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최고로 맛난 유린기

고3 아들녀석은  지난주부터 기나긴 여름방학에 들어갔지만 

대학입시가 6개월도 안 남았으니 치열한 여름방학이 될듯하다 ..

라고는 하지만 여름방학이 시작된지 1주일 

아직은 학원에서 반나절만 수업을 받고 있다 

월요일부터 종일 수업이 있다고 하는데 

정신 차리고 열심히 공부해 주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아들녀석은 아는지 모르는지

토요일 저녁을 자기가 만들겠다고 나선다 

솔직한 내 속마음 : 밥은 엄마가 할테니까 

넌 공부나 하셔 

넌 입시가 6개월도 안 남은 수험생이란걸 

알고는 있는거니?

하지만 요리를 하는게 아들녀석의 스트레스 해소법인가 싶어서 

내 속마음과는 달리 그러라 했다 

 엄마 집에 닭고기 있어?

 응 다릿살이 있긴한데 .. 뭐 만들려고?

히로가 만들겠다고 하는 저녁은 유린치라는 중국 요리다 

油淋鶏 한국어 사전을 찾아보니 유린기라 나오는데 

유린기??? 처음 들어 본다 

내가 무식해서인가 ..

중국요리하면 탕수육, 유산슬, 깐풍기,팔보채, 양장피....

요런건 알아도 유린기가 도대체 뭐야?

소고기도 싫어하고 돼지고기도 싫어하고 

내가 고기중에  유일하게 먹는 닭고기가 재료라니 일단 맘에 든다 

히로가  듣도 보도 못한 유린기라는 요리를 한다고 하니

스마트폰 카메라 켜 들고 옆에 지켜 서서 사진 찍을 준비 왼료 !

닭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간장과 요리술에 담궈 두더라 

닭고기에 간이 베이도록 담궈두는 동안 

소스 만들기 

간장, 식초, 생강, 설탕,  꿀, 물, 참기름을 넣고 막 섞어 주더라 

그리고  야채실에서 파를 꺼내 썰기 시작하는데 

 야! 파를 씻어야지 

 괜찮아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너 지금까지 요리 할때 파 안 씻어서 넣었어?

 남자요리는 그런거야 

안 씻어도 안 죽어

헐 .... 무슨 논리래?

 야아 .. 그래도 씻어서 넣어야지 

  에도도 안씻고 먹어도 건강하게 잘 살고 있잖아 

에도가 뭐 어쩌고 어째?

히로가 즐겨 보는 미국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있다 

난 관심이 없어서 정확한 프로 이름을 모르겠는데 

에도라는 남자가 정글이나 무인도  아마존 사막 등등 ..

사람이 살수 없는 극한 환경에 아무 문명의 장비도 없이 

일정 기간 살아 갈수 있는지 리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칼이나 불 이나 아무것도 없이 옷도 입지 않은채

오직 카메라만 들고 가서 살아 남는 ...

당연히 서바비벌이니까 생존하기 위한 목숨을 걸었는데 

그런 극한 환경이랑 집에서 요리하는 거랑 같아?

 야아 그래도 이제부터 파는 씻자 응 ?

 괜찮아 엄마 이거 먹어도 안 죽어 .

아니 무슨  죽고 안죽고가 문제냐고?

어쨌든 ..

안 씻은 파를 썰어 넣고 

찝찝한 유린기 소스 완성 ! 

요리술과 간장에 담궈둔 닭고기를 

녹말가루에 묻혀서 기름 두른 후라이팬에 바삭하게 구워 주기 

양면 잘 구워진 닭고기 위에 

먹기 직전 소스 뿌려 주기 

히로 왈  먹기 직전에 소스를 뿌려 주어야만 

닭고기의 바삭함이 살아 있어서 맛있다고 ...

우리집 남자의 요리 유린기 ..

히로 말대로 바삭바삭하니 소스의 간도 적당하니 

맛이 끝내준다 

파를 안 씻고 넣었다는 그런 찝찝함을 잊어 버릴만큼 맛있더라 

 히로 너 그냥 대학 가지말고 요리 학교 가 

사립대 이과면 4년간 천만엔 (`1억)이라는데 

그 돈이면 중국 유학 아니 프랑스 요리 유학도 가겠다 

어때?

 엄마 전에도 말 했지만 요리는 취미야 

 아니 너 아직 딱히 뭐가 하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했잖아 

니가 좋아하은 요리 하면 좋잖아 

 뭔 일은 할지는 대학 가서 생각할꺼야 

요리는 취미야 

 .....

꼭 대학을 가야하나?

그냥 요리하면 안 되나? 

인터넷에서 유린기를 검색했더니 

이렇게 먹음직스런 사진이 가득 !

비쥬얼은 비교가 안되지만 

아들 녀석이 만들어준 유린기는 

나에게 있어선 세상에서 제일 맛 있는 유린기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