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 여기에 ../일상

아줌마들은 이런 수다를 떤다

by 동경 미짱 2022. 6. 17.
반응형
728x170

비 오는 날 아줌마들은 피크닉을 갔다
피크닉이란 게 뭐 별거 있나
도시락 싸 들고 밖에 나가 밥 먹으면 그게 피크닉이지 …

일 하는 아줌마들이지만 그래도 살림 경력이 몇 년인데 대충 뚝딱 거리기만 해도 한상 푸짐하다

같은 직장 동료들끼리 사적인 모임을 가질땐 보통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수다를 떠는 게 전부다

이번엔 코로나 때문에 5명이 다 함께 모이는 건 거의 3년만인지라 ( 두어 명씩 모이기는 했지만 5명이 다 함께 모인건 3년 만이다) 오랫동안 수다를 떨고 싶었고 아무래도 가게에 가게 되면 목소리 톤 조정도 해야 하고 길어야 두어 시간밖에 있을 수 없으니 비가 왔지만 주변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시간 제약도 없는 야외에서의 피크닉을 하기로 한 것이었다
아즘마들은 별것도 아닌것에 깔깔 거리고 호탕스레 웃어야 하고 목소리 또한 크니 아무래도 식당보다야
이렇게 탁 트인 야외가 수다 떨기엔 최고의 장소다

국적이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집안 환경이 다르고 공통점이라면 같은 회사에 다니는 절친이라는 것 정도일까
6시간이라는 기나긴 시간의 아줌마들의 수다 !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역시나 회사 이야기
그중에서도 상사 흉보는 거 ㅋㅋ
사실 흉이라 표현을 했지만 인간관계에서 어찌 불만 없이 다  내 맘 같을 수가 있을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생기는 불만들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같은 회사 동료이기에 누구보다 공감을 해 주니 좋다
뭐 크게 바라는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건 이렇고 저런 저렇지 않니? “라고 있을 때 “맞아 진짜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
딱 이 정도면 만족이다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함으로써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어서 좋다
솔직히 없는데서는  나라님  흉도 본다는데
이 정도쯤이야 ㅎㅎ

직장 동료이긴 하지만 친한 사이이고 15년지기인지라   남편들이랑 자녀들과도 안면은 튼 정도고  집 안 사정을 조금은 아는 사이다
그만큼 오래되기도 했고 또 친한 사이라서 가능한 일이다

아줌마들의 수다의 내용이 상사 흉을 포함 회사 얘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 하지만 친한 사이인 만큼 가족 얘기를 비롯한 개인 이야기도 꽤 나 온다

제일 나이가 많은 필리핀인 마렌은 서른인 아들이 아직 여자 친구가 없어서  걱정이라 하고 일본인인 유미꼬는 하나 있는 딸이 엄마 생일도 모르고 지나갔다며 속상해하고
 미치꼬는 시부모님과의 쉽지 않은 동거에 대해 이야기했고

막내인 한국인 윤은 아이 셋을 키우느랴 회사 다니랴 정신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본은 특히 직장에서 자기 개인 프라이버시에 얘기는 묻지도 않고 이야기를 하지도 않는 편인데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을수 있는 직장 동료가 있다는건 정말 행운인것 같다

이렇듯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그냥 그런 아줌마들의 수다였다
비 오는 날 피크닉에 제일 기억에 남는 대화 내용은
필리핀인 마렌이 꺼낸 한국 이야기였다
서른이 되도록 여자 친구가 없어 걱정이라던  마렌의 아들에게 들었다며 한국이 일본보다 월급도 더  많고  더 잘 산다고 들었다며  자기는 아들이 이야기해 주기 전엔 정말 몰랐다며 꺼낸 이야기에 한국통인 미치꼬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반응이었고 유미꼬는 “진짜?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마렌이 꺼낸 이야기로 한국 이야기도 아줌마들의 수다 중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예전에 가끔 들었던 이야기 중에
“미짱도 한국으로 돈을 보내?”라는 말이었다
우리 회사에는 외국인 중 필리핀인이 몇 명 있다
필리핀인들 대부분은 돈을 벌어 필리핀으로 보내고 있었고 그런 이야기를 들은 일본인들 중에 나고 한국으로 생활비를 보내느냐고 묻는 거였다
필리핀은 월 3만 엔 이면 입주 가정부를 고용할 정도라고 하니 10만 엔을 보내도 필리핀 가족에겐 큰 보탬이 되지만 한국이야 10만엔을 보내봐야 겨우 돈 백만 원인데 …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정보나 지식은 정말 극과 극이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의 최신 정보를 너무 잘 아는 

한국인인 나 보다 한국에 대해 더 잘 아는 한국통이 있고

그리고 한국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시아에선 그래도 일본이 제일 잘 살지 라는 우물 안 개구리형이 있다

그래도 나랑 친하게 지내는 일본인 친구들은 한국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편이다
한국인과 친구 할 정도면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런데 가끔 나랑 친하지는 않지만 내가 한국인이란 걸 아는 회사 동료들 중 휴게실에서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되었을 때 한 시간인 길다면 긴 휴식 시간 중 옆 자리에 앉은 한국인에게 호기심으로 아무 말 대 잔치 식으로 한국에 대해 물어 올 때가 있다
개 중에는 내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하고 몰랐던 사실을 알고 놀라는 사람도 있지만 내 말이 정말인지 믿지 못하는 듯한 사람도 있다


어제의 피크닉에선 마렌이 한국이 일본보다 잘 사는 건 아들에게 듣기 전에 몰랐다며 놀라워하며 한국에 꼭 가고 싶다고 했다
마렌이 아들에게 들었다는 말이 “ 일본은 한국의 현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언론 보도를 안 하는 거라고 그래서 사람들이 모르는 거라고 “ 했다고 한다
음 … 마렌의 아들내미가 제대로 알고 있구만 ㅎㅎ

하늘길이 열리긴 했지만 올해는 아직 힘들 것 같고 내년이나 내 후년쯤 다 함께 한국 사고 싶다로 아줌마들의 수다의 마침표를 찍었다
아줌마들의 수다 ..
뭐 별고 없다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