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정도쯤부터 나는 고민이 하나 생겼다
열흘 정도 고민을 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고민이다
아들 녀석이 “엄마 생일날 뭐 갖고 싶어? 갖고 싶은 거 생각해 둬”
어머니날이나 생일이 되면 히로는 항상 선물을 챙긴다
어릴때는 선물 센스가 없는 건지 아니면 어렸던 히로에겐 엄마가 한없이 커 보였는지 히로에게 받은 선물로 몇 번 난감할 때가 있었었다
한 번은 장갑 끼고도 스마트폰을 터치할 수 있는 장갑이라며 장갑을 선물 받았었다
내가 스마트 중독도 아니고 장갑을 끼고 까지 스마트폰 할 일이 없는데 게다가 동경은 생각보다 꽤 따듯한 겨울인지라 장갑을 끼고 나가는 일은 한겨울 내내 두어 번 있을까 말까 한데 …
그 당시 히로 수준에 꽤 비싼 돈을 주고 사온 스마트폰 터치 가능한 장갑은 정말 나에게 필요 없는거였지만 고민 고민해서 그 장갑을 사고는 얼마나 의기양양하게 “ 엄마 이거 진짜 대단하지 장갑 끼고도 스마트 폰을 할 수 있는 거야” 하는데 뭐라 말도 못 하고 그래 고맙다 하며 껴 봤는데 얼마나 큰 걸 샀는지 내 손이 아닌 아빠 손에 맞는 커다란 장갑이었다
도대체 엄마 손이 얼마나 크다고 생각을 하는건지 …
그리고 또 한번은 선물로 따뜻하고 폭신 폭신한 실내화를 선물 받은 적이 있다
“ 엄마 부엌에서 일 할때 발 시리니까 이거 신고하면 따듯할 것 같아서 …”
그래 이런 실용적인 선물을 해야지 아이고 울 아들 이쁘네 ….
그게 히로가 중학교때일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히로가 사 온 신발은 L사이즈로 나에겐 커도 너무 큰 실내화ㅠㅠㅠ
나 : 히로 너 엄마 발 싸이즈도 모르니?
엄마가 너 보다 발이 작은데 이렇게 큰 걸 사면 어떻게 해
히로 : 엄마 발이 이렇게 작았어?
나 : 너 예전에도 장갑도 커다란거 사 온 거 기억나?
히로 : 여자들거는 잘 모르겠어 ㅠㅠㅠ
나 : 너 나중에 여자 친구 생기면 선물 살 때 꼭 엄마 데리고 가. 너 혼자 선물 사러 갔다가 여자 친구가 너 센스 없다고 다 도망갈 거야
결국 그 실내화는 우리집 자기야가 나 대신 자알 신었다는 ….
그 후론 엄마 선물 사는게 제일 어렵다는 히로다
작년까지는 부모에게 용돈 받는 입장인지라 쓸 수 있는 돈이 제한적이었기에 어머니 날은 엄마가 좋아하는 꽃으로 대신하고 생일에는 인테리어 용품을 주로 선물로 받았었다
올 해는 대학생에 자기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버는 입장인지라 엄마에게 원하는 선물을 말하라고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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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게 고민이다
갖고 싶은것도 필요한 것도 없다
히로뿐만 아니라 자기야도 내 선물에 대해선 정말 고민이라고 한다
뭘 갖고 싶냐 해도 없다 하고 가방 사 줄까 해도 필요 없다 하니 …
나는 아무것도 필요없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가 우리 집 두 남자를 고민이 빠뜨리고 있는 어렵고 까다로운 여자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집 자기야는 내 생일이나 기념일에는 선물 대신 레스토랑을 예약해두고 외식을 하거나 아니면 여행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며칠 전 저녁에
나 : 히로가 엄마 생일에 갖고 싶은 거 말하라는데
뭐 갖고 싶다고 하지? 나 갖고 싶은게 없거든..
자기야 : 그렇지.. 자기는 너무 물욕이 없어
나: 그런가? 하긴 그런 것 같긴 해
자기야 : 그래도 히로가 그러는데 뭐라도 얘기해야지
나 : 그렇지? 며칠 더 생각해 봐야지 뭐
난 뭐가 갖고 싶지???
