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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우리집 두 남자의 요리

친구의 여자친구를 위한 요리

by 동경 미짱 2021.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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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왔더니 아들 녀석이 오늘은 자기가 저녁을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장도 자기가 볼테니 지갑을 달라며 내 지갑을 들고 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내 지갑을 들고 장을 보고 왔는데 많이도 샀다
한 끼 식사에 뭘 그리 많이 샀나 봤더니 도미, 조개, 방울토마토 , 양송이버섯, 안쵸비, 간 돼지고기 , 올리브 등등등 …
뭘 만들려는지 재료가 엄청나다
같이 장 보러 갈까 했더니 혼자 가겠다며 지갑만 달라더니 자기가 사고 싶은 것 맘대로 살려고 혼자 가겠다 했나 보다
여우 같은 아들 녀석 …

부엌이 정신이 없다
보고 있다가는 무의식적으로 좀 치워 가면서 하라는 둥 잔소리가 툭 하니 튀어나올 것 같아서
그래서 난 히로에게 모든 걸 맡기고 그냥 부엌에서 퇴장!
오늘은 네 맘대로 하세요다

작은 도미 두 마리로 만든 아쿠아팟짜
도미에 바지락 안쵸비랑 미니토마토 올리브
히로가 처음으로 만든 아쿠아팟짜인데  비주얼은 꽤 괜찮다
먹음직스럽다

처음 히로가 요리에 관심을 갖고 만들기 시작한 게 중화요리였다
한동안 중화요리에 빠져 마파두부 볶음밥 유린기 등등..
그러더니 언젠가부터 이탈리안을 비롯한 양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 히로가 만드는 요리는 파스타를 비롯한 이탈리안 메뉴가 많은 편이다
아쿠아팟짜가 메인이 될 수는 없고 오늘의 메인은 파스타

미트 소스를 직접 만들었다
토마토를 베이스로 한 미트소스 스파게티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우리 집 자기야
스파게티 맛집을 꽤 다녀 본 우리집 자기야
그래서 스파게티를 좀 먹어 봤다는 우리집 자기야도 인정한 맛이다

그런데 히로가 스파게티를 또 하나 만들었다

바지락이랑 양송이를 넣고 만든 크림 파스타
왜 히로는 한 끼의 식사에 2종류의 스파게티를 만들었을까?
그건 바로 엄마를 위해서다
내가 미트소스를 싫어한다
엄마가 미트소스를 싫어하니 엄마용으로 따로 크림 스파게티를 만들었다는데 이렇게 보니 울 아들 녀석 꽤 엄마 생각을 하는 자상한 아들로 보인다ㅎㅎ
그렇다 때론 자상할 때도 있고 때론 아주 차가울 때도 있고 때론 한 대 확 쥐어 패고 싶을 때도 있는 아들 녀석과 나는 애증의 관계다  ㅎㅎ

미트 소스 스파게티와
바지락 크림 스파게티 ….

아쿠아팟짜는 처음 만든 것치곤 비주얼만큼 맛도 훌륭했다
스파게티는 최근 히로가 자주 만드는 메뉴라 실패가 없다
평균 이상의 맛이다

오늘 히로가 요리를 만든 데는 알고 봤더니 이유가 있었다
스파게티를 먹으며 히로랑 나눈 대화

히로는 이번 금요일에 고등학교 때 절친이었던 마사의 여자 친구 집에 가서 만들 메뉴란다
친구도 여자 친구도 요리를 아예 못하는 데 마사가 히로에게 금요일 집에 와서 요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고 …
자기 여자 친구도 아니고
밖에서 만나 먹으면 될 텐데 집에 까지 가서 귀찮게 요리를 해 먹을 필요가 뭐가 있냐고 했더니 친구인 마사가 자기 여자 친구를 위해 히로에게 출장요리를 부탁했고 그래서 히로는 절친을 위해 요리를 할 거고 그 요리가 바로 오늘 만든 요리
즉 오늘 자기야 와 나를 위한 요리라 생각했던 오늘 저녁은 친구와 친구 여자 친구를 위한 리허설이었다는 …

뭐 리허설이건 뭐건 간에 덕분에 한 끼 잘 먹긴 했다마는 여자 친구가 없는 히로가 짠 하다 ㅎㅎ

마사의 여자 친구는 요리를 못 해서 아니 안 해서 집에는 냄비 하나 달랑 있다는데 어떻게 아쿠아팟짜랑 스파게티를 만드냐고 냄비도 그렇고 조미료도 그렇고
라고 걱정을 했더니 우리 집 냄비랑 프라이팬을 비롯 조미료까지 싹 다 챙겨 가겠다고 한다
아들아
그렇게까지 해야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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