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난 정말로 안 걷는다
회사가 집에서 워낙 가까워서 회사 갔다 오면 2천 보도 안 된다
퇴근하고 장을 보러 마트에 갈 땐 차로 간다
마트가 집에서 가까워서 걸어가면 좋겠지만 갈 때는 좋은데 돌아올 때 쇼핑한 짐이 무거우니까 쇼핑은 무조건 차다
그러다 보니 하루 생활중 적게는 2천보정도고 평균은 3500보 정도가 내가 걷는 전부다
중년 아줌마가 너무 안 걷는거 아닌가?
같은 양을 먹어도 먹는 족족 아니 먹는 양보다 더 많이 살이 찌는 갱년기 아줌마가 말이지 …
하지만 걱정을 하덜 말아 ㅋㅋㅋ
평소에 안 걷는 대신 ( 안 걷는 게 아니라 걸을 일이 없다) 요가도 하고 주 1회는 반드시 근육 트레이닝도 하고 유산소 운동도 하고.. 운동은 적어도 주 3회에서 4회 정도는 하고 있다
그래서 체력 하나만큼은 아직은 자신이 있다
평소에 걸을 일이 없는 내가 이번 삿포로 여행 4일간 정말 무지막지 걸었다
첫날 2만 6 천보
둘째 날 3만 1 천보
셋째 날 2만 7 천보
마지막 날은 2만 보
4일간 10만 보도 더 걸었다
첫날은 점심때쯤 도착해서 공항에서 바로 점심을 먹었었다
삿포로에선 너무나 유명한 새우라면
해산물을 좋아하는 내가 삿포로 가면 반드시 먹겠다고 정해둔 것인지라 공항 도착하자마자 먹었다
라면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호텔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바로 호텔을 나섰다
검색을 해 보니 내가 묵은 호텔에서 전철을 타고 삿포로 역을 가라고 나오는데 거리가 고작 2킬로 정도였다
그래서 4일간 난 호텔에서 삿포로 역까지는 단 한번도 전철을 탄 적이 없다
무조건 걸었다
2키로 정도야 뭐 가볍지 않나? 라지만 하루 두 번만 왔다 갔다 해도 8킬로 거리니 가볍지는 않다
첫날 반나절 만에 2만 6 천보니 실질적으로 제일 많이 걸은 게 아닌가 싶다
야경을 보기 위해 전철을 타고 버스로 환승을 해서 도착한 후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갔고 멋진 야경을 보고 돌아오기 위해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표를 보니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구글을 전철역까지 검색을 해 봤더니 3킬로 조금 더 있다
3 키로면 걸어서 30분 정도면 될 것 같은데 어둡고 추운 산에서 그것도 곰이 나오니 조심하라는 위험한 산에서 1시간을 버스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30분을 걸어갈 것인가 … 당연히 걸어갈 것을 택했다
평소엔 정말로 안 걷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렇게 걸어서 전철을 타고 삿포로 역으로 돌아온 후 저녁을 수프카레를 먹겠다고 찾아다니면서 엄청 걸었었다
운이 없어서인지 내가 찾아간 가게가 쉬는 날이라 또 다시 걸어서 찾아간 다른 가게는 8 시에 영업이 끝났고 집념의 한국인인 나는 포기할 줄 모르고 수프 카레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찾아간 세 번째 가게도 문을 닫았고 ( 가게 찾아다니느라 엄청 걸었다)
어쩔 수 없이 수프 카레를 포기하고 칭기즈칸을 먹었었다. 칭기즈칸은 나의 먹방 리스트에 없었지만 많이 걸어서 체력 소모도 했고 무엇보다 수프 카레를 먹지 못한 충격에 아무 데나 들어간 게 칭기즈칸이었다
제일 많이 걸은 둘째 날은 3만 보 넘게 걸었는데 이동 거리가 23킬로였다
바로 오타루에 간 날이다
남들은 오타루에 가면 시내를 중심으로 돌아다니는데 난 렌터카도 없으면서 또다시 버스를 타고 시내에서 벗어난 바다가 보이는 전망대까지 이동
언덕 위까지 걸어 올라가 멋진 풍경을 보려 힐링을 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오타루 시내로 돌아와 요리조리 싸 돌아다니며 지치면 카페에 들려 케이크도 먹고 또 싸 돌아 다니며 이것저것 먹방을 했던 결과 23킬로 3만보를 가볍게 넘겨 버렸다
그렇게 많이 걷고도 돌아 오는 길 삿포로역에서 호텔까지 또다시 걸었다
걸은 이유는 간단했다
걷다가 보이는 디저트 가게 들어가 야식을 사고 편의점 들려 음료도 사고 그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삿포로의 밤 거리를 걸어 보고 싶기도 했고
셋째 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해산물 덮밥을 먹으러 시장까지 가는데 아침을 너무 든든하게 먹어서 일단 배를 꺼트려야 할 것 같아서 5킬로 거리를 걸어가기로 했다
맛있는 해산물 덮밥을 먹은 후 맥주 박물관에 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고 맥주 박물관에서 호텔까지는 다시 걸어서..
