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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나 백조에게 물려 본 여자야

by 동경 미짱 2021.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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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100킬로를 달려 달려 딸기 디저트를 먹으러 갔다
아무리 딸기의 성지라고 해도 그렇지 고속도로 비만 편도 2만 7천 원 왕복이 6만 원 돈이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나들이였다
그냥 딸기 디저트만 먹고 돌아오기엔 고속도로비가 너무 아까워서 근처 바닷가로 드라이브를 나섰다
본전은 뽑아야 하니까 ㅎㅎㅎ

아침에 집을 나설때 잔뜩 찌푸려 있었다
바닷가에 도착하니 비가 촉촉이 내리기 시작했다
오래간만에 바다 보러 왔는데 비라니 ㅠㅠㅠ

한적한 어촌 마을 …
촉촉이 내리던 비가 점차 우산이 없으면 안 될 정도로 내리기 시작했지만 비 내리는 바다가 나름 운치가 있다

바다는 굳이 바닷물에 발을 담그지 않아도 멀리서 바라 보기만 해도 좋은것 같다

뜨끈한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한동안 바다를 바라 보았다
딱히 말도 필요없이 그냥 그렇게 바다만 …

비가 오니 딱히 바다에서 할 일이 없다
우산 받쳐 들고 한동안 바다를 바라보다가 다시 차에 올라 해변가를 드라이브!
바다 해안가를 벗어나  후지산 근처의 호수까지 드라이브를 하는 동안 그칠 것 같지 않던 비가 그치고 간간히 해님도 얼굴을 보여 주곤 했다

바다처럼 보이는 넓은 호수
비는 그쳤지만 구름이 잔뜩 끼어서 후지산은 볼 수가 없었다
날이 좋을 때 호수를 배경으로 보이는 후지산은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호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청둥 오리들과 백조들이 평화롭게 헤엄을 치고 있고 몇몇은 육지까지 올라 와 관광객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있는데
나는 이 호수에 오면 그리고 이 호수의 백조를 보면 옛 생각이 난다

히로가 아장아장 걸을 때였으니 아마도 히로가 두세 살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6,7년 전 었다
그때도 가족 나들이로 이 호수에 온 적이 있었다

자기야는 히로를 안고 있었고
난 그런 자기야 와 히로를 호수를 배경으로 삼아 사진을 찍고 있을 때였다

치마를 입고 있던 내 다리에 갑자기 따끔한 통증이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뛰어올랐는데 내 다리의 통증은 백조가 내 다리를 부리로 쪼은 거였다

육지에 나와 서 있는 백조는 생각보다 엄청 크다
게다가 목을 쭈욱 뻗어 내면 내 가슴 부분까지 올라 올 정도로 생각보다 엄청 크고 부담스럽고 게다가 커다란 부리가 꽤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히로를 자기가 안고 있어서 백조에게 쪼임을 당한 게 히로가 아니라 나였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내가 사진을 찍느라 나에게 다가오는 백조가 있다는 걸 몰랐고  그
백조는 내 다리를 콕 쪼은 거였다
백조 입장에선 가볍게 쪼은 거였고 그 덕에 피가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너무 놀랐었다
아마도 자기에게 등을 돌리고 사진 찍기에 열중한 나에게 먹이를 달라고 살짝 건드린 것  같은데 피는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 백조가 쪼인 자국은 선명히 남아 있었다

쪼였던 순간 너무 놀랐었는데 그 정체가 백조였다는 걸 알고 나니 놀랐기도 했지만 백조에게 쪼였다는 경험이 너무 재미있고 신기해서 자기야 랑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다

그 후로도 자주 이 호수로 놀러 오곤 했었는데
호수에서 백조를 볼 때마다
: 나 여기서 백조에게 물린 거 기억 해?
자기야 : 기억 하지

항상 이런 대화를 나누며 그때 백조에게 물렸던 그 추억을 상기하곤 한다
이번에도 역시나 똑같은 대화

: 자기야 기억해? 여기 백조
자기야 : 기억하지
: 그때 나를 물었던 백조는 지금 여기 없겠지?
자기야 : 그럼 벌써 몇 년 전인데..
: 백조 수명이 얼마나 될까? 벌써 죽었겠지?
자기야 : 그럼 얘네들은 손자쯤 되려나
: 진짜 그때 일은 잊을 수가 없어
나 백조한테 물려 본 적 있는 여자야 ㅋㅋ

오늘 보이는 백조는 십여 마리 정도였다
이 넓은 호수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백조가 모두 몇 마리쯤 있는지 모르겠지만 백조와 청둥 오리들이 함께 어울려 헤엄치고 있는 평화로운 호수 …
얘들아 사이좋게 지내렴
다음에 또 보러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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