난 가방이나 명품에 전혀 취미가 없다
가방 같은 명품도 들고나갈 곳이 있어야 필요한 거지 장 보러 나갈게 들고 나갈수도 없고 산책 나갈 때 들고 갈 필요도 없고 여행 갈 땐 편한 게 최고니까 더더욱 명품 가방은 필요 없다
귀걸이 목걸이 반지 같은 액세서리는 옛날엔 외출할 때면 했었는데 파티시에 일을 하면서 일체 액세서리를 하지 않는다 .근무때 안 하다보니
쉬는 날 가끔 목걸이나 반지를 하고 외출하려면 거추장스럽고 무겁게 느껴진다
그러니 있는 반지나 목걸이도 안 하고 쳐 박아 두고 있는데 그런 것도 필요 없고
그 외에 갖고 싶은 게 있으면 그때그때 사니까
딱히 필요한 게 없다
이런 나에게 아들 녀석의 엄마 생일날 뭐 갖고 싶냐는데 고민이다
갖고 싶은 게 없어서 …
오늘 저녁은 히로가 만들었다
오늘의 메뉴는 크림 리조트
아들 녀석은 아빠와 달리 요리를 잘 만들고 또 소질도 있다
오늘의 크림 리조트도 정말 맛있었다
그래.. 이거야 ㅎㅎ
갖고 싶은 게 없는데 딱히 필요치도 않는 걸 사 달라는 거보다 히로에게 엄마 생일날 요리를 해 달라고 하면 되겠네
나 : 히로 그냥 엄마 생일날 네가 엄마를 위해 밥을 해
엄마는 그거면 될 것 같은데..
히로 : 밥은 평소에도 하는데 그게 무슨 선물이야
그거 말고 딴 거 없어?
나 : 딴 거? 그냥 밥을 해 두면 안 될까? 꼭 든 들여서 선물해야만 하는 건 아니잖아
나 : 히로 그냥 따로 선물은 필요없고 그냥 맛 있는 밥을 해 줘
히로 : 알았어. 밥도 해 줄게
그건 그거고 선물도 할 거니까 나 생각한다고 싼 거 고를 필요 없어
이건 진짜야 돈 생각하지 말고 엄마가 갖고 싶은걸 말해
나 : 알았어 …
히로 : 엄만 물건이 대한 욕심이 너무 없어서 탈이야
나 : 필요한 거 다 있는데 뭐 … 욕심 많은 거보다 좋잖아
히로 : 그래도 없어도 너무 없으니까 그렇지
며칠 전부터 생각해 두랬는데 아직도 생각을 못 한 거잖아
나 : 아니야 진짜 필요한 거로 신중하게 고를려니까 그런 거야. 아직 이틀 남았으니까 내일까지 생각해서 말하면 되잖아
히로 : 돈 생각하지 말고 나 엄마 선물 사 줄 정도의 여유는 있으니까
나 : 알았어 …
살다 살다 생일 선물 때문에 이렇게 고민을 하게 될 줄이야..
작년까지는 부모에게 받은 용돈으로 선물을 했지만 올해는 자기가 번 돈으로 선물을 하고 싶은 히로 마음을 아니까
정말 뭐라도 생각해 내서 사 달라고 해야 하는데
근데 진짜 갖고 싶은 게 없는데 아무거나 말 할수도 없고 진짜 진짜 고민이다
난 진짜 갖고 싶은게 없는데 …
아! 하나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이곳에서 멀지 않은 한 1시간 정도의 거리에 (너무 시골은 자신이 없어서...) 집은 작아도 되고 마당이 넓은 집 한 채 있었으면 좋겠다
넓고 넓은 마당에 내가 좋아하는 꽃을 심어 가꾸고 과수도 심고 이쁘게 이쁘게 꾸며서 사람들이 맘대로 들어와 구경하고 쉬다 갈 수 있는 오픈 가든을 할 수 있는 마당 넓은 집!
사람 좋아하는 내가 우리 집 오픈 가든에 들리는 사람들이랑 차 한잔 하며 수다도 떨고 그러고 싶다
하하하
내가 물욕이 없는 여자가 아니었네
진짜 욕심 많은 여자였네 ㅎㅎㅎㅎ
히로에게 사 달랬다가 욕먹겠지
https://michan1027.tistory.com/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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