밤에는 스스기노 거리를 산책
이리 저리 넷째 날도 주로 걸어서 이동을 했다
그렇게 걷다 보니 4일간 10만 4 천보를 걸었다
걷기만 했냐면 노! 노! 노!
먹었다
이것저것 엄청 많이 …
이번 여행은 먹방 여행으로 정했으니 관광은 뒷전이었다
시간이 있으면 관광을 하면 되고 먹방이 우선이었다
아! 야경은 꼭 보고 싶어서 처음부터 계획을 한 스케줄이었다
이승엽 선수의 사진을 눈앞에 두고 먹은 해산물 덮밥
삿포로의 유명집답게 신선하고 맛있었다
덮밥과 함께 먹은 꽃게를 넣고 끓인 된장국이 정말 맛있었다
버스 타고 간 오타루 시외의 전망대 바닷가 바로 앞의 60년 된 민숙 집 식당
금방 구운 청어
맛도 맛이지만 일단 생선 굽는 냄새의 유혹은 정말 강렬했다
바닷가니까 신선한 회 한 접시도 빼놓을 수 없고
삿포로는 스푸카레가 유명하다
첫날 먹으려고 했다가 가게가 죄다 문을 닫아 먹지 못했으니 다음날 작정을 하고 갔었다
뭘 시킬까 고민을 하다 북해도는 채소가 맛있기로 유명하니까 채소 듬뿍 든 채소 카레를 시켰다
고기가 든 카레가 훨씬 비쌀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신선한 채소라서인지 고기가 든 카레보다 겨우 10엔(100원) 이 더 쌀뿐
나는 고기보다 채소를 더 좋아하는 채소 파니까 채소 카레를 시켰지만 보통 사람들이라면 겨우 10엔 차인데 이왕이면 고기 카레를 시키지 않을까 싶다
매콤한 카레와 함께 삿포로 맥주 한잔!
크 …. 맥주 맛 끝내주네
이 맛은 못 잊을 것 같다
어느 날 아침
아침부터 해산물 덮밥
해산물은 원 없이 먹었던 것 같다
일본에서 라면 하면 소금 라면, 간장 라면, 된장 라면이 있는데
삿포로 하면 된장라면이 제일 유명하다
난 라면을 먹을 때 깔끔한 맛 때문에 항상 소금라면을 먹는 편인데 삿포로 왔으니까 제일 유명한 된장 라면 안 먹을 수 없잖아
수프카레...
