인 윤짱이 지난 봄에 가스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호박씨를  주며 심어서 키워 보라고 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지난번 가스의 텃밭에 가서 호박잎을 따서
근 20년만에 호박잎을 쪄서 쌈으로 먹었었다

https://michan1027.tistory.com/1686

20년만에 먹은 호박잎찜

가스를 비롯 호박잎을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일본인들의 반응
호박잎을 먹는다고??? 어떻게 먹어? 맛있어?
호박꽃이라면  모를까  호박 잎 먹는 건 처음 들어 봤다는 둥
질문 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오늘 그 한국인 후배로부터 호박 따러 가자는 연락이 왔다
호박잎을 따다 먹은 걸로도 만족을 했는데 호박이 많이 열렸다고 따러 가자는 연락을 받고 가스의
텃밭으로 갔다

일본에서는  볼수 없는  노랗고 커다란 늙은 호박
일본땅에서 이런 늙은 호박을 볼 수 있다니 살짝 감동이다
지난번 호박잎 따러 갔을때만 해도 푸르른 호박잎이 한가득이 었는데 오늘 가 보니 잎은 다 말라비틀어져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호박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카다란 늙은 호박은 2개씩 따 왔다

가스의 텃밭에 간 김이 부추도 뽑아 왔다
마당에 심어 두면 매년 두고두고 잘라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욕심내서 뿌리째 뽑았다

집에 오자마자 마당 한 구석에 부추를 심었다
부추가 얼마나 무성하게 잘 자랐는지 …

커다란 늙은 호박 2개를 보며
이걸로 뭐 해 먹지?
일본에선 구할수 없는 늙은 호박이기에 욕심내서 2개나 따 오긴 했는데 뭘 해 먹어야 하나 싶다
늙은 호박 하면 생각나는건 호박죽인데..
아! 그리고 경상도에서만 먹는다는 달달한 호박전
호박죽은 일본에서도 단호박으로 가끔씩 만들어 먹었지만 늙은 호박전은 내가 일본 온후 단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했다
20년 동안 먹어 보지 못한 늙은 호박 부침개가 급 당긴다
근데 문제는 내가 지금껏 단 한 번도 늙은 호박 부침개를  만들어 보지 않았다는 것!
어렴풋이 떠 오르는 기억은 울 할머니가 호박을 숟가락으로 박박 긁어냈던 것 같은데 …

자택 근무 중인 우리 집 자기야를 마당으로 불러 내
호박을 보여 주었더니 호박의 크기에 놀라는 모습
ㅎㅎ
우리집 자기야가 아는 커다란 호박은 핼러윈 때 장식으로 쓰는 호박이다  
그런 자기야에게 이 커다란 호박을 먹는다니 또 한 번 놀라기 ㅎㅎ

 

자기야 : 진짜 크네. 근데 어떻게 먹어?
나 : 호박죽이지..
그리고 경상도에서만 먹는다는데 호박전이 있어 달달하니 진짜 맛있어
자기야 : 난 못 먹어 본 거네
그럼 만들어 줘
나: 근데 먹어만 봤지 만들어 본 적이 없어
자기야 : 그럼 어머니한테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네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당장이라도 스마트 폰으로 검색만 하면 레시피가 쫘악 나올 텐데 하지만 우리 집 자기야 말 대로 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
내가 전화해서 물어보면 울 엄마 신이 나서 열심히 나에게 설명을 하겠지
엄마에게 그 기쁨을 드리기 위해 레시피는 인터넷 검색이 아닌 엄마한테 전화하는 걸로 ㅎㅎ

일본땅에서도 이렇기 잘 자라는 늙은 호박 …
일본땅이 넓고 넓던데 호박 심을 내 땅은 왜 없는 거 ㅋㅋ
호박은 잎이 너무 무성하니까 작고 작은 우리 집 마당에 심는 건 무리겠지
가스상에게 내년에도 심어 달라고 부탁해 볼까 …
갑자기 땅 욕심이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