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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히로 이야기

이럴땐 정말 아들이 얄밉다

by 동경 미짱 2021.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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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만 되면 오늘 저녁은 뭘 만들까?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서는 게 주부인 것 같다
전업 주부도 나 같이 일 하는 엄마도 가족이 있는 여장라면 하루증 가장 심각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적어도 난 그렇다

회사에서 휴식시간에 후배인 미카짱이
미카짱 : 오늘 저녁 메뉴 뭐예요?
: 글쎄 아직 아무 생각 없어. 진짜 뭐 만들지?
미카짱 : 매일매일 뭐 만들까 고민이 장난이 아니에요
신랑 중심으로 만들면 애 것도 따로 만들어야 해서 되도록이면 신랑도 애도 먹을 수 있는 메뉴로 할려니 떠 오르는 메뉴가 없어요
: 그니까 나도 그래 점심때부터 고민해도 막상 별것도 아닌 것 밖에 안 만들면서 그래도 고민한다니까 …
미카짱 : 아 진짜 오늘 뭘 만들지

주부 경력 4년 차 미카짱도 주부 경력 24년 차인 나도 똑같은 고민이다 ㅠㅠ

우리 집은 아들 녀석이 내가 없어도 알아서 척척 먹고 싶은 거 만들어 먹으니 사실 별로 걱정할 건 없지만 그래도 일단은 내가 엄마니까 하다못해 저녁 한 끼라도 챙겨야지 하는 엄마 맘에 오늘도 저녁 메뉴를 고민하게 된다

알아서 자기 밥 챙겨 먹는 남들이 보면 이쁜 짓 하는 아들 녀석이지만 그런 아들녀석이 못 마땅하고 얄미울 때가 있다

오늘은 모처럼 잡채를 만들었다
잡채는 히로도 우리 집 자기야도 좋아하는 메뉴이지만 자주 만들지는 않는다
꽤 오래간만에 잡채를 만든 것 같다

어묵도 한 냄비 끓였다
지금은 내가 1 연중 제일 바쁜 크리스마스 시즌이니까
어묵이나 카레 같은 2,3일은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만들게 된다

위에서
내가 아들 녀석이 얄밉고 맘에 안 들 때가 있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음식 때문이다
내가 바쁘고 힘든데 시간 내서 이렇게 음식을 만들어 놓았는데 히로가 엄마가 만든 건 손도 안 대고 자기가 먹고 싶은걸 만들어 먹을 때다

오늘도 히로는 잡채나 어묵엔 손도 안 대고
부엌에서 뭔가를 만들어서 식탁으로 가지고 나오는데
돼지고기 덮밥 같은걸 만들어서 먹었다
돼지고기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볶아 밥 위에 올리고 히로가 직접 만든 소스를 껴 얹었는데
파가 잔뜩 들어간 소스인데 뭔지는 모르겠다


엄마가 만든 음식은 그대로 두고 자기가 만들어서 먹으니 왕 짜증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 짜증 낼 것 뭐 있어. 오히려 자기가 알아서 만들어 먹으니 얼마나 좋아. 알아서 만들어 먹으라  하고 안 만들면 되잖아 “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짜증 나는 이유는 내가 아무것도 안 만들어 둔 날은 “ 엄마 오늘 저녁 뭐야? 어? 아무것도 없잖아 “ 하면서 아무것도 만들지 않은 엄마를 원망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내가 만들어 둘 땐  그걸  먹지 않고  자기가 따로 만들어 먹고 내가 아무것도 안 만들었을 땐 왜 아무것도 없냐?라고 하는 게 정말 맘에 안 들고 얄밉다
물론 이건 내 입장에서다

히로의 변을 들어 보면 자기가 언제 매번 그랬냐 어쩌다 가끔 그런 건데 매번 그런 것처럼 말하냐
하긴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어쩌다 한두 번이 내 입장에선 자주라고 느껴지고 히로 입장에선 어쩌다 한 번이고 그런 거다

게다가 어쩌다 한 번도 꼭 이유가 있다  
: 야! 넌 엄마가 없는 시간 내서 만들어 뒀는데 먹지도 않고 네가 만들어 먹냐? 너 자꾸 그러면 이제 엄마 아무것도 안 만들꺼니까 니가 알아서 만들어 먹어
히로 : 아니 엄마 그게 아니라 잡채랑 어묵은 낼 아침에 먹으려고 그러지
내일 아침에는 내가 만들시간이 없으니까 바로 먹을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오늘 저녁에 먹고 내일 아침에 또 같은 거 먹기는 그렇잖아

히로는 이렇게 매번 핑계인지 이유인지가 꼭 있다
물론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다
내가 장담하건대 절대 히로는 내일 아침부터 어묵을 먹을 리가 없다
뭐 점심이나 저녁에 한번 먹기는 하겠지만 ….

오늘 난 울 아들 녀석 히로가 너무너무 맘에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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