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 20년이다
나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게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난 인복이 참 많았던 것 같다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덕분에 20년을 일본에 살고 있지만 남들은 거짓말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차별이나 무시를 당했다 느껴던 적이
내 기억에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처음 일본에 와서는 시민센타와 문화 센타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한국어 강사와 한국 문화 강사일을 했었다
가르치는 일이다 보니 어디를 가나 "김선생" 이란 호칭에
선생이란 호칭에 걸맞게 깍듯한 대우를 받았었다
강사 일을 그만두고 지금 하고 있는 파티쉐일을 하면서는
내 기술이 있기에 기술에 걸맞는 대우를 받았고
오히려 일본인들에게 지시를 하며 일을 하는 위치에 있다보니
자기들끼리 내 뒷담화를 할지는 몰라도
내 앞에서는 끽 소리 못하는 편이다
아이 학교에서도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하자 마자
반에서 유일한 외국인 엄마인 내가 학급 학부모 대표를 했었고
마을 자치회에서도 반장이랑 어린이회 임원을 했다
그러다 보니 아무도 나를 무시 하지 못했다
한국인이지만 일본에서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자신감있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오늘 일본 생활 20년만에 처음으로
외국인이라 무시를 당한 일을 경험했다
상대가 손님이니 맞짱 뜰수도 없고 정말 어이가 없다
(추위에 얼어 붙은 우리집 마당의 겨울 장미가
오늘의 건조한 내 기분을 그대로 표현 하는것 같다 )
오늘 근무중 한 중년 남자 손님이 케잌을 예약하러 왔었다
그런데 케잌에 쓸 문자 메세지가 너무 길었다
무슨 편지도 아니고 ...,
00 00 (사람 이름 일본이니 당연히 한자 이름인데
획숙 많은 어려운 한자다 )
0000 프로 0000 Japan woman 000 tour2019
優勝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무슨 편지도 아니고 케잌에 이런 43글자나 되는 긴 메세지를
그것도 우승같은 복잡한 한자까지 섞어가며 써 넣을수 있을리가 만무
함께 일하는 파티쉐 7명중에 예약 케잌을 만드는 사람은
나와 일본인 2명 뿐이다
일본은 한자를 쓰는 나라라 예약케잌에
메세지를 써 넣을때 한국 보다 훨씬 어렵다
종이에 볼펜으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초코를 녹여 액체로 만들어서 쵸코로 글을 쓰는거라
우승 優勝, 결혼 기념 結婚記念 게다가 복잡한 한자 이름
복잡한 한자 지명등등 ...
일단 후배인 레이짱에게 (일본인이니 나 보다는 더 자신있게
한자 메세지를 쓸수 있다고 생각하고 ) 이 긴
한자 섞인 43문자의 메세지 쓸 수 있겠냐고 했더니
할수 없다고 ...
그래서 예약 손님에게 글자수를 줄이지 않으면 어렵겠다고 했다
0000 프로 우승 축하합니다
아니면
0000 Japan woman 000 tour2019
우승 축하!
이 두가지 중 한가지로 메세지를 줄여 줄것을 부탁 드렸다
그랬더니 대뜸
아! 됐으니까 일본인 바꿔
손님 일본인이 문제가 아니라 이 메세지는 너무 길어서 ..
말도 끝나기 전에
일본인 바꾸라니까
사실 이 손님 2주전에도 케잌 예약을 했었다
그때도
0000프로 00대회(大会) 優勝 おめでとうございます
꽤 길고 한자도 섞여 있었지만 이정도는 ..
라는 마음에 내가 메세지를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일본인 바꾸라고 ??
내가 만드는 사람인데??
메세지를 쓸수 있는 외국인을 제쳐두고 메세지를 쓸수 없는 일본인 바꾸면
뭐가 달라지나 ?
아저씨 만드는건 저 거든요
내가 안 되면 안되는 거거든요
말은 못하고 속으로 ... 부글 부글 끓는다
아이고 열 받네. 진짜 !
내 가게면 한바탕 하고 말겠다마는 어쩌겠나 ..
나는 고용된 사람이고 뻗쳐 오르는 열을 삭이고 레이짱을 불렀다
더 이상 이 손님에게 내가 만드는 사람인데 어쩐데 등등
아무 말도 하기가 싫었다
그가 원하는 일본인을 바꿔주면 그만인것을 쓸데없는
감정 싸움을 하기 싫었다
하지만 아저씨가 모르는게 있어요
아저씨가 원하는 일본인은 결정권이 없거든요
외국인은 아랫사람이고 일본인은 무조건 윗사람이라 생각하는
아저씨 생각은 노 ! 노 ! 틀렸어요
레이! 메세지 줄이지 않으면 이 주문 이대로
못 받는다고 해
그리고 무조건 일본인 바꾸라니까 레이짱이 받아
레이짱이 손님을 상대하고 오더니
이 손님 진짜 짜증 나네요
말투 자체가 완전 갑질의 전형적인 말투에요
선배인 내 말을 들을수 밖에 없는 레이짱
하지만 막상 본인이 손님을 상대하고 나니
정말 짜증 나는 손님이라며 이런 주문 받고 싶지 않다고
한창 열을 올렸었다
그러고도 분이 삭지 않는지 저녁에 레이짱이 나에게
라인을 보내왔다
저녁에 집에 와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손님에 대해 화가 나고 열이 받는다고 ..
김상이 잘 설명을 하고 있는데 무조건 일본인 바꾸라니
그런 말을 한다는게 ..
같은 일본 사람으로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보다 김상이 한자도 더 많이 알고
머리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 기분을 생각한 아부성 발언이겠지만 ....)
아까는 진짜 열 받았는데
지금은 괜찮아. 고마워
그래도 그런 손님 처음이야
이것도 차별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본에 산지 20년째 오늘의 이 일이 제일 기억에 남는 외국인 차별이다
이 정도가 제일 심한 차별이라면
정말 난 포장된 고속도로만 달려온 너무나 운이 좋은
일본 사는 외국인이라 인정 하지 않을수 없다
고약한 손님 덕분에 상한 마음은 잠깐이었고
그 손님 덕분에 내가 일본에서 얼마나 맘 편히 살아 왔는지
알았으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이 정도 쯤이야 ㅎㅎ
아래 글은 내가 일본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당당히 살아 갈수있는
내 성격에 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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