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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에서 참배하고 팥죽으로 시작한 새해

by 동경 미짱 2022.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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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란 시간이 엄청 무지 길게 느껴지는데 막상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한 것도 없는데 뭐가 그리 빠른지 …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이했다
일본은 매년 1월 1일 해가 바뀌면 신사에 가서 참배를 하며 한해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한다
내가 살고 있는 동경 변두리의 울 동네는 변두리답게  마을 주민이 참석하는 행사가 참 많다
그 첫 행사가 바로 1월 1일 마을 신사에서 하는 初詣이다
12월 31 일을 넘기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신사에서 1년 간이 행복을 기원하는데 울 동네는 정말 작은 신사가 있는데 1월 1일 0시에서 2시간여 동안 삼사백 명이 모여든다
나도 매년 참석을 하는데 신사 참배보다는 마을 주민들과 덕담을 나누며 새해 첫 인사를 나누는 게 주목적이다
작년은 코로나 때문에 마츠리를 비롯한 모든 행사가 취소가 되었었다
당연히 1월 1일의 初詣도 취소가 되어 하지 않았었다
2년 만에 하는 한해의 첫 행사이니 오늘은 꼭 참석해서 한동안 못 봤던 마을 어르신들도 뵙고 해야지 싶어서
해가 바뀌자 마자 자기야랑 함께 신사로 향했다

 

신사의 등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고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2년만에 동네 주민들이 이렇게 모였다
자기야 랑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다 아는 분을 만나면 반가이 인사를 나누었다
히로랑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던 그래서 그 부모와도 꽤 친한 겐군의  부모를 만났다
재작년 신사에서 만나고 2년만에 만났다
짧게 인사를 나누고 코로나가 진정 되면 런치라도 하자는 약속을 했다
코로나 때문에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이웃 사촌들과의 모임도 가지지 못했었다
이곳 신사에서 오래간만에 이웃사촌들도 만나 인사를 나누며 역시나 마지막  인사는 코로나가 진정되면 다들 모여서 한잔 하자는 얘기..
코로나 때문에 다들 오랫동안 자숙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들 쌓인 듯했다
한 동네 살면서도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는데 다들 건강해 보여 정말 좋았다
그리고 새해 첫날 이렇게 짧게나마 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길게만 느껴졌던 줄인데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차례가 다가왔다

평소 같으면  마을 부인회에서 추운 겨울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따뜻한 돈지루를 가마솥 가득가득 만들어 주민들에게 나눔을 하고 통, 반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아마 사케라는 따뜻한 술을 만들어 나눔을 하는데 역시나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음식의 나눔은 없었다

대신 직접 만든 아마 사케가 아닌 캔에 든 아마 사케를 펄펄 끓는 가마솥이 넣어 따뜻하게 데워서 주민들에게 나눠 주고 있었다

그런데 항상 최선두에서 이 행사를 끝까지 주관해야 할 마을 원로 할아버지들 몇 분이 보이시지 않는다
마을 행사에 이분들이 없는 건 말이 안 되는데 당연히 계셔야 할 분들이 안 보이니 걱정이 된다
연세가 많으신 분들을 지난 2년간 뵙지 못해서 오늘은 뵐 수 있을까 했는데 어찌 한두 분도 아니고 몇 분이나 보이시지 않으시는지 …

지난 여름쯤었나 보다
모꼬짱이랑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동네 제일 원로이신 마에바시 (며느리가 나의 지인이고 내가 어린이회 부회장을 하며 그리고 반장을 하며 꽤 친숙하게 지냈던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를 만났었다
나는는 마에바시 할아버지 댁에 직접 가서 차를 마신적도  있고 내가 동네 임원을 때 함께 이자카야에도 갔었었는데  마에바시 할아버지가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나눠 주시기도 하셨는데 지난여름 산책길에 만나 반가이 인사를 드리니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셨다
그래서 내가 누구인지 설명을 드리니 “ 아! 그래 “ 하시는데 역시나 나를 기억 못 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마에바시 할아버지  신사에 오시지 않으실 리가 없는 게 안 계시는 살짝 걱정이 된다
마에바시 할아버지뿐 아니다 마을의 마츠리를 총관장하는 구로다 할아버지도 안 보이셨고 전 회장이었던 이시바시 할아버지도 안 보이시고 ….
계셔야 할분들이 몇분 보이지 않으니 건강에 문제라도 있으신가 걱정이 된다 

울 마을은 신사에 오신 주민들에게 복주머니로 작은 선물 나눔을 한다

올해 복 주머니에 든 선물들..
티슈랑 물 티슈, 수세미, 손난로 등등..

그리고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는 캔에 든 팥죽

신사에서 동네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에 오니 1시쯤이었다
예년 같으면 참배를 마치고 모닥불이 둘러앉아 준비되어 있는 맥주와 일본주 그리고 안주를 먹으며 한참을 수다를 떨다 집에 왔을 텐데 올 해는 역시나 코로나 때문에 참배만 마치고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밤 1시가 넘었는데 찬 바람을 쐬며 신사에 갔다 와서 몸이 꽁꽁 얼었다며 우리 집 자기야가 뜨끈한 おしるこ(일본식 팥죽)을 먹겠단다
이 시간에?
우리집 자기야는 이 팥죽을 정말로 좋아한다
매년 시어머니가 만드시는데 올 해는 시어머니가 오시지 않으셔서 생략을 하려고 했더니 우리 집 자기야가 그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어떻게 신년에 팥죽을 안 먹을 수가 있냐는 강한 반발에 이틀전 부터 팥을 불려 두었다가 어제저녁에 팥죽을 만들어 두었었다
일본식 팥죽인 おしるこさん 는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팥을 터트리지 않고 그대로 두기 때문에 국물이 맑다
설탕이랑 소금으로 달달하게 간을 해 뒀다가 먹기 직전에 떡을 구워서 넣어서 먹는다

찹쌀로 만든 큼직한 일본 떡은 한 입 베어 먹으면 쭉 쭉 늘어난다
잘 구운 떡을 팥 국물에 넣어 적셔 가며 먹는다
처음 일본 팥죽을 먹었을 때 이게 무슨
팥죽이냐고 니 맛도 내 맛도 없다고 팥죽은 역시 한국 팥죽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오랫동안 이런 팥죽을 먹다 보니 또 이건 이것대로 맛있다고 느껴진다
새벽 1시에 이걸 꼭 먹어야 하는 건지?라고 물으니 우리 집 자기 야애 답이 꼭 먹어야겠단다 ㅠㅠ
안 먹으면 될 것을 자기야랑 얼굴 맞대고 또 같이 먹고 있는 나 ㅎㅎ
그렇게 우리의 새해는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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