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정말로 오래간만에 늦잠이란걸 잤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눈이 부셔 일어나보니
9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나 혼자 늦잠을 잔게 아니다
매주 토요일이면 테니스를 가는 우리집 자기야는
아침 8시면 테니스를 위해 집을 나선다
하지만 오늘은 오후에 히로가 다니는 학원의
대입 입시 설명회가 있어서 그 설명회 참석을 위해
테니스 일정을 넣지 않았다
부부가 함께 아침햇살이 높이 높이 떠 오를때까지
늦잠을 잔건 정말 오래간만이다
실로 몇일 만에 보는 아침 햇살인지 모르겠다
13일 태풍 하기비스가 지나간후 비가 오거나
아니면 잔뜩 흐린날의 연속이었는데 오늘은 너무나 화창한 날이다
날씨 탓인지 아님 늦잠 탓인지 기분이 좋다
엄마 아빠의 늦잠을 방해 하지 않으려고 했는지
히로가 혼자 일어나 아침밥을 일치감치 챙겨 먹었다고 한다
쬐께 미안해진다
공부를 하건 안하건 명색이 고3 수험생인데
수험생 아들 아침밥도 안 챙겨주고 늦잠이라니 ...
마당에 나가보니 석류나무 사이로 햇살이 눈부시다
자기야가 마당에서 늦은 아침을 먹자고 한다
항상 그렇듯 난 빵 굽고 사라다 준비하고
우리집 자기야는 커피 콩 갈아서 커피 내리고 ..
얼마전 마당의 테이블을 파랗게 페인트칠을 했었는데
정말 하길 잘 한것 같다
현관문 페인트를 하고 남은 페인트로 칠하느라
테이블 색을 고민할것도 없이 현관이랑 같은 파란색으로 칠했는데
너무 잘 어울린다
빵 굽고 사라다 한접시 뚝딱 만들고
테이블 셋팅 까지 끝냈는데 울 자기야의 커피 배달이 너무 늦다
전날 커피 콩 가는 기계 핸드밀이라고 하나 그라인드라고 하나
어쨌든 커피 콩 가는 기계를 분해해서
속 까지 깨끗하게 씻어서 말려두었는데
그걸 조립하고 커피 콩 갈고 그리고 커피를 내리려니
다른 날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것 같다
마당에서 집 안을 향해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자기야 커피 아직?
조금만 기다려
빵 따뜻할때 먹어야 맛있는데 ..
다행히 빵이 식기전에 자기야의 커피가 배달되어져 왔다
우리집 자기야는 분위기 있는 카페를 참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근무인 주말이면 혼자서
책한권 들고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음악을 틀어 놓고
간간히 불어 오는 시원한 바람과
따뜻하게 내레 쬐는 햇살 ..
시시한 카페보다 우리집 마당 카페가 훨씬 좋다
히로는 2층 자기방에서 공부란걸 하고
자기야랑 나랑 그리고 모꼬는 마당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브런치를 즐기는 토요일 오전시간 ..
하지만 오후에 있을 골치아픈 대입 시험 설명회를 가야 한다는 ....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공부 해야하는 수험생인 히로도 골치 아프겠지만
수험생 엄마 하기도 골치 아프다
이렇게 날이 좋은게 정말 2주만인것 같다
세탁기를 두번이나 돌렸다
따사로운 햇살이 뽀송해질 빨래를 생각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마당 가득 빨래를 널어 놓고
자기야와 나는 마당 카페 문 닫고
골치아픈 대입 설명회장으로 ......
카피콩 가는 기계..
손으로 가는 건 핸드밀이라 하고
자동으로 갈리는건 그라인드라 한다고한다
우리집엔 커피콩 가는 기계가 2개있는데 2개 다 핸드밀이다
내가 편하게 자동으로 갈리는걸 사라고 했지만
울 자기야가 힘들어도 손으로 가는 재미가 있다며
핸드밀을 선호해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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