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마당 농사를 포기를 했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여자가 마당이 생기니 이것저것 심어 보고 싶었다
마당 농사는 마당 가진 자의 로망이니까..
이것 저것 많이 심어 봤지만 농사의 농자도 모르니 잘 될 리가 없었다
수확 양은 적었고 잎채소는 벌레가 먹고 (물론 간혹 잘되는 것도 한 두개 있긴 했지만 ..)
일단 몇 년간 마당 농사를 해 봤으니
자기만족은 되었고 역시 농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역시 난 채소보단 꽃이야 라는 결론을 내리고 농사 끝!
우리 집 마당은 꽃만 있는 마당으로 몇 년을 보냈다
아! 예외가 있긴 하다 매년 우리 집 마당에 깻잎은 있었다
일본에선 깻잎이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와 깻잎은 매년 때가 되면 알아서 씨가 떨어져서
알아서 싹이 나고의 무한 반복이었으니 딱히 내가 맘먹고 농사를 지은 건 아니고
씨다 떨어지고 나고 자라고 하는 자연의 법칙에 의한 강제 농사였다
그리고 가끔 미니 토마토 한두 포기가 전부였다
그런데 올해 오래간만에 마당에 이것 저것 심었다
겨우 한 두개씩 심었으니 농사라 할 것도 없지만 ..
코로나 때문에 어디 놀러 다닐 순 없고 할 일 없고 심심해서 심었던 채소들..
물론 올해도 여전히 깻잎은 많이
그리고 우연히 묘종가게에서 발견하고 작정하고 심은 한국 고추
오이도 심었고 큰 토마토 그리고 미니 토마토도 심었다
대파고 그리고 가는 파도 심었다
상추도 심었다
따로 거름이나 비료는 사지 않고 매일 나오는 커피 찌꺼기랑 달걀 껍질을 잘게 잘라서
흙에다 뿌려 준 게 전부인데
워메 반가운 한국 고추
역시나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여자가 키워서인지 많이 열리진 않았는데 실 하게 열렸다
반갑다 한국 고추야 ㅎㅎ
오이가 이렇게 크게 자랄 줄은...
너무 신기해서 매일매일 마당에 나가 내다보며 지켜보고 있다
꽈리고추는 좀 풍년 느낌이다
꽈리고추보다는 한국 고추가 풍년이길 바라는 나의 바람과는 달리
꽈리 고추만 엄청 풍년 ㅋㅋ
토마토도 익어 가고 있다
저게 언제 빨갛게 물든다냐...
깻잎은 진짜 대 풍년이다
그리고 올 마당 농사의 현재까지의 가장 성공작은 상추다
상추 여덟 포기를 심었었는데 우리 집은 매주마다 마당에서 바비큐를 하면서 고기를 구워 먹는데
올해는 아직 한번도 상추를 사지 않았다
잎을 따 먹고 또 따 먹어도 무한 자라나는 상추
이젠 매년 상추는 우리 집 마당 농사 목록에서 빠지지 않을 것 같다
매주마다 하는 바비큐
우리 집 마당에서 금방 딴 상추와 깻잎에 삼겹살을 살짜기 올려 쌈 사 먹는 그 맛이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삼겹살이다
그리고 제일 큼직한 한국 고추 하나 즉석에서 따다가 된장에 콕 찍어 먹었다
내가 일본에서 한국 고추를 마당에서 키워 따 먹는 날이 올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별것 아닌 한국 고추 하나에 이렇게 행복흔 난 참 쉬운여자다 ㅎㅎ
바비큐 할 때 잊어버리고 있었던 오이 하나를 따다가 썰지도 않고 된장에 푹 찍어 한 입 베어 먹으니
어머나 세상에 이게 왜 이리 맛있지?
사다 먹는 오이랑은 달리 맛이 굉장히 진한 것 같고 금방 땄으니 당연히 물기가 가득하니
입 안 가득 오이 육즙이 퍼지는 게 지금껏 먹어 본 오이랑은 차원이 달랐다
히로는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채소가 오이다
히로 말에 의하면 니 맛도 내 맛도 없는 데다가 또한 다른 채소에 비해
영양분 또한 아무것도 없이 그냥 물 마시는 거랑 똑같은 풀내 나는 채소라는 게 히로 말이다
평소에 절대로 오이를 안 먹는 히로인데 마당에서 딴 오이가 너무 맛있어서
히로에게 딱 한 입만 먹어 보라고 우리 집 마당 표 오이인데 무지 막지 맛있다고..
그렇게 평소라는 오이를 절대 먹지 않는 히로가 한 입 ( 엄마의 성화에 한 입 크게 가 아닌 아주 아주 작은 한입이다 )
을 베어 먹자마자 아직 삼키지도 않았는데 성질 급한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나 : 어때? 맛있지? 다른 오이랑 다르지?
히로 : 그냥 오이 맛인데..
나 : 아닌데 맛이 더 진하고 향도 있고 그렇지 않아?
히로 : 아니 그냥 오이 맛! 그건 엄마 기분 탓인 건지...
나 : 아닌데... 다른 오이랑 맛이 다른데 맛있는데...
내가 마당에서 직접 기른 채소는 뭔가 다르다
시중에서 사는 것보다 농약을 안 했으니 안전하고 훨씬 맛있었던 이유를
히로가 깔끔하니 정리를 해 줬다
물론 무 농약에 친 환경인 건 사실이지만 그래서 더 맛있는 건 절대 아니고
우리 집 마당에서 내가 키운 그 애정으로 맛있다고 결론 지은 나의 뇌가 문제였단다
오이가 달고 맛있었던 이유는 순전히 내 기분 탓이란다..
그러건가? 아닌데...
더 맛있는데...라고 내가 납득을 못 하고 꿍시렁 거리니
히로 : 봐 엄마 지금도 자꾸 맛있다고 세뇌를 시키잖아
내가 먹어 본 오이랑 똑같은 오이 맛이야
냉정한 짜식
엄마가 직접 길러 금방 따서 더 맛있다고 난리 블루스를 추면 설령 아니더라도
진짜네 맛 있네 라고 같이 장단이라도 맞춰 주면 어디가 덧나냐
그냥 오이 맛이라며 엄마의 기분 탓이요 엄마의 착각이라고 꼭 그렇게 콕
찝어 말해야 하냐고??
그러고나 말거나 마당에서 첫 수확한 오이는 엄청 무지 달고 향이 강하고 맛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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