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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적극적인 남편과 귀찮은 마누라

by 동경 미짱 202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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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덕분에 연차휴가만 쌓이고 쌓였다
울 회사는 연차휴가를 안 쓴다고 해서 돈이 나오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회사처럼 그냥 안 쓰고 버려서도 안 된다
울 회사는 무조건 연차 휴가를 기간내에 써야 한다
그래서 연차휴가를 소비하기
위해 나는 금요일보터 화요일까지 아무 목적 없는 휴가 중이다
11월부터 크리스마스시즌에 돌입을 하니 케이크 만드는 일을 하는 나는 11월부터 휴가는 쓸 수가 없다
그래서 9월 10월 두 달간 연차휴가 소비를 위해 부지런히 쉴 생각이다
휴가는 휴가인데 할 일 없는 휴가 ㅠㅠㅠ
그래서 오늘은 우리집 자기야 랑 드라이브 가기로 했다
아침에 커피 한잔에 핫샌드위치 하나 먹고 일치감치
집을 나섰다
동경은 동경인데 동경같지 않는 곳
오꾸타마 奥多摩로 집에서 2시간 거리의 드라이브였다
사실 오늘 드라이브는 나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었다
코로나에 걸리고 난 후 변 한 것 하나!
예전에 난 밖이 나가는 걸 좋아하고 사람들 집에 부르는 거 좋아하고 잠시도 가만히 못 있는 빠릿빠릿한 성격이었는데 요즘의 난 만사가 귀찮다
이게 남들이 말하는 코로나의 후유증인 무기력증인지 아님 중년 아줌마의 갱년기 증상인지 뭔지 모르겠다
어제 런치를 가자고 제안 한건도 우리 집 자기야였다
난 자기야의 제안에 시큰둥 하니 따라나섰는데 막상 나가고 나면 나와서 좋았다 싶다
오늘도 그랬다
자기야가 어제부터 오늘은 오쿠타마(奥多摩)로 드라이브 가자고 했었고 난 오늘 아침 집을 나설 때까지 시큰둥했었다
활동적이었던 예전과는 달리 요즘 난 집에서 뒹굴 뒹굴 거리는 게 좋고 어딘가를 나간다는 게 귀찮게 느껴진다
오늘도 시큰둥하니 나선 길 …


하지만 역시나 막상 나오고 나니 좋다
2시간의 드라이브 끝에 도착한 오쿠타마의 강가

타마가와 多摩川 서울의 한강처럼 동경을 가로지르는 작은 강인데
오쿠타마는 상류인데 1급 수다


시원하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다니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다

무더웠던 여름을 뒤로하고 가을을 문턱을 넘었나 보다
강가의 갈대에 내 마음까지 설레는 걸 보니 …


난 사계절 중이 가을이 제일 좋다
좀 이른 감이 있긴 하지만 가을빛 향기 물씬 나는 낙엽이 물 위에 떠 있다
별것도 아니 이런 게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다

강가에서 만난 이름 모를 이쁜 들꽃들 …

강가의 이름 모를 들꽃들 사이에
생뚱맞게 무궁화 한송이가 활짝 피어 있었다
이렇게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만나는 무궁화가 엄청 무지 반갑다
이곳이 한국이 아닌 일본이라서 더 반가운지도 모르겠다

출렁다리도 건너고
강을 따라 끝없이 이어진
산책길을 하염없이 걸었다

강가를 따라 끝이 어딘지
모르게 이어진 산책길..


오늘의
외출 길엔 당연히 모꼬짱이랑 함께 나왔다
미처 사진을 못 찍었는데 모꼬짱이
겁도 없이 강물에
뛰어들어 자기야 랑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얕은 곳이라 위험하지 않았지만 날이 잔뜩 흐려서 추웠는데 모꼬짱이 감기 걸릴까 걱정스러워 얼른 차로 돌아가 차에
있던 타올로 닦이고 옷도 갈아 입히고 한바탕 난리를
쳤다
어릴 땐 물을 무서워했었는데 나이 들면서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모꼬짱이다
울 모 꼬짱은 사실은 수영도 아주 잘 한다 ㅎㅎ

이곳은 물살이 아주 센 곳이라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수영을 할 수 없는 대신 이렇게 카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강 건너편에서 낚시를 즐기는 아저씨가 보였다
길다란 낚싯대를 던지는 저 장면을 보니 흐르는 강물처럼 이라는 영화가 떠 오른다
도대체 언제 적 영화인지 …
아마도 1993년었던가..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서울 내 방에 흐르는 강물처럼 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비록 강 건너 저 아저씨는 브래드 피터는 아니지만 내 방에 걸려 있던 그 영화의 포스터가 떠 올랐다
요즘 가끔씩 이렇게 뜬금없이 옛 생각이 떠 오르는 걸 보니 나도 이제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토요일인데도 날씨 탓인지 아님 코로나의 영향인지 이렇게 레저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은 꽤 있었지만 우리처럼 강가를 산책하며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정말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쇼핑가는 대부분 문을 닫아서
토요일이지만 엄청 썰렁했다

커다란 바위 위에 벌러덩 누워 버린 우리 집 자기야  사실
저렇게 누워 한 시간 정도 잠들었던 것 같다

울 모 꼬짱은 연 이틀에 걸친 외출에 신이 났다

자기야가 잠든 사이 난 혼자서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 ㅎㅎ

막상 나오면 이렇게 좋은데 요즘 난 왜 이렇게 만사가 귀찮은지 모르겠다 ㅠㅠ

우리 집 자기야가 내일은 숲 속의 작은 레스토랑에 가자고 한다
어제도 나갔고 오늘도 나왔는데 내일 또 나가자고???
자기야의 외출 계획에 난 또 시큰둥 …
하지만 내일이 되면 난 또 우리집 자기야를 따라나설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

코로나의 후유증인지 아님 갱년기 아줌마의 증상인지 모든 게 시큰둥한 마누라랑
그래도 어떻게라도
시큰둥한 마누라 데리고 나가려는 적극적인 우리 집 자기야 ….
시큰둥한 마누라 가만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밖으로 데리고 나가 주는 우리 집 자기야가 오늘은 고마웠다
시원하게 흐르는 강물을 하루 종일 보고 왔더니 기분은 좋지만 조금 피곤하다
음 …. 그런데 흐르는 강물처럼 영화 스토리가 기억이 안 난다
너무 오래전에 본 영화라..
다시 한번 찾아서 봐야 할까 보다

그나저나
내일은 또 어떤 곳에 마누라를 데리고 가시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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