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렇게 부지런을 떨어야 하니?
이 말은 내가 내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썩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전쟁 같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무사히 보냈다
정신없이 전쟁을 치르고 나서 든 생각은
올 해도 이렇게 지나가는 구나 .. 다
전쟁이다 뭐다 엄살을 떨긴 하지만 막상 지나고 나면 왜 별 것 아니었다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하긴 50년 넘게 살아 보니 좋은일이건 나쁜 일이건 지나고 나면 다 별것 아니더라..
어쨌든 전쟁 같은 크리스마스를 치르고 오늘은 쉬는 날!
전쟁을 치렀으니 오늘 하루쯤은 나 죽었소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종일 침대에서 뒹굴어도 될 텐데
내 성격이 그렇지가 못 하다
아침부터 마트 가서 배추 한 포기 사다가 절이고 양념하고 어쩌고 저쩌고
막 김치 한 포기 담갔다
12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이 상황에 우리 집 냉장고의 김치가 똑 떨어졌다
김치 그거 얼마나 먹는다고 있을 땐 괄시를 하면서 없으면 괜히 불안 해 지는 게
한국인이 김치를 대하는 자세가 아닌가 싶다
김치 만들기에 그다지 자신도 없지만
( 굳이 핑계를 대자면 일본 배추 자체가 수분이 많고 한국 배추처럼 달콤하니 맛이 있는 배추가 아닌 데다가
배추 절이는 굵직한 소금도 없고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한국 김치처럼 맛있는 김치를 만드는 건 불가!
라고 실력 없는 목수 연장 탓 하듯 핑계를 대 본다 ㅋㅋㅋ )
그래도 명색이 한국인인데 김치가 냉장고에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사실 히로는 김치는 거의 먹지 않는다 (김치가 싫어서가 아니라 채소를 싫어한다
채소는 이유 불문 거부하고 보는 초딩 입맛이다 ㅠㅠㅠ)
하지만 김치찌개나 부대찌개를 만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커다란 냄비에 한 냄비 가득 만들어 두면 라면 넣어 한 끼 먹고 밥 말아서 한 끼 먹고
그러다 보면 한 솥 끓여둔 김치찌개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김치찌개를 위해서 하여도 우리 집 냉장고에 김치가 떨어지면 안 된다
출근할 때는 쉬는 날엔 아무것도 안 하고 주부 파업을 해야지 다짐을 하지만
막상 쉬는 날이 되면 힘이 막 불끈 불끈 쏟는다
어쩔 수 없는 나의 고질병이다
배추 한 통 담아 놓고 나니 어째 든든하다
나는 이 맛에 김치를 담그는 것 같다
김치는 손 맛이라고 맨 손으로 담갔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은 서두르다 장갑 끼는 걸 깜빡했다
도중에 장갑을 낄까 하다가 어차피 버린 손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버무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딸기와 달콤한 생크림에 절여져 있었던 손이 (물론 위생장갑은 꼈지만 )
오늘은 빨간 고추와 냄새나는 마늘과 액젓에 절여지는 상황!
김치 한 통 만들고 나니 뿌듯하고 든든하지만 내일 출근이다 생각하니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하루종일 뒹굴걸 하는 생각이 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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