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년도 훨씬 우리 집 자기야랑 서울에서 신혼생활을 할 때
요리란 걸 거의 해 본 적이 없었던 내가 결혼이란 걸 했고 모든 끼니를 사다 먹을 순 없으니 가끔은 내 손으로 밥이란 걸 해야 했었는데 어쩌겠나
명색이 신혼인데 가끔 신랑 밥을 차려 줘야지..
내 기억에 의하면 우리 집 자기야는 파래 무침이랑 돌나물 무침을 했을 때 처음 먹어 보는 거라며 맛있다고 했었던 기억이 있다
돗나물 ? 돌나물? 뭐가 맞지?
어쨌든
그런데 일본에 와서 살아 보니 파래 무침이랑 돌나물을 먹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일본은 파래가 있긴 한데 건조 파래이고 한국처럼 무쳐 먹을 수 있는 생 파래를 팔지 않더라는..
그리고 돌나물 이야기를 하자면 돌나물이 있긴 한데 일본에서는 먹는 게 아닌 그냥 풀이다
당연히 팔지를 않으니 먹을 수가 없다

몇 년 전 여행 갔다가 돌나물이 자라고 있길래 몇 개 뜯어다가 우리 집 마당 한 구석에 툭 하고 던져두었었다
그 결과 우리 집 마당에는 돌나물이 있다. ㅎㅎ
그렇게 마당에는 돌나물이 자라고 있지만 한 번도 뜯어다 먹은 적이 없다
왜냐하면 일본에 살면서 20년 이상 돌나물을 안 먹고살다 보니 돌나물을 먹는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고 그 맛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며칠 전 마당이 나가 잡초를 뽑다가 문득
“ 맞다 이게 돌나물이었지. 우리 집 자기야가 신혼시절 이게 맛있다고 했었지 ” 이 생각이 드는 게 아닌가
그래서

마당에서 돌나물을 따다가 오이 넣고 초 고추장을 넣어서 새콤 달콤 매콤 하니 무쳤다
우리 집 자기야에게 이게 뭔 줄 아냐니까
역시나 내 예상대로 모르겠단다
옛날에 한국에서 자기가 이거 맛있다고 좋아한다고 했었다고 해도 역시나 우리 집 자기야의 기억은 無

하긴 20년도 훨씬 전에 그것도 유명한 메인 음식도 아니고 식탁 한 구석에 있는 반찬 중 하나고 봄 철에 두어번 먹어본 게 전부인 풀떼기를 기억할리가 없다
오히려 우리집 자기야가 돌나물 맛 있다고 했었던걸 기억하고 있는 내가 더 이상할지도 …
그렇게 정확히 28년 만에 우리 집 자기야는 돌나물을 먹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28년 만에 돌나물을 먹는 거다
28년만에 돌나물을 먹은
우리 집 자기야 맛있다고 …
28년 전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입맛은 여전한가 보다
그런데 우리 집 자기야보다 내가 더 맛있게 먹었다
우리 집 마당에는 매년 돌나물이 자라고 있었는데 내가 왜 먹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젠 매년 돌나물 무쳐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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