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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중년 아줌마의 고집

by 동경 미짱 2022.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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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봄날처럼 따스하더니만 오늘은 완전 춥다
어제와 오늘의 차이가 너무나 커서
도대체가 종잡을수 없는 겨울 날씨다
우리 집 자기야가 “ 자기야 꽃이 이쁘게 폈어..”
원체 꽃이 대해선 관심이
없는 남자가 꽃이 폈다 호들갑이길래  뭔 꽃이 폈나 봤더니 개발 선인장이 이쁘게 꽃을 피웠다
얼마 전 꽃망울을 맺었길래 현재 우리 집 자기야가 재택근무를 하는 책상 옆이 따스한 아침 햇살이  비치는 동쪽이라 그쪽으로 옮겨 두었었다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고 이쁘게 피었다
꽃에 대해 무심한 남자도 바로 눈 앞에 놓인 꽃은 눈에 들어오나 보다


우리집은 실내에 꽤 많은 식물들이 있어서 평소에는 개발 선인장은 마당 한구석에다 두었었다
작년 겨울 마당에 두었다가 대부분 얼어 죽이고 몇 개 남지 않은걸 옮겨 심어 두었는데 용하게도  살아 남아 이쁜 꽃을 피웠다

꽃이지고 나면 꺾어다가 번식을 시켜 볼까 싶다
식물들이 많으니 겨울철이 제일 걱정이다
개발 선인장처럼 추위에 약한 아이들은 실내로 들여 주어야 하는데 전부 다 들이지 못하는 게 …

얼마 전부터 머리를 잘라야겠다고 노래를 불렀다
솔직히 자를 정도는 아니었다
조금 긴 숏트 정도로 어찌보면 딱 보기 좋을 때인데 나는 머리숱이 꽤 많은 편이라 조금 자라면 숱을 솎아 주지 않으면 조금 답답해 보인다 ( 물론 순전히 내 생각이다 ) 남들은 지금이 딱 보기 좋다는 데 이상하니 맘에 안 들었다
회사에서 제일 친한 동료 미치꼬상도 지금은 추우니까 조금만 더 참고 있다가 날이 풀리면 깎으라고 하고
우리 집 자기야도 “ 왜 지금 보기 좋은데..”라고 하는데
한번 맘 먹고 나니 모두가 지금 딱 보기 좋다고 하는 그 말이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미용실로 향했다
“잘라 주세요 아주 짧게..”
근데 미용실 언니야가 아주 조금 만 자르는 게 아닌가
그냥 정리 하는 정도로 …
더 짧게 잘라 달라 했더니  뒷 머리와 발란스가 어쩌고 하면서 짧게 자르는걸 겁을 낸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
난 아주 짧은 숏트를 원하는데 대부분의 미용사들은 그걸 겁을 내는 것 같다
나 : 아뇨 괜찮아요 전 짧은걸 좋아하니까 옆은 귀가 보일정도로 그리고 앞 머리도 눈썹 정도로 아주 짧게 잘라 주세요

나의 단호한 태도에 그제서야 안심이 되는 듯 짧게 커트를 하기 시작했다
너무 짧게 잘랐을때 고객이 원하는 이미지가 아니라고 불만을 표했을 때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아주 짧게라는 주문에 하나같이 어려워하는 것 같다
처음엔 나도 미용사들의 발란스가 어쩌고 하면 알았다고 알아서 해 달라고 했는데 집에 오면 역시나 더 짧게 잘랐어야 했다고 후회를 하곤 했다
그래서 이젠 미용사가 너무 짧다고 반대를 하거나 말거나 내 고집대로 짧게를 외친다
이번에도 역시나 내 고집대로 짧게 잘랐다

머리를 자르고 바로 운동을 갔다가 샤워를 한후 사진을 찍어 봤다
얼굴 땡김을 막기 위해 로션만 발랐다
노 메이크업에  헤어도 말리기만 했을 뿐 노 세팅의 사진이다
음 … 역시 짧은 머리는 여성미를 느낄수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맘에 든다
외출할 때 드라이어 하고 조금 세팅하면 괜찮을 것 같다
( 저 짧은 머리를 어떻게 셋팅을 하겠다는 건지  ㅎㅎ)

우리집 두 남자의 취향은 긴 머리 여자다
그런데 난 항상 늘 숏트다
어쩌다 좀 길었다 싶어도 어깨를 넘어 본 적이 없다
나의 짧게 자른
머리를 보고
우리 집 자기야: 엄청 짧게 잘랐네 자기는 짧은 게 어울리긴 해
히로: 나 보다 더  짧은 거 아냐?
: 그럴지도 .. 어때? 엄마 이뻐?
히로 : 난 기본적으로 긴 머리를 좋아하니까..
: 너 취향을 묻는 게 아니라 엄마 이쁘냐고?
히로 : 엄마가 좋으면 된 거지 뭐…

끝내 빈 말이라도 이쁘다 소리를 안 하는 아들 녀석 …
이쁘다 소리 한마디에 돈이 드니 힘이 드니
매정한 녀석 ㅠㅠ

회사에 갔다니 미치꼬상이 “ 아이고 내가 봄이 자르랬는데 그새 못 참고 잘랐어? 근데 어울려”
나의 상사도 “ 진짜 짧게 잘랐네 근데 김상은 짧은 게 더 어울리긴 해 “

물론 이쁘다고 해 주는 건 그냥 접대용 멘트겠지만 다들 짧은 머리가 어울린다고 해 주었다

나도 20대 땐 허리까지 머리를 길러 본 적이 있었다
그땐 젊음으로 뭔 들 안 이뻤을까  
하지만 30대가 되고부터는 역시 난 숏트가 제일 어울린다는 단정을 지어 버렸다
우리 집 자기야는 긴 머리 여자를 좋아하니 나에게 길러 보라고 했고 그래서 자기야를 만난 후 한번 길러 본 적도 있었다
얼마 못 가 잘라 버렸지만..

미용실 언니야에게 내 나이를 이야기했더니 흰머리가 없어서 인지 그렇게 안 되어 보인다고 했다
이 또한 접대성 멘트겠지만 …
나이 50이 넘어서 아직 흰 머리가 눈이 띄지 않는다는건 축복이긴 하지만 사진을 찍고 보는 머리가 넘 검은게 아닌가 싶다
살짝 노랑물이라도 들일까?
노랑물은 넘 심했나
그럼 내추럴 갈색 정도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니 머리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다
그나저나 “히로야 엄마 어때? 이뻐?”
하지만
끝내 히로에게는 이쁜단 소릴 못 들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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