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 여기에 ..

막내딸 늙어 가는게 안타까운 울 엄마

by 동경 미짱 2022. 11. 26.
반응형
728x170

반갑지도 않은데 매년 어김없이 돌아오는게 있다 

그건 바로 생일이라는거 ...

50이란 숫자를 처음 대했을때 하하하.... 나도 반백년을 살았구나  라는 느낌만 있을뿐 50이란 숫자가

크게 와 닿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50이란 숫자에 1이라는 숫자가 더 붙으니 어째 묘한 기분이 든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난 오늘이 내 생일이란걸 몰랐었다 

요즘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케이크 만드는 직업을 가진 여자는 남들보다 훨씬 이른 크리스마스를 준비해야 한다)

너무 바쁜데다가 시부모님이다 대만 여동생이다 손님을 치르다보니 

날짜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생활을 했었다 

오늘 회사에 출근을 했는데 동료이자 후배인 유미꼬상이 " 축하해" 라고 하길래

뭘 축하한다는지 잘 몰라서 " 뭐가?" 라고 물었더니 " 오늘 생일이잖아" 라는데 

그게 내 생일인지 잠시 헷갈렸었다 

" ???? 누구 생일?" 이라고 했더니 오늘이 내 생일이란다 

나도 모르는 생일을 내 직장 동료가 알고 있다니 

유미꼬상에게 아니 회사의 그 누구에게도 내 생일을 단 한번도 말한적이 없었다 

난 가족들 생일은 챙겨도 내 생일은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라 게다가 회사 사람들에게 굳이 내 생일이 언제다고ㅠ 

광고할 이유가 하나도 없기에 아무리 절친인 동료들에게도 내 생일을 말한적이 없는데 

예전에 친한 동료 셋이서 당일치기 버스 여행을 한적이 있었다 

그때 유미꼬상이 대표로 예약을 했었는데 그때 건네 준  나의 신상 정보에서 내 생일을 알고는 

매년  이렇게 작은 선물과 함께 축하의 말을 건네곤 한다

올해는 유미꼬상이 친하게 지내는 몇몇 동료에게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말을 했는지 

몇몇 동료들에게 아침부터 생일 축하 인사말을 들었다 

난 영 쑥스러운데 .. 

올해도 유미꼬상에게서 과자선물을 받았다 

가족 생일도 잘 못 챙기는 요즘 같은때 타인의 생일까지 챙겨주니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맙던지 ...

 

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우리집 자기야가 오늘따라 일치감치 퇴근을 해서 집에  와 있었다 

아침에 아무 말이 없었는데 회사에 가서 유미꼬 상에게서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듣고 

내 생일인것 알았을때 뭐야? 우리집 두 남자는 내 생일을 모르는거? 라며

조금 섭섭한 마음이 생길락 말락 했었는데 레스토랑을 예약해 두었다고 밥 먹으러 가잖다 

마누라 생일을 안 잊어 버리고 있었네  하하하 ...

그렇게 얼떨결에 따라 나선 생일날 저녁 외식이었다 

 

50대라 ...

내가 어릴적 50대 아줌마는 정말 어른으로 보였다 

지혜롭고 세상 모르는것 없는 정말 어른! 

그런데 내가 막상 50대가 되고 보니 어릴적 내가 생각했던 그런  어른이 아닌세 현실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50대라면 정말 어른스러워야 하는데

난 왜 50이 넘어서도 아직 철이 안 들었을까 

그리고 왜 이리 유치 찬란할까

별것 아닌것에도 화를 내고 흥분을 하고 

지혜로움 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냥 나이만 먹은 어린애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다 그런건지 아니면 나만 철이 안든건지 

굳이 굳이 변명을 하자면 갱년기라서 그래서 화도 잘 나고 유치 찬란한거라고 ..

 

얼마전

한국의 엄마 아빠랑 영상 통화를 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작별 인사를 나누며 전화를 끊으려고 하는데 

엄마가 아빠에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엄마는 아마도 전화가 끊긴줄 알고 아빠에게 건넨 말이었을텐데 

" 경이도 이제 늙는다 " 라는 ...

엄마 아빠에겐 귀염둥이 막내딸이었는데  한참 예뻤던 20 중반에 엄마 아빠 품을 떠나 일본으로 가 버린 막내딸

울 부모님은 아직도 나를 그때 그  젊고 이뻤던 막내딸이기를 바라셨을까 ..

저녁이라 막 샤워를 하고 로션도 바르지 않은채 편한 옷을 입고 영상 통화를 한건데 ...

평소에는 난 누구와도 영상통화를 잘 안 하는 편이다 

오래간만에 부모님과 한 영상 통화인데 ...

나이가 들면 늙는건 당연한거고 자연스러운 건데 부모님에게 딸이 늙어 간다는걸 느끼게 한게 

괜히 미안하고 속상하고 그랬다 

이젠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할땐 좀 꾸며야 하나 싶다 ㅎㅎㅎ

울 막내딸 아직 이쁘다라고 생각하시게 ..

일본 오기 전  내 나이 스무살때 부모님 곁을 떠나 서울 생활을 했었다 

그리고 일본 행 

그러고 보니 부모님 곁을 떠나 생활한지 30년이 넘었다 

부모님 곁에 있었던 20년보다 부모님 곁을 떠나 살아 온 세월이 더 길다 

비록 부모님곁에서 조금 먼 일본에서이지만 내 가정을 꾸미고 잘 살고 있는 모습에  

엄마는 " 이젠 난 니 걱정은 안 한다 "  라고 말씀은 하시지만 

나 또한 내가 행복하게 잘 사는 게 효도라 생각하고 이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하고 있지만 

그래도 항상 부모님께 죄스러운게

막내딸은 가까이 시집 보내서 곁에 두시고 싶어 하시던 울 아빠를 배신하고 

미련없이 훌쩍 떠나 왔던게 항상 미안하다 

 

 

 

엄마 아빠 

낳아주셔서 그리고 잘 키워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도 생일 날 맛난 저녁을 사 주는  신랑이랑 아들이랑 알콩 달콩 잘 살고 있으니 

막내딸 늙어 가는거 너무 맘 아파 하지 마시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반응형
그리드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