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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시어머니와 하나 뿐인 나의 동서

by 동경 미짱 201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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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모님과의 일주일간의 동거 마지막날..

첫날은 아이고 ... 기나긴 일주일이겠구나 했지만 

막상 지나고 보니 일주일이란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일요일 시부모님과의 마지막 식사는 

자기야가 먹고 싶다는 파스타가 메뉴다 

시부모님이 와 계시는 동안 매일 시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생선을 먹다 보니 

자기야가 파스타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고 

어머님께 당신 아들이 파스타 먹고 싶다는데 

마지막 식사가 파스타라도 괜찮겠냐고 여쭈었더니 

뭐라도 괜찮다 하신다 

그 뭐라도 라는게 사실 제일 어렵고 제일 애매한 것이지만 

당신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하니 며느리는 파스타를 만든다 


 


파스타랑 스프 한나만 달랑 내 놓을수 없으니까 

그릴에다가 양파랑 새송이 버섯을 구웠다 

양파는 통채로 구울 생각이라 일부러 마트에서 

제일 작은 양파로 골랐다 

양파에 칼집을 넣고 올리브 오일이랑 소금 후추를 살짝 뿌려주고 

새송이 버섯에도 올리브 오일이랑 후추

그리고 그릴에 20분간 구워 주었다 

구운 양파는 매운 맛이 하나도 없고 달달하니 정말 맛있다 

구운 양파는 정말 굿 이다 



커다란 접시에 메인요리인  크림 파스타 오리고 

 그리고  야채사라다 통채로 구운 양파구이랑

 새송이 버섯 구이로 한 접시 파스타 셋팅 끝 !


한꺼번에 파스타 5인분 만드는건 정말 어려운것 같다 

시간을 잘 맞추지 않으면 퉁퉁 불어버린 맛없는 파스타를

먹게 되기십상이라서 

그래서 파스타는 만들고 싶지 않았는데 ...



간 소고기에 당근이랑 파랑 피망 그리고 양파를 다지고 

달걀을 넣고  빵가루 대신 건강에 좋은 콩비지가루를 넣고 

소금 후추 스끼야끼 소스를 넣고 간을 한후 

오븐에 구웠다 



혹 시부모님이 파스타 안 좋아 하실까 

키친 크림 그라탕도 만들었다 

파스타 하나면 될것을 이것 저것 많이 만들어 낸 이유는 

이것 저것 만들어 내 놓으면 그 중에 맘에 드는 메뉴 

하나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싶어서였다 


일주일간 시부모님이랑 함께 한 시간..

짧은 여행도 다녀왔고 

시부모님이랑 울 가족 셋 3대 5명이 머리 맞대고 

매 끼니를 함께 하며 보낸 일주일이었다 


울 시부모님에게는 나 말고 며느리가 한명 더 있다

결혼 20년째인 맏며느리인 외국인 며느리인 나 

그리고 결혼 10년째인 둘째 며느리 

나에겐 하나뿐인 동서다 


맏 며느리는 370키로  떨어진 좀 먼 곳인 동경에 살고 

둘째 며느리는 40분 거리의  시댁이랑 같은 시에 살고 있다 


이번에 우리집에 오신 시어머님께 

 둘째는 언제  집에 왔다 갔어

 아니 ..


대답이 참으로 짧으시다 

말씀을 안으시니 더 이상 물어 보지않았다 

일요일 시부모님이 가신후  자기야가 나에게 말한다 


 작년에 1년동안 아이짱(둘째 며느리)를 한번도 본 적이 없으시다네 

 같은 시에 살면서?

 응 ... 결혼 10년동안 한번도 아이짱 집에서 

자 본적도 없고

당연히 아이짱이 시댁에 와서 잔 적도 없고 

 아이짱이 해 준 밥 단 한번도 먹어  본 적이 없다고 ..


하긴 ... 동서인 나도 결혼 10년동안 딱 3번 만났다 

결혼전에 한번 만나고 결혼식때 한번 보고 

결혼후 우리가 시댁에 갔을 때  같이 식사를 한번 했다 

그것도  우리를 만나러 시댁으로 온게 아니라 

예약해둔 식당으로 와서 밥만 먹고 헤어졌다 

그 후 해마다 추석이면 우리는 시댁을 가지만 

단 한번도 동서를 만나 본 적이 없다 

시동생만 가끔 시댁으로 와서 우리를 만나고 

한끼 식사만 하고 돌아가고 한다


둘째 며느리를 보고 10년간  울 시어머님은 단 한번도 나에게 

동서에 대한 뒷담화를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난  우리 가족이랑은 잘 만나지 못해도 

동서랑 어머님은 잘 지내나 보다 했었다 

안 만나니 섭섭한것도 흉을 볼 일도 없었는지도 모르겠다만 ..


시어머님이 나에겐 동서 흉을 한번도 본 적이 없지만 

큰 아들인 자기야에겐 가끔 섭섭함 마음을 이야기 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매번  시어머님의 마지막 결론은 

" 그래도 저거들 끼리 잘 살 면 되지 뭐 

사네 못 사네 그러면 어쩔거야.

저네 둘이는 사이가 좋으니까 그러면 되지 뭐 ..."


아들 둘을 두신 울 시어머님은 손주는 딱 한명 히로뿐이다 

동서네는 결혼전에 미리 아이 낳지 않고 

둘이서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선언을 했었다 

그 선언대로 결혼 10년째 아이 없이 둘이서 잘 살고 있다 


 

안 찾아 온다고  왜 안 오냐 하지 않고 

아이 안 낳겠다는데 왜 안 낳느냐 하지 않고 

절대 맏며느리에게 둘째 흉을 보시지 않는 시어머님이 

난 참으로 현명하시다고 생각한다

시어머님이 마음을 비우시고 둘째에 대해 입을 다물고 계시니까  

둘째네는 시부모님이랑 형님네랑은 교류가 없지만 

부부가 둘이서 아무 문제없이 잘 살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나고야로 돌아가시는 시부모님께 용돈 봉투를 드렸다

말로는 뭘 이런걸 주냐고 안 줘고 된다고 하시며 

봉투는 챙겨 넣으시는 시어머님 ...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인듯  ㅎㅎ

일주일간 함께 지내시며 어머님이 하신말씀 

" 이런게 가족이지 .. 



아이짱과 동서라는 인연을 맺은지 10년간 3번을 만났다 

앞으로 난 동서를 몇번이나 만날수 있을까 ?

울 시어머님은 단 한번이라도 동서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아 보실수 있을까 ? 


난 결혼전 형제 많은 집으로 시집을 가고 싶었다

울 친정 아버지가 장남이라 항상 사람들이 많았다 

울 친정 엄마는 힘드셨겠지만 북적 북적 거리는 집이 난 좋았었다 

달랑 한명 있는 시동생이랑 동서가 없는 

시부모님과 울 가족 셋 

이렇게 5명이서 보내는 단촐한 명절이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다 

형제가 없는 외동인 히로에겐 

그 흔한 사촌도 한명 없는  히로가  가끔 안스러울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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