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우리 집 현관엔 으름이 잔뜩 열렸다
난 한국에선 으름이란 존재 자체를 몰랐다
명색이 도시에서 살았기에 ….
어쩌다 보니 으름이 뭔 줄도 모른 채 현관에다 심었고 매년 봄이면 보랏빛 작고 앙증맞은 이쁜 꽃을 보고
가을이면 으름이 주렁 주렁 열린다
은은한 향을 품은 으름꽃이 참 좋다
으름 열매를 어찌할줄 몰라 그냥 내 버려두었었는데 우연히 회사 동료의 어머니가 으름을 좋아한다고 해서
3년 전쯤부터는 으름을 따다가 회사 동료에게 주고 있다
떡 벌어진 으름 속을 보면 씨로 꽉 차 있는데 마치 벌레같다
저 비쥬얼을 보고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 거부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으름이 바나나 처럼 달달하니 맛있다는 글을 보고 맛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생각처럼 달달하지도 않았고 씨로 가득하고 과육은 거의 없어서 먹기가 엄청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딱 한번 먹어 본 걸로 끝 !
나에게는 쓸데없는 그냥 버리는 거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겐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게 좋다
으름을 속만 열매로 먹기도 하지만
껍질채 볶아서 반찬으로도 먹는다고 한다
껍질을 볶아 먹는 방법을 회사 동료가 알려줘서 나도 해 봤다
아주 쓴 맛이 강해서 삶고 물에 담그고 해서 쓴 맛을 빼고 조리를 한다고 해서 그대로 해 봤다
쓴맛을 빼도 역시 쓰다
회사 동료에게 말했더니 으름을 먹는 사람은 그 쓴 맛을 좋아해서 먹는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내 입에는 그 쓴 맛이 안 맞아서 한번 해 본 걸로 끝!
회사 동료 엄마가 아주 맛있게 먹었다며 라인을 보내왔다
나도 일본 사람들은 먹지 않고 버리는 고구마 줄기가 너무나 먹고 싶지만 쉽게 구할 수가 없어서 항상 아쉬웠다
다행히 동네에 텃밭을 가꾸시는 아는 할아버지에게 부탁해서 고구마 줄기를 가끔 먹기는 하지만 그 할아버지를 몰랐다면 일본에서 고구마 줄기를 먹을 일이 없었을 테니 얼마나 감사한지 ….
나 또한 회사 동료 엄마의 어릴 적 먹었다던 옛 추억의 먹거리인 으름을 드릴수 있어서 좋다
나에겐 별것 아닌 게 남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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