그게 자꾸 생각이 났다
첫 한 입엔 음 …. 그랬다
그런데 먹다 보니 이게 중독성이 있었다
국물까지 깨끗하게 먹어 치웠었는데 그게 다음날에도 자꾸 생각이 났다
그래서 또 갔다
스푸카레 먹으러 …
전날 난 채소 카레를 먹었지만 사실 삿포로의
스푸카레 하면 치킨수프 카레가 제일 유명하다
그래서 이 날은 치킨카레를 주문하고 매운맛의 강도도 전날보다 한 단계 올렸는데 이 매운맛이 나에겐 적당 했다
전날 먹은 채소 카레도 맛있었지만 왜 치킨 카레가 제일 유명한지 알 것 같다
치킨 스프카레 너무 맛있다
이것 안 먹었으면 후회했을 듯 …
진짜 중독성이 있나 보다
또 먹고 싶은걸 보니 …
맥주 박물관에서 마신 이 맥주 맛도 못 잊을 것 같다
많이 걸어서 조금 지치고 게다가 날이 더웠는데
그때 마신 시원한 맥주의 맛이 정말 좋았다
난 술을 잘 마시지 않는 편인데 이거라면 가끔 마시고 싶을 것 같다
결론 역시 삿포로에서 마시는 맥주는 맛있다
호텔 방에서 잠들기 직전 딸기 떡을 야무지게 먹고 잤다
갱년기 중년 아지매는 먹는 족족 아니 먹는 것보다 더 많이 살로 가는데 뭔 배짱인지 …
북해도는 디저트류가 유명하다
아무래도 낙농업을 하는 지역이고 우유가 유명하고 버터를 비롯 유제품이 유명한 곳이라 디저류가 발달하지 않았을까 싶다
늦은 밤 잠들기 전 달달한 슈크림 먹는 건 기본이요
나 홀로 뚜벅이 여행으로 정말 많이 걸었고 걷다 지쳐 쉬고 싶으면 카페에 들려 달달한 디저트 먹으며 쉬다가
또 걷다가 먹다가 …
아무리 많이 걸어도 먹는 양이 있으니 나의 배는 하루 종일 빵빵
호텔방에서 하루를 마감하며 한 잔!
이것 또한 좋았다
우리 집 자기야에게 내가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니 우리 집 자기야의 첫마디가 “ 나 이제 자기야 여행 같이 못 가겠어 “였다
나 : 아니 왜?
자기야 : 어떻게 그렇게 까지 걸어?
믿을 수가 없어. 난 그렇게 못 해
나 : 자기랑 같이 가면 그렇게 안 걷지
걱정하지를 말아
자기야 : 왜 그렇게 걸었어?
나 : 걷는 게 좋았어 몇 년 전 교 토이 혼자 여행 갔을 때도 나 계속 걸었잖아 처음도 아닌데 뭐
자기야 : 그래도 좀 심하잖아 이건 여행이 아니라 완전 수행이지
나 : 안 힘들었어 내가 좋아서 걸은 건데 뭐 … 자기도 언제 한번 걷는 여행 해 봐
자기야 : 아니 난 싫어
정말 내가 좋아서 걸었다
걷다 보면 전철이나 차로 이동하면 볼 수 없는 것들이 눈이 보이고 정말 구석구석까지 풀 한 포기 심지어는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 하나까지 다 눈에 들어온다
그게 좋았다
4일간 엄청 걸었고 엄청 먹었다
하루 종일 배가 부르지 않은 때가 한순간도 없었다
심지어는 잠잘 때까지 배가 불렀다
갱년기 중년 아줌마가 겁도 없이 뭔 배짱인 모르겠다
집에 돌아온 오늘 두근 거리는 가슴을 부여 안고 체중계에 살짝 올라섰다
하하하
500그람 밖에 안 쪘다
웬일 이래니 ㅋㅋㅋㅋ
너무 많이 걸어서인가?
ㅋㅋㅋㅋ
그렇다고 안심할 수가 없는 게 여행지에선 엄청 먹은 만큼 엄청 걸어 다녀서 괜찮았는 것 같은데 문제는 지금부터다
내일부터 출근을 하면 다시 하루 3 천보 걸을까 말까 일 텐데 문제는 하루 종일 단 한순간도 배가 부르지 않을 때가 없을 만큼 하루 종일 잠 자기 직전까지 먹어 댔으니 위가 늘어날 대로 늘어났을 텐데 그 식욕을 참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내가 살은 못 빼더라도 찌지는 말고 유지하자가 목표인데 이번 한 주가 관건인 것 같다
야식 절대 금지!
요것만 잘 지켜도 될 것 같은데 …
나 홀로 먹방 여행
알차게 잘 보낸 것 같다
이제는 오늘 밤을 마지막으로 꿈의 세계에서 현실로 세계로 돌아와야 할 시간 …
나 내일 진짜 출근해야 하는 거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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