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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집에서 먹기

마누라의 소심한 복수

by 동경 미짱 201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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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우리집 자기야가 한잔 하고 오는 나이었다 

기분 좋게 한잔을 하고  집에는 밤 12시가 넘어서 들어왔다 

밤 12시가 넘어서 들어오는 날 우리집 대화 

 자기 이번달에 두번째 외박이야?

 이게 무슨 외박이야?

 12시가 넘었고 날이 바꼈는데 왜 외박이 아니야 

내 기준 12시 넘으면 외박인거야 

외박은 한달에 한번만  하라고 했잖아 

이번달은 두번째 외박이야 


이상한 논리이지만 우리집 외박의 기준은 밤 12시이다 

마누라가 경고카드를 내밀거나 말거나 

간큰 우리집 자기야 마누라에게 아침 챙겨달란다 


우리집 자기야는 부어라 마셔라  무지막지하게 마셔대는 스타일이 아니라 


술을  즐기고 사람들과 만나는걸 좋아하는 스타일인지라 


술은 적당히 마시고 안주는 든든하게  챙겨 먹는 스타일이다


그러니 아침이 되어도 숙취는 없다


해장할 정도로 마시지 않았지만 늦게까지 먹고 마시고 했으니 


위가 부담스럽다고 


 아침을 간단히 먹고 싶다고 한다 


마누라 무서운줄 모르고 주말 아침밥 챙겨달라는 간 큰 우리집 남자다 


나는 또 챙겨 먹여야 맘 편한  마누라인지라 



 그럼  죽이라도 끓일까?


 죽? 그래 그게 좋겠네.

    

     자기야 죽으로 부탁해..



죽이다 죽! 



 하얀 죽을 끓인 후 


짜잔 ! 아침 식사로 죽을 대령했다 




 




갑자기 말을 잃어 버린 자기야 !


  죽 끓인다면서 이게 뭐야?


 이거 ? 죽!.


 ???  이게 죽??



 응. 죽! 밑에 봐 하얀 죽 있어 


  .....






게 맛살을 잘게 썰어서 완두콩과 무치고 


(이건 빵 먹을때 빵에 올려 먹기 위해  미리 만들어 놓았던 것이고)


양파를 간장에 절여 둔것이  냉장고에 있길래 


그리고 냉장고에 햄도 한조각 뒹굴고 있길래


몸에 좋다는 오꾸라도 있길래


냉장고에 우리집 상비 채소인  오이가 있길래 


그리고 슈퍼에서 사다 둔 노란 계란 지단이 있길래 


흰 쌀죽 위에 이것 저것 다 올려놓고


이쁘게 이쁘게 차려냈는데 왜??


쌀을  팔팔 끓여서 흰죽을 준비한후 


그냥 냉장고에 있는것 나름  영양 생각하며


색깔도 좀 맞춰가면서 올려 주다보니 


하얀 쌀죽이 보이지 않을정도의 


고명이라 하기엔 좀 과한 고명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세히 보면 밑에 하얀 쌀죽이 조금 보이는데


왜 무슨 문제라도??


 자기야! 가볍게 죽 먹자니까...


 그래 죽! 


한국에도 팥죽, 호박죽, 쌀죽, 흑임자 죽 , 닭죽 등등등 


수많은 죽들이 있지만 


일본에도  수많은 종류의 죽이 있다  


하지만 하얀 쌀죽에 


빨간 우메보시 하나 살짝 올려 주는게 


일본인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죽이다 



(자기야가 생각한 죽은 바로 요런 것! )



자기야가 생각하는 죽이랑은 너무나 다른 죽에 


조금 황당해 하면서도 맛있게 잘 먹어 주었다  


내가 너무 과했나?


근데 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그냥 냉장고에 있길래 


이것 저것 올린것 뿐인데...


난 가끔 이렇게 오바를 하고 만다 .


자기야에겐 어디가 아픈것도 아니고 하얀 쌀죽이 

무슨 영양가가 있냐고 

영양 생각해서 고명을 많이 올린거라고 했지만 

사실은 외박 (밤 12시 넘으면 외박이라는 우리집 기준의 외박)한 

자기야에 대한 나의 소심한 복수라는 건 

자기야에겐 비밀! ㅋㅋㅋㅋ


소심한 나의 복수였지만 우리집 자기야가 너무 맛있게

잘 먹어서 결국 나의 소심한 복수는 실패였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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