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버지의 며느리로 산 게 올해로 몇 년째일까?
손가락이 부족해 셀 수가 없다 ㅎㅎ
강산이 두 번 바뀌었고 세 번째로 바뀌려고 하고 있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이십몇 년을 시 아버지의 며느리로 살았지만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시 아버지의 생일상을 차려 본 적이 없다
시댁과 멀리 살고 있다는 핑계료 직장 다니느라 평일에는 못 간다는 이유 등등 이 있지만 제일 큰 이유는 일본에서는 아무도 시부모 생일상을 안 차린다 뭐라 하는 사람 없기 때문이다
대신 생일 때마다 선물 보내고 용돈 보내드리는 걸로도 충분히 좋은 며느리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오히려 매년 생일 때마다 용돈을 보내 드린다고 하니
일본인 지인들로부터 대단하다 , 너무 많이 보낸다고 할 정도다
일본이란 사회가 개인주의가 강하고 남에게 폐를 끼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시 할아버지의 마지막 기일날 ( 일본은 종파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매년 기일을 챙기지 않고 1 주기 6주기 12 주기 16주기 그리고 33주기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제사를 차리지 않는다
제사 또한 한국처럼 집에서 음식을 차리는 게 아니라 절에 가서 기념으로 하면 끝이다
몇 년 전 시 할아버지의 마지막 33 주기를 절에서 시
아버지 형제들이 모여했는데 멀리서는 5 시간 거리에서 온 작은 아버지도 계셨는데 절에서 행사가 끝난 후 바로 예약한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한 후 바이 바이!
끝이었다
그래도 몇 년 만에 만났고 멀리서 왔는데 집에서 차 한잔하고 간다는 그런 것도 없었다
어쨌든 다른 일본 며느리도 다 그런다는
면죄부 아닌 면죄부로 이십 수년을
단 한 번도 시 아버지 생신상을 차리지 않았지만 난 뼛속까지 한국인이기에 늘 마음에 걸렸고 늘 죄송스럽다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다
정작 아들인 우리 집 자기야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데 나만 늘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언젠가 한 번은 직접 밥을 해 드려야지 마음만 있었다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시 아버지 생신에 맞춰 시댁에 갔다
가족들 모두가 당연히 외식을 하자고 했지만 오늘은 내가 상을 차리겠다고 했다

전날 집에서 미리 준비해 간 봄나물 한 접시
미나리, 원추리, 머위 기타 등등

일본 사람들 중에 싫다는 사람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울 시 부모님도 좋아하시는 잡채

김치전이랑 오징어 넣고 구운 부추 전
일본에서 지지미라고 하는 이 요리도 싫어하는 일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양이 너무 적다고 하기 없기 ㅎㅎ
상이 작아서 일단 이렇게 한 접시 내고 3번을 더 추가로 구워 냈다
역시 지지미는 인기 최고다

메인은 닭갈비
매울까 싶어 닭 찜을 만들까 했는데 우리 집 자기야의 추천으로 닭갈비로 결정
마지막 상에 내기 직전에 치즈를 올려 치즈 닭갈비로 완성

생일이니까 미역국도 끓이고
두부 전도 구웠다
의외로 두부전이 인기가 많았다
아무래도 시댁인지라 게다가 요리를 하는 게 나라서 사진을 찍지를 못 했다
시 부모님이 우리 집에 오시면 드시는 한국 음식이지만
일단 내 부엌이 아닌 시댁 부엌에서 만드느라 평소보다 많이 불편했지만 다들 맛있다도 해 주셔서 좋았다
역시나 동서는 오지 않았고 시 동생 혼자 왔다

시 동생이 사 온 케이크를 먹으면 오랜만에 시댁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정말 별것 아니었지만 그래도 시 아버지 생신상 한번 차려 드렸으니 내 맘은 편하다
그러고 보니 정작 울 엄마 아빠 생신상도 한 번도 차려 드린 적이 없다
한국 살 땐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라서 뭘 몰라서였고 좀 더 커서는 울 오빠랑 언니야가 워낙 잘 챙겨 드리니까 나는 그냥 막내는 이유로 모른 척
시집살이도 참 편하게 하고 친정에서는 오빠야랑 언니야 뒤에서 아무것도 모른 척하며 참 쉽게 살고 있는 인생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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