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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닝

마당 있는 삶을 위한 댓가

by 동경 미짱 2020.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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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있는 삶이라 ...

말만 들어도 좋다 

내가 그런 말만 들어도 좋은 마당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비록 손바닥 만한 작은 마당이지만 

마당은 마당이다 ㅎㅎ


마당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있으면 무지 편하고 

없으면 정말 손발이 고생하는 그런 것들이 있다 

나에겐 마당있는 삶을 살기 위한 필수품이다  


전기톱도 필요하고 



사다리도 필요하다 

난 전기톱도 다룰줄 아는 여자다 

그냥 초록이가 좋아서 이것 저것 심어만 두고 방치란걸 했었다 

꽃이야 방치를 해도 폈다가 지고 하니 별 문제가 없는데 

나무는 다르다 

매년 쑥 쑥 거름을 주지 않아도 얼마나 잘 크는지 모른다 

초록이들이 좋아 심을줄만 알지 아무런 지식이 없는 

여자인지라 

저것도 생명인데  가지를 잘라준다는것 생각도 못했었다 

그런데 울 친정 아버지가 오셔서 우리집 나무를 보시고는 

나무는 이렇게 키우면 안된다시며 싹뚝 싹뚝 다 잘라 버리셨다 


 아빠 그렇게 다 잘라 버리면 어떻게 해

잘라줘도 조그만 잘라 줘야지 


울 아버지는 옆에서 징징대는 막내딸 말 싹 무시하고

싹뚝 싹뚝 많이도 잘라 내셨었다 

아깝다 생각말고 과감하니 잘라 주어야  

골고루 햇살 받아가며 잘 큰다고

나무는 그런거라고 ...


아버지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요즘은 내가 가끔씩 잘라 주고있다 

톱으로 자르기엔 너무나 힘들고 힘든 일이라 

전기톱까지 장만했었다 

연약한 여자에서  손에 전기톱을 든 여장부로 변신 


사다리 타고 올라가 전기톱을 한참을 휘둘렀다 

 겨울인데도 땀이 날 정도로 ..


 



가지를 자른후 다시 쪼그리고 앉아서 

60센치 크기로 모두 잘라 주었다

울 동네는 전지한 나무가지는 60센치 길이로 잘라 묶어서 

내 놓아야만 쓰레기 처리를 해 준다 

쪼그리고 앉아서 저걸 다 자르고 나니 

다리에 쥐가 나더라는 ...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어차피 시작한 일 끝장을 볼란다 

이번엔 올리브 나무다 



올리브 나무를 잘라줄땐 진짜 아깝다 생각이 들었다 

겨울이면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는 석류나무와는 달리 

겨울에도 파릇 파릇한  잎이 무성한 올리브 나무는 

내가 참 좋아하는 나무다 

잘라줄려니 애써 키워 놓은게 아깝기도 하고 

이걸 진짜 잘라 주어야 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잘라주어야 더 잘 큰다는 친정 아버지 말을 상기하며 

싹뚝 싹뚝 전기톱으로 

과감하게 ..



올리브 나무는 파릇 파릇하니 부드러운 새순이 돋아 나고 있었는데 

못 본척 과감하게 잘라 주었다 

미안하다 얘들아 ㅠㅠㅠ



가지 친 석류 나무를 올려다 보니 속이 다 시원하다 

아마도 가지치기를 넘 과감하게 해 버려서 

올해는 열매가 작년에 비해 많이 안 열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당있는 삶..

우아한 사모님의 삶을 상상했었다 

마당에서 음악을 들으며 멋있게 찻잔을 기울이며 

가끔 책도 읽고 ..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선  댓가가 따른다



그 댓가로 난 오늘 몇군데 작은 상처에 피까지 보았다 

석류나무의 날카로운 가시에 여기저기 찔리고 

피를 보고 ...

우아한 사모님의 삶을 누리기 위해 

난 오늘은 아줌마의 노동이라는 댓가를 치루었다 


그나저나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마당에서 음악을 들으며 차를 마시며

빨리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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