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뒷마당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히로가 뒷마당 한구석의 땅을 파고 방수 시트를 깔고 돌을 쌓아 만든 연못이다
중 3 수험생이었던 히로가 고입 시험을 한 달여 남겨둔 추운 겨울날 갑자기 꽁꽁 언 땅을 파 헤치더니 연못을 만들었다
연못을 만드는건 자유지만 그래도 언 땅이 녹는 봄이나 아니면 최소한 고입 시험이라도 치르고 난 후 하면 될 것을 시험을 한 달여 남겨둔 중요한 때에 갑자기 꽁꽁 언 땅을 파 헤치니 그런 아들 녀석의 정신세계가 이해가 안 되었었다
나중에 히로에게 그때 왜 그랬냐니까
히로 방식의 수험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4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지금도 우리집 뒷마당엔 그때 만든 히로의 연못이 있다
https://michan1027.tistory.com/194
히로의
연못엔 금붕어들이 살고 있다
송사리도 몇 마리 살고 있고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 민물 새우들도 살고 있다
작고 작은 미니 연못이지만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는 히로의 연못
따로 정화 시설을 하지 않았는데도 물이 썩지도 않고 아주 맑다
히로에게 그 비결을 물었더니 물 속의 흙이랑 많은 수생식물들의 미생물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문과인 나는 설명을 들어도 이해불가
히로는 물고기들에게 먹이도매일 주지 않는다
내가 먹이도 안 주고 애들 굶어죽겠다고 걱정을 하면
물속의 미생물들을 비롯 먹이가 되는 것들이 많아서 자연에서 스스로 먹이를 찾으니 괜찮다고 한다
오히려 먹이를 매일 매일 주다 보면 다 먹지 못하고 남은 먹이 들니 썩어서 물을 흐리게 한다나 어쩐다나…
8월에는 이렇게 이쁜 수련도 피었었다
삼시세끼 가족들 끼니를 챙겨야 하는 아줌마의 본능인가 보다 ㅎㅎ
연못 옆에 있는 분홍 장미가 꽃잎을 물 위에
떨어 뜨렸다
내가 다가가니 금붕어의 본능일까 커다란 입을 물 밖으로 내밀며 입을 뻐끔 뻐끔
그래서 먹이를 조금 넣어 주었다
금붕어 먹이가 어디 있는 줄 몰라서 가루처럼 작고 고운 송사리 먹이를 주었는데도 먹이란 걸 아는지
열심히 입을 뻐끔 뻐끔
히로는 어릴 때 유난히 벌레를 좋아하던 아이였다
나는 벌레가 싫었지만 아들을 키울려니 별의별 벌레를 많이도 키워 봤다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는 매년 키웠고
심지어는 사마귀까지 키워 보았다
징그럽게 생긴 수많은 애벌레들 ㅠㅠㅠㅠ
아주 징그럽게 생긴 애벌레를 키워 그 애벌레가 예쁜 나비가 되는 과정도 지켜보았었다
애벌레부터 키워 탄생시킨 나비를 하늘 높이 날려 보낼 땐 솔직히 나도 감동을 받았었다
어릴 땐 그렇게 벌레를 좋아하던 아이가
중학교때부턴 물고기에 꽂혀 있다
1층 거실의 수족관에 미니 거북이가 6년째 살고 있고
우리 집에는 히로가 만든 미니 연못이 2개 있는데 뒷마당 연못엔 금붕어와 송사리와 새우가
그리고 최근에 만든 현관 앞의 미니 연못엔 송사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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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 방에는 크고 작은 수족관이 자그마치 7개나 있다
7개 수족관마다 다른 물고기들이 있다
너무 많다고 한, 두 개만 제대로 하라고 해도 자기의 취미이니 간섭 말란다
수족관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경비를 아르바이트를 해서 히로가 충당하고 있으니 더 이상 뭐라 할 수도 없다
(언젠가 히로 방의 수족관은 공개 예정임 ㅎㅎ
기다 하시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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