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인 동생이 우리 집에 왔었다
울 집에서 차도 마시고 놀다가 그녀가 돌아가는 길
우리 집 주차장에서 차를 빼는데 이상한 소리가..
음..... 불길한 느낌이..
역시나 불길한 느낌은 현실로
남편과 아이 셋 이렇게 다섯 가족인 그녀는 8인승의 꽤 큰 차를 탄다
익숙하지 않은 주차장이니 앞으로 쭉 빼면 될 것을 바로 우측으로 꺾어 나오려다
옆 펜스를 쭉 긁어 버렸다
윗 쪽에 아주 작게 두 군데 콕 찍혔고
아래쪽에 쭈욱 긁힌 자국이 꽤 길게 나 있었다
한국 동생 : 이거 20만 엔 (200만 원)은 견적 나올 것 같은데
얼마 전에 동네 애가 놀다가 자전거로 살짝 긁었는데 20만 엔 더 나왔었거든
그때는 그 애 집에서 보험 처리 해 주어서 다행이었는데
아이고 신랑한테 한 소리 듣겠네 어쩌지..."
라며 걱정을 하는 한국 동생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 집 주차장에서 생긴 일이라 괜히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위쪽에 콕 찍힌 작은 것 2개는 꽤 깊어서 어렵겠지만
못 자국 크기처럼 아주 작아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모르겠고
꽤 면적이 커서 눈에 띄는 아래쪽에 길게 쭈욱 긁힌 자국은 패이지 않고 페인트만 벗겨진 것 같았다
나: 이거는 간단하게 고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토박스(자동차 관련 도구를 파는 전문점)에 가서
재료 사면 5천 엔도 안 들고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지난번에 우리 집도 남편이 뒤쪽에 이렇게 긁었는데 고치려고 견적을 뽑아 봤더니
오토박스에선 28만 엔이라 하고 딜러에선 30만 엔 견적이 나왔었거든 너무 비싼 것 같아서
울 옆집 아저씨가 예전에 타이어센터( 타이어 및 자동차 수리 전문점)에 근무를 했었잖아
그래서 물어봤더니 가르쳐 줘서 재료비 4천엔(4만 원)으로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고쳤잖아
패이지 않고 페인트 벗겨진 정도면 표도 안 나게 고칠 수 있어
근데 그걸 30만 엔(300만 원 ) 견적 나온 거 너무 한 거 아냐
한국 동생: 진짜요? 근데 울 신랑은 그런 거 아예 할 줄 모르는 남자라서..
게다가 신랑이 알면 잔소리할 테고...
나 ; 그럼 내일 다시 차 갖고 우리 집에 와
울 신랑한테 고쳐 보라 할게
이런 사연이 있었다
우리 집 자기야는 진짜 아무것도 못하는 똥 손이다
예전엔 심징 집에 전구 하나도 갈지 못하는 아무것도 못하는 남자였었다
울 친정집은 친정아버지가 완전 맥가이버 수준이다
못 하시는 게 없는 맥가비버 같은 친정 아버지 밑에서 커서
한국에 살 땐 전구 갈고 뭐 그런 간단한 것 고치고 하는 건 당연히 남자들이 다 하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우리 집 자기야는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오히려 놀라웠었다
이런것도 못하는 남자가 있구나 .. 하고
못 하는거도 못 하는 거지만 아니 아예 할 생각을 안 했었다
전구 하나 가는것도 사람을 부르면 되지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렌데 억척스러운 한국 여자랑 살다 보니 이젠 전구 갈기 정도의 간단한 것 정도는 할 줄 아는 수준까지 성장을 했지만
여전히 똥 손인데 얼마 전 우리 집 차를 살짝 긁은 건 내가 아닌 자기야였고
30만 엔(300만 원) 견적이 너무 비싸다 싶어 옆집 나까무라 상에게 직접 배워가며
재료비 단돈 4천 엔으로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고친 경험이 있었다
나 : 자기야 00가 우리 집 주차장에서 나갈 때 차를 긁었거든
내가 봤을 땐 지난번 우리 차 정도라서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걔네 신랑은 그런것 못 한대.
그러니까 자기가 좀 고쳐 줘
자기야 : 한국 남자가 그런 것도 못 하는 사람이 있어?
한국 남자들은 다 자기들이 하잖아
나 : 자기는 한국 남자들이 다 맥가이버 야?
00 신랑은 아무것도 못한대
자기야: 에? 진짜? 한국 남자가 이런 것도 못 하는 사람이 있다니 믿을 수가 없어
나 : 한국 남자라고 다 할 줄 아는 거 아니지
자기야 : 그래도 한국 남자들은 군대 가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거 아냐?
나 : 내가 근대를 가 봤어야 알지
몰라 걔 신랑은 이런것도 못한다니까 자기가 봐줘
이런 사연으로 한국 동생이 차를 가지고 다시 우리 집에 왔고
오토박스에서 필요한 재료를 사다가 똥 손인 우리 집 자기야가 열심히 닦고 바르고 닦고
마치 자기가 프로 인양 열심히 또 열심히...
역시 위쪽에 작은 못 자국처럼 찍힌 2곳은 상처가 깊어서 어쩔 수가 없었고
눈에 띄게 길게 난 자국은 다행히 흔적도 없이 고칠 수가 있었다
나는 우리집 자기야의 똥 손이 금손이 되는 순간을 보았다 ㅎㅎ
한국 남자를 무슨 맥가이버로 아는 우리 집 자기야
어디서 누구에게 뭘 듣고 그런 소리를 하나 물어보니
자기야 : 아버님(한국 친정아버지 )도 형님도 못 하는 것 없잖아
그리고 전에 우리 회사에 있었던 이상이 한국 남자는 군대 갔다 오니까 못 하는 게 없다고 들었었고
또 00에 살던 권상 기억해? 권상도 자기 집에 이것저것 자잘한 것들 다 자기가 손 본다고 했었거든
우리 집 자기야 주변의 한국 남자들이 다 맥가이버였나 보다
사실 내가 보기엔 우리 집 자기야 주변의 남자들이 다 맥가이버인게 아니라
우리집 자기야 본인이 워낙 아무것도 못하는 똥 손이다 보니
우리집 자기야 눈에는 한국 남자는 뭐든지 다 할줄 알고 못 하는게 없다 생각 한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한국 남자가 다 대단해 보였던 게 아닌가 싶긴 한데...
자기야 한국 남자라고 다 맥가이버는 아니랍니다
'나 여기에 .. > 자기야 이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다살다 떡볶이가 위스키 안주란 소리도 들어보네 (12) | 2021.05.11 |
---|---|
이런 남자랑 살려니 피곤합니다 ㅠㅠ (6) | 2021.05.02 |
남편의 선물 고마워 해야 하는거 맞지? (0) | 2021.04.14 |
참으로 고마운 우리집 두 남자 (1) | 2021.03.25 |
남편의 커피열정! 결국 온도계까지.. (5) | 2021.02.22 |
남편 가방에서 나온 것 (3) | 2021.01.27 |
어떤 사진이 좋아? (3) | 2021.01.16 |
내 남자의 이쁜짓 (3) | 2020.12.31 |
떡복이 때문에 일본인 남편과 벌인 논쟁 (5) | 2020.12.06 |
충동적으로 낸 이유없는 휴가 (2) | 2020.11.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