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변두리에 작은 마당이 딸린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처음 일본에 와서 3년을 아파트에 살았고 그리고 내 집을 마련하게 되었을 때
우리 집 자기야 와 나는 아무런 의심의 여지없이 선택한 게 편한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이었다
지금은 우리집 작은 마당엔 사시사철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하지만
주택으로 이사 온후 몇 년 동안 마당 농사를 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진짜 많은 종류를 키워 봤구나 싶다
미니 토마토, 가지, 고추, 여주, 스키니 호박, 꽈리고추, 쑥갓, 상추,
그리고.. 아! 버질이랑 고수도 키워봤다
일본인들이 사시사철 즐겨먹는 고마츠나(소송채)
파, 부추 그리고 파슬리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아! 깻잎
정말 여러 종류를 키워 보았다
물론 마당이 작으니 한 번에 다 키워 본건 아니고 해 마다 서너 종류를 한두 포기씩 조금씩
키웠는데 몇 년 키우다 보니 자기 만족을 했다고 해야 할까 마당 농사를 그만두고
이젠 꽃을 위주로 키우고 있다
마당 농사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농사가 말 처럼 그리 쉽지 않다는 것
약을 치지 않고 (무농약을 고집해서가 아니라 몰라서 못 친다)
그리고 많은 수확을 하기 위해 순을 따 줘야 하는 것들도 있다는데 내가 알리가 없고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내가 심어만 두고 방치를 하니 수확이 시원 찮았다
개 중엔 엄청 대성공이었던 품종도 몇개 있긴 했지만 몇 년 하다 보니 마당 농사에 대한 열정이 시들해졌다
그리고 잎채소는 먹을만 하면 벌래들이 먼저 시식을 해서 잎 채소 농사는 일치감치 그만두었다
지금 우리 집 마당에는 한번 심어 매년 먹을 수 있는 부추랑 양하가 있고
또 파세리 , 파가 자라고 있다
그리고 매년 씨가 떨어져 저절로 자라는 깻잎이 막 싹을 내밀고 있는 중이다
며칠 전 홈센타에 갔다가 원예 코너에 들렸는데 내가 위에 언급한 각종 채소의 모종들이 가득했다
일치감치 마당 농사를 포기한지라 구경만 하다 발길을 돌릴려는데 상추가 보였다
상추라...
매주말 마다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우리 가족인지라 상추는...
그래 올해는 딱 상추만 심어 보자 하고 6포기 사들고 왔다
마당 한편에 간격을 두고 상추 여섯 포기를 심었다
그리고 상추 키우기에 대한 공부를 해야겠다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페트병으로 자동 급식으로 키우는 방법이 눈에 띄었다
상추는 장마철에 비를 많이 맞으면 안 좋다고 하는데
페트병이면 장마철에 처마 밑으로 옮겨 두면 되니 비를 많이 맞히지 않고 키울 수 있을 것 같고
자동 급수니 더운 여름날 매일매일 물 줄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고
그래서 여섯 포기 중 세 포기만 페트병에 키워 보기로 하고
마당에 심어 둔 여섯포기중 세 포기를 페크병으로 옮겨 심었다
인터넷에서 검색한 대로 페트병을 잘라 자동 급수 페트병을 만들었다
이렇게 3포기를 페트병에 심어 두고 일주일 정도 지났나 보다
같은 날 사다가 마당에다 3포기
페트병에다 3포기
누가 누가 잘 자라나..
마당에 심은 아이
자리를 잘 잡은 듯 잘 자라고 있다
잎이 싱싱해 보인다
그리고 같은 날 페트병에 심은 아이
마당에다 심은 아이보다 훨씬 잎이 풍성하고 크기도 크다
사실 고정관념이라고 해야 할까
적은 흙에다 키우는 페트병보다야 넓은 마당에 심은 아이가 더 잘 자라겠지 싶었는데
내 생각과는 달리 페트병에 심은 아이가 훨씬 잘 자라는 게 아닌가
페트병은 이리 저리 햇살 따라 자리를 옮길 수도 있고
또 매일 물을 주는 번거로움도 없고 여러모로 훨씬 좋은 것 같다
또 하나 마당 농사보다 페트병 농사가 좋은 점!
이건 우리 집만 해당 되는 사항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집 모꼬짱은 마당에 나가 일광욕을 즐기는 걸 좋아하는데
근데 이 녀석은 잔디가 아닌 꽃이나 심어둔 농작물 위에 앉아
그 작은 엉덩이로 깔아뭉개는 일이 종종 있다
페트병에 심어두면 적어도 모꼬짱의 엉덩이에 깔아 뭉개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마당에 심어둔 나머지 3포기도 페트병으로 옮겨 심어야 할 것 같다
마당 없이도 지을 수 있는 페트병 농사
요거 요거 괜... 찮.... 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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