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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그 어느때보다 빨랐던 일주일

by 동경 미짱 2019.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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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한국 가녀온 후기..

그런데 그 후기란게 별 얘기가 없다 

매일 매일 병원에 출퇴근 도장을 찍다가  왔다 


어느날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뜬금없이

" 아 !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지?  한국가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었다 

난 행동파인지라 그날 집에 오자마자 자기야와 히로에게 

"나 한국 간다 괜찮지 ?"

상의가 아닌 통보를 하고 밤 12시 넘어서 온라인으로 

그날 바로 한국행 티켓을 예약했었다 

막연히 이번엔 내 개인적인 약속은 잡지 않고 

엄마랑 아빠랑 함께 시간 보내다 와야지 했었다 


그렇게 내가 한국으로 갈 시간은 다가오고 

한국 가기 3일전에  엄마의 입원 소식을 들었지만 

솔직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다 


20대에 일본에 와서  20년을 살았다 

일본에 와서 살면서 내가 복이 많아서인지 

나도 자기야도 히로까지도 너무나 건강해서 

병원이란걸 모르고 살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병원 문턱이 닳도록 

들락 거린다고들 하는데 

히로를 키우면서도 예방접종이나  감기외에 

다른 문제로 병원을 가 본 기억이 없고 

 ( 정기적으로 다니는 치과는 제외)

울 시아버지랑 시어머니 워낙 건강하셔서 

뛰어 다니시다 못해 날라 다니시니 아직 병원에 입원 하신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 흔한 건강 식품은 고사하고 아직 영양제 하나 먹지 않고도 

건강히 잘 사는 일본 식구들 ....

내 주변 환경이 그렇기에 엄마의 입원 소식을 들었지만 

뭐 그러려니 했었다 

농담 삼아 " 엄마 막내 딸 밥 해 주기 싫어서 

병원 입원 한거지?" 라고 농담까지 했으니 ..


한국에 와서 엄마가 입원한 병원을 갔다 

 협착증에 허리 골절까지 겹쳐서 

전날  수술을 하고 피주머니를 달고 누워 계신 울 엄마 

한국에 와서야 수술을 하고 누워 계신 엄마를 보고서야 

심각함을 알게 되었다 


원래 날씬한 울 엄마지만 얼마나 말랐는지 

엄마의 가느다란 손목을 보니 괜시리 울컥해 진다 

수혈을 해야겠다는데 간호사 쌤이 양쪽에서 팔 하나씩 잡고 

 두드리고 주무르고 해도 찾을수 없는 혈관 

양쪽다 실패를 하고 터져 버린 혈관 



결국 핫팩을 하고 제일 실력이 좋다는 간호사 쌤이 왔는데 

또 2번을 실패 

엄살이라곤  할줄도 모르는 울 엄마 입에서

수혈 안 하겠다고 그만 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야 말았다 

마지막 시도라시며 4번째 찔러서 겨우 

혈관을 찾아서 수혈을 할수 있었는데 

마지막 주삿 바늘을 찌를때 엄마 손을 잡고 있는데 

얼마나 힘을 쓰며 내 손을 꼭 잡는지 

아프고 힘든 울 엄마는 잘 참아 내고 있는데 

결국 내 눈엔 눈물이 맺히고 말았다  

엄마가 간호사 쌤에게 " 내 딸인데  이런 엄마를 보니 얼마나 맘이 아프겠어요 .."

라며 오히려 내 맘을 걱정하는 울 엄마 ....


갑자기 뜬금없이 한국 가야지 라는 맘이 왜 생겼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내가 일본에 가서  산지  20년..

그땐 50대의 팔팔한 아주머니였던 울 엄마가 70대 노인이 되어  있다

 엄마 뼈의 영양분을 막내인 내가 다 빼 먹은것 같아서 

그래서 난 이렇게 건강한데 그래서 엄마에게 더 미안하다

" 엄마 나 건강하게 낳아 줘서 고맙다" 라고 했더니 

울 엄마가 웃는다 


이번 한국 방문은 처음부터 맛있는것 먹으러 다니며 

엄마랑 아빠랑만 시간을 보낼 생각으로 오긴 했지만 

정말 아무데도 안가고  

매일 매일 병원으로 출 퇴근 도장을 찍었다 

엄마가 입원한 병원은 보호자가 필요없는 병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계속 병실에 있을수가 없다 

낮에야 무시하고 병원에 있을수 있지만 저녁엔 있을수가 없다 

저녁에  엄마 혼자 병실에 두고 집에 오면 맘이 참 안 좋다 

저녁이 참으로 길게 느껴진다 


엄마가 해 주는 밥 한끼는 고사하고 엄마랑 집에서 

하룻밤도 함께 보낼수가 없었다 

일주일이 얼마나 빨랐는지 모른다 

좀 더 엄마 옆에 있고 싶은데 현실은....


수술 마치고 일주일쯤 지나고 나니 엄마 얼굴 혈색도 많이 좋아졌고 

살 하나 없이 말랐는데도 너무 안 먹어서 걱정이었는데 

이젠 조금씩 드시고 싶은것도 생기고

 그래서 일본으로 돌아오는 내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울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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