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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여기에 ../일본 시댁과 한국 친정

시어머니의 손주 사랑 방식

by 동경 미짱 2020.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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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후반을 달려가는 울 시어머니에게는 아들이 둘 있다 

첫째가 우리집 자기야이고 둘째가 울 시동생 

시동생부부는 결혼전부터 아이를 갖지 않고 

둘이서 알콩달콩 좋아하는 테니스를 하며 

인생을 즐기며 살겠다 선언을 했고 

그 선언대로 아이를 낳지않고 둘이서 오손 도손 잘 살고 있다 

첫째 장남인 울 부부에게는 히로 하나이니 

울  시부모님에겐 손주는 히로 달랑 하나이다 

울 시댁만 그런건지 아님 일본사람들이 다 그런건지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에 대한게 그냥 무덤덤하다 

(손주사랑이 극진한 울 친정집 비교했을때 그렇다고 ...)

딱히 손주라고 아이고 내 새끼하면 엉덩이 톡톡 두드리는건 

단 한번도 본 적이 없고 

히로가 아기였을때도 그 흔한 볼에다가 뽀뽀 한번 하는걸 본 적이 없다 

오죽 했으면 히로가 초등학교때 나에게 

" 한국 할머니랑 일본  할머니랑 자기를 대하는게 다른걸 느낀다고 

일본 할머니가 한국 할머니 보다 훨씬 더 자주 만나고 

한국 할머니와는 말도 잘 안통하고 

일본 할머니와는 말이 잘 통하지만 

일본 할머니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그런 정이란걸 

한국 할머니에게서는 느낀다

일본 할머니에게서는 사랑을 못 느끼겠다" 고 했었다 

뭐 아이들이란게 단순하니까 

자기를 이쁘다 하고  자기에게 잘해주면 좋은 사람이라는 

아주 단순한 아이때의 히로 생각이 그랬다 


훌쩍 자라버린 지금의 히로는  지금도 두 할머니에 대해  똑 같은 생각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순수하고 자기 생각을 가감없이 이야기 하던

초등 저학년때 히로가 두 할머니에게 느낀 감정이 그랬다 


어찌보면 두 할머니의 국적이 문제가 아니라 

두 할머니의 개인적 성격과 성향의 차이일지도 모르겠지만 

일본 할머니는 하나뿐인 손주인 히로에 대한 태도는 참으로 심플하다 


그런 시어머니가 며칠전 전화를 주셨다 


히로는 피부가 많이 건조한 편이다 

계절에 따라 건조피부인 팔 다리에  습진(여드름 비슷하니 ) 그런게 난다

피부과에 가면 건조 피부라고 하는데 

건조한 겨울은 괜찮은데  땀이 많이 나는 여름철이면 심해진다  

피부과 약을 바르면 좀 나아졌다가 

약을 안 바르면 심해졌다가 ..

게다가 얼굴에 여드름 꽃이 가득이다 

이 여드름이 정말 고민이다 ㅠㅠㅠ


시어머니가 히로의 이런 피부 상태가 맘에 걸리셨나보다 

요즘 히로의 피부상태가 어떤지 전화로 물어 보셨고 

사실 그대로 설명을 드렸다 


 내가 히로 피부가 영 맘에 걸려서 

이리 저리 알아 보다가 현미로 스프를 만들었는데 

보내 줄테니까 먹여 봐 


울 시어머니는 종합병원 관리 영양사로 은퇴를 하셨고 

70대 후반의 연세이지만 지금도 주 2일은 약국에서 

지병을 가진 환자들 영양 상담을 하시고 계시고 

관리영양사 단체 임원으로 꾸준히 공부를 하시며 

환자들에 맞는 메뉴를 만들고 하는 일을 지금도 하고 계신다 

(현재는 코로나 때문에 모든 활동을 잡고 집콕 중이시다 )


무농약 현미를 사다가 오랜시간 끓여서 스프를 만들었는데 

냉동편으로 보내 줄테니 히로에게 꾸준히 먹여 보라고 하신다 

더불어 쏘세지 같은 첨가물 많이 든 것은 

되도록 먹지 말고  멀리 하라고 ...



그렇게 냉동 택백 도착했다 

 번거로우실테니까 만드는 법 알려주시면 

내가 만들어서 먹일께요 

 아니 미짱은 일 다니느라 바쁜데 한가한 내가 하는게 낫지 

그리고 이게 시간이 많이 걸려 

오랫동안 지켜보며 끓여야 하는데 

내가 만들어 보내 줄께 

 죄송해서 그러죠 

 요즘 코로나 때문에 일  안나가고 집에만 있어서 시간이 많아 

내가 만들어 줄테니까 꾸준히 좀 먹여 봐 




관리 영양사 답게 입으로 들어가는것에 대해 굉장히 예민하시다 

현미 스프를 히로가 맛 없다고 안 먹을까 봐 걱정을 하시더니 

오끼나와의 해수 100%로 만들었다는 좋은 소금도 함께 넣어 보내 주셨다 

맛 없다고 하면 소금으로 간을 해서 먹여라고 ..



현미 스프를 100그람 , 150그람 , 170그람 

200그람 250그람 ..

무게별로  소분 되어져 있었다 

처음 100그람부터 시작해서 150, 170..

그렇게 양을 늘려가며 먹이라고 하신다 


해동해서 히로에게 먹여 보았더니 소금을 치지 않고도 

잘 마셔서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잘 먹으니 걱정 마시라고 ...


맛 없다고 안 마실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라시며 

다 마실때쯤 다시 보내 주시겠다고 하셨다 

무농약의 좋은 현미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시면서 ...


하나뿐인 손주 건조 피부가 걱정이 되어 

몇시간씩 불앞을 지키켜 끓여 보내주신 현미스프 

한방울도 남기지 말고  할머니 정성 생각해서 

혹 건조 피부에 효과가 없다고 해도 무조건 잘 챙겨 마셔라고

쓸데없는 당부를 히로에게 했다 


평소에 표현을 잘 하지 않으시는 언제나 같은 태도 

변함없는 어찌보면 하나밖에 없는 손주에 대해 

무심해 보이기까지 한 일본 할머니시지만 

표현을 못 할뿐 아니 안 할뿐  일본 할머니나 한국 할머니나 

히로에 대한 손주사랑은 표현의 차이일뿐  다 똑같은것을 ...


시어머님의 정성 가득 담긴 현미스프 마시고 

히로의 건조 피부가 좋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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