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다녀왔다
경조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갑자기 근무표까지 조정해 가며 시댁에 다녀온 이유는
바로 시외삼촌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은 동경 시댁은 동경에서 230킬로쯤 떨어진 나고야
시 외삼촌이 살고 계신곳은 동경에서 자그마치 1300킬로나 떨어진 구마모토다
말이 100킬로지 같은 일본인 구마모토에 가는 것보다 비행기 타고 한국 가는 게 더 싸다면
믿을 수 있을는지...
그래서 자주 갈 수 없는 곳이 바로 우리지 자기야의 외갓집이다
지금까지 내가 구마모토의 시댁 친척을 방문한 건 4번이 전부다
외삼촌은 의사인데 이번에 나고야에서 학회가 있어서 나고야에 오시게 되었고
자주 만날 수 없는 외삼촌이 나고야까지 오시니까 만나로 오라는 시어머니의 호출 때문에
갑작스레 나고야에 가게 된 것이다
오래간만에 간 나고야..
외삼촌은 이비인후과 개업의인데 올해 71세다
68세 때부터 그만둔다 하면서도 일을 그만 두지 못 하고 계신다
외삼촌네 아이들은 (울 자기야의 외사촌들) 아버지를 닮았는지 머리가 좋다
딸은 동경대 대학원을 나왔고 아들은 와세다 대학원을 나온 우수한 인재들이다
하지만 아무도 의사를 하고 싶지 않다며 각자의 인생을 찾아 살고 있는데
어릴 때부터 워낙 바쁜 아버지 일 밖에 모르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절대 의사는 되지
않으리라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젠 나이도 잇고 은퇴를 해야지
일을 그만둬야지 한 게 몇 년 째다
아들은 미국에 주재원으로 나가 있고 동경대 대학원을 나온 딸은 동경에 살고 있고
그 큰집에 외숙모랑 달랑 두 분이서 살고 계신데 은퇴를 하고 나면 할 일이 없으시단다
술도 안 드시고 딱히 취미도 없으시고
외삼촌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일이 취미인 줄 알고 살아왔기에 일을 그만두면
할 일이 없어서 삶의 낙이 없어져서 은퇴를 할 수가 없으시단다
50대까지는 골프도 치셨다는데 일이 바빠지면서 골프도 그만두셨다고 한다
병원을 접는다는 소문이 돌았는지 환자들로부터 계속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고
외삼촌 또한 일을 그만두고 나면 치매가 올 것 같아서 일을 그만 두지 못 하시겠단다
그 래서 시간을 단축해서 진료를 보고 있는데 당분간은 일을 놓지 못하실 것 같다고...
일이 취미라는 외삼촌 말에 우리 집 자기야는
자기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조기 은퇴하고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아니 이 아저씨가 무슨 그런 막말을..
조기 은퇴라니?
정년 꽉 꽉 채울 때까지 아무 생각 말고 무조건 다녀야지 아주 큰 일 날 소리를 하고 았다냥..
3시간에 걸친 식사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후따닥 지나가 버렸다
외삼촌은 식사를 마친 후 다시 호텔로 향했다
다음날도 학회가 있고 그다음 날은 환자가 기다리는 병원으로 쌩 하니 돌아가야 한다고 하셨다
어떻게 일이 취미일 수가 있을까?
어찌 보면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니까 너무나 행복한 사람인거고
어찌보면 일 밖에 취미가 없는 따분한 인생일 수도 있겠고..
분명한 건 외삼촌이 경우 일을 정말 좋아하신다는 거다
외삼촌과 이야기를 나눈 후 나를 가만히 되돌아 보았다
난 어떨까? 난 잘 모르겠다
어떨땐 일에 보람을 느끼며 좋을떄도 있고 때론 내가 이 놈의 일을 당장 떄려 쳐야지 싶을 때도 있고 잘 모르겠다
굳이 따져 본다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고 보람이 있긴 하지만
나는 일 밖에 없다는 외삼촌과 달리 일 외에도 취미도 많고 하고 실은 일도 너무 많다
일에만 집중하기엔 할일이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은 욕심꾸러기다
몇 년 만에 만난 외삼촌과의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
이번에 외숙모도 함께 오실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컨디션이 안 좋아서 못 오셨다고 한다
외숙모도 많이 아쉬워하셨다고 ..
외삼촌은 외숙모도 만날 겸 구마모토에 놀러 오라고 하시는데
근데 외삼촌 구마모토는 너무 멀어요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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