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히로가 점심을 만들겠다고 한다
요즘 점심은 항상 히로가 만든다
요즘 우리 집 점심 메뉴는 무조건 면이다
때론 소바 때론 우동 때론 소면..
일본식 면 요리는 세상 간편한 요리다
면만 삶고 시판 쯔유에 물을 넣고 희석시킨 후 얼음을 동동 띄워 면을 그 쯔유에 찍어 먹으면 되니
면만 삶으면 다른 건 아무것도 할 것도 없는 세상 편한 점심메뉴다
그런데 오늘은 히로가 색다른 면 요리를 하겠다고 해서 뭘 만드나 궁금해서 오래간만에 카메라를 들고
히로가 만드는 색다른 면 요리를 지켜보았다

히로가 준비한 재료는 두유 깨 그리고 일본의 하얀 된장 그리고 시로다시라거 해서 시판의 조미료다
두유에 깨 그리고 일본 된장을 넣고 믹서에 갈아주고는 국물 준비는 끝이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 나는 두유에 된장을 넣는다고????
아직은 어떤 맛일지 상상이 안 간다
믹서로 갈아 둔 국물을 냉장고에 넣어두고

히로는 고기를 볶아 시작했다
고기엔 다른 간은 하지 않고 오직 두반장만 넣고 달달달 볶더라는...

냉장고에 넣어 두어서 시원한 두유 된장국물에 조금 굵은 면을 삶아 넣고
두반장으로 간을 한 고기와 마당에서 따 온 오이를 채 썰어 넣고
고추기름을 몇 방울 떨어 뜨리고선 완성이라고

두유에 된장을 넣은 국물이 도대체 무슨 맛일까?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 손 하나도 거치지 않고 남이 해 준 것을 가만히 앉아 받아먹는 입장이니
어떤 맛일지 불안한 마음 내 보이지 못하고 일단 한 입!
어머나 세상에...
생각지도 못한 맛이다
베이스가 두유라서 살짝 콩국수 먹는 맛이긴 한데 된장이 깊은 맛을 낸다
그리고 깨가 아주 고소하다
콩국수 같긴 한데 어떻게 맛을 표현해야 할지 모를 깊고 구수한 맛
콩을 갈아 넣은 것도 아니고 그냥 두유이긴 하지만 된장 때문인지 굉장히 진하다

두반장만 넣고 볶은 고기도 생각보다 굉장히 맛있다
몇 방울 떨어뜨린 고추기름이 밋밋할 수 있는 국물을 매콤하니 톡 쏘는 맛을 가미시켜 주었다
고추기름 몇 방울 떨어 뜨린게 신의 한수인것 같다
이건 진짜 대박이었다
히로가 지금까지 만든 많은 요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맛있었다
근데 이 면 요리 이름을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두반장으로 볶은 고기는 살짝 중국의 맛이 나긴 했지만
국물은 콩국수 같은 느낌을 들고....
도대체 이 면요리 이름을 뭐라 해야 할까..
된장 넣은 콩국수?
일식도 아닌 것이 중식도 아닌것이 그렇다고 콩국수도 아닌것이
하지만 일식 같기도 하고 두반장 고기는 중식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콩국수 같기도 하고....
이 요상한 면 요리는 내일도 히로에게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또 먹고 싶어지는 묘한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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