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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상

일본인 남편 마음을 사로잡은 한국 수제 안주

by 동경 미짱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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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었나 보다 

회사 동료 유꼬상네 마당에 있는 금귤이 많이 열렸는데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꽤 많은 양의 금귤을 받았었다

판매용이 아닌 마당의 관상용으로  키우다 보니 크기도 작은 편이었고 썩 맛이 있지도 않았다

 

 

청이냐 정과냐 그것이 문제로다 ..

회사 후배 유꼬상이 낑깡을 먹을 줄 아냐고 물었다 낑깡 ! 한국말로 금귤 없어서 못 먹을 뿐이지 당연히 먹지 ㅎㅎ 예전에 한국 살 때 노랗게 잘 익은 금귤을 껍질채 한 입에 쏙 넣고 오물오물 씹

michan1027.tistory.com

적지 않은 양의 아니 꽤 많은 양의 금귤을 어찌해야 할까...

인터넷에서 금귤 먹는 법을 검색을 해 보니 금귤 청이나 금귤 정과가 있었다 

일단 제일 만만한게 청이긴 한데 우리 집에 꽤 여러 가지 청이 있다 

그런데 만만하다보니 만들긴 여러 가지 종류로 많이 만들어 두었는데 정작 잘 먹지 않게 되더라는 

아니 아예 맛도 안 본 청도 있다 

그래서 청은 패스하고 

정과라 ...

금귤 정과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다 

레시피를 보니 만드는 방법은 간단한데 졸이고 말리고 하는 과정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번거로워 보여서 

고민을 하면서 며칠간 금귤을 방치!

그렇다고 금귤을 버릴 수도 없고 정과를 만들어 보자 싶었다 

식품 건조기가 있다면 참 간단할 것 같은데 우리 집엔 그런 건 없고 대신 볕이 잘 드는 

남쪽 마당이 있으니까 도전해 볼 만했다

금귤에 설탕을 버무려서 하룻반 재워 두는 설탕 당침이라는 것도 했다 

물이랑 설탕을 넣고 졸이다 보니 거품이 나고 깨끗한 정과를 위해선 거품을 걷어 내야 한다고 해서 

거품을 걷어내며 졸였다 

꽤 오랜 시간 졸인 후 졸임 물에 하룻밤 정도 담가 두었다 

그러는 편이 시럽이 금귤에 잘 베여서 색도 더 이쁘고 맛도 더 좋다고 해서..

그리고 다음날 다시 한번 더 졸일 때 마지막으로 꿀을 넣어 주고 졸였다 

그러는게  더  좋다고 하니까 나란 여자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잘하니까 

결국 설탕 당침이랑 졸이는데 2일이나는 시간이 걸렸다

색도 잘 나오고 잘 졸여진 것 같아서 채에 받쳐서 시럽을 쫙 빼주고 

하나하나 정성스레 늘여 놓아야 하는데 건조 채반이 없다 ㅠㅠㅠㅠ

그래서 일단 키친 페이퍼를 깔고 하나 하나 정성스레 늘여 놓았다 

모양을 이쁘게 잡아라고 하던데 어차피 채반이 없는데 그냥 대충 들러붙지 않게 간격을 맞추기만 했다

양이 꽤 되다 보니 이것도 일이더라는..

 

다시 말 하짐반 우리 집에 식품 건조기가 없어도 햇살 잘 드는 마당은 있으니까 

마당에다가 내어 놓고 말리기 시작

겨울이라 낮이 짧은 게 아쉬움이었다 

어떤 날은 오전부터 내다 말리다가 어떤 날은 잊어버리고 실내에 두었다가

어떤 날은 날이 흐리길래 안 내놓다가 그러기를 며칠을 했나 모르겠다 

 

하루하루가 잘 건조가 되어 가고 있는 게 느껴졌다 

윤기도 좌르르 흐르는 것이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난다

그렇게 말리는 동안 한 개씩 두 개씩 사라지는 금귤 정과들...

범인은 우리 집 자기야다 

건조 과정 중 하나 맛 보라며 입에 넣어 주었더니 그 맛이 마음에 들었는지 

매일 밤 몇 개씩 훔쳐 먹고 있었던 거다 

왜 매일 밤 훔쳐 먹냐 하면 

우리 집 자기야 왈 " 이게 위스키 안주로 너무 잘 맞아"

 

헐....

금귤 정과가 위스키 안주라고?

우리 집 자기야가 제일 좋아하는 술은 위스키다

연말과 신정 연휴 중 매일 밤 한잔씩 마시면서 위스키 안주로 정과를 몇 개씩 가져다 먹고 있었던 거였다 

기본적으로 우리 집은 우리집 자기야 혼자서 혼술을 한다 

나도 히로도 술은 좋아하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엔 기념일 같은 날  와인 한잔  정도 그리고 마당에서 고기 구울 때 어쩌다 한 잔 

평군적으로 따져 보면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한번 마실 때 한잔!)  마실까 말 까다 

그리고 히로는 그런 나 보다도 더 안 마신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우리 집 자기야는 저녁에 혼자서 혼술을 하는 편이다 

그러니 자기야가 정과를 몇 개씩 가져다 먹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올 들어 우리 집 자기야는  매일 출근 하는 나랑 달리 딱 하루 출근을 하고 계속 재택근무라서 

빨래를 널고  정과를 마당에다 내다 놓는걸 우리집 자기야가 하고 있었기에 

정과가 줄어들고 있는 걸 전혀 몰랐었다 

 

처음 만들어 보는 금귤 정과가 다른 청들처럼 애써 만들어만 두고 먹지 않으면 어쩌나 살짝 걱정도 했었는데 

그럴 걱정은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금귤 정과가 위스키 안주라고?

하긴 우리 집 자기야는 안주로 주로 먹는 게 말린 과일이다 

정과도 어찌 보면 말린 과일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청이 아닌 정과를 만들기 잘했다 싶다 

모양을 잘 잡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모양이 제각각에다가 인터넷에서 본 사진이랑 비교하면

이쁘진 않지만 

뭐 어때..

맛 만 좋으면 그만